한채영·손담비·이효리·하지원 등 ‘소주 전쟁’
순한 소주 등장하면서 광고에 여자 연예인 기용
술집이나 음식점에 붙어 있는 소주 광고 포스터에는 어느 회사 제품이건 당대 최고 인기 여자 연예인들이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한국 대표 미녀 = 화장품 광고모델’이라는 등식이 ‘한국 대표 미녀 = 소주 광고모델’이라는 등식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소주 광고에 유독 미녀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대 소주 광고에 등장하는 여자 연예인들을 되짚어 보면 정말 화려하다.
여자 연예인이 소주 광고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 진로가 ‘참이슬’ 모델로 이영애를 기용한 것이 시초다. 바통을 이어 받아 황수정,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남상미 등이 뒤를 이었고, 잠시 태진아와 그의 아들 이루가 광고하긴 했지만 곧바로 막을 내렸고 김아중, 김민정, 하지원 등 미녀 군단이 다시 컴백했다. 참이슬의 동생뻘인 ‘제이(J) 소주’ 광고에는 송혜교와 신민아가 등장한다.
두산에서 롯데로 주인이 바뀐 ‘처음처럼’의 CF 모델도 화려하다. 이아영, 구혜선에 이어 최근엔 이효리가 ‘처음처럼’ 병을 요란하게 흔들고 있다.
지방으로 내려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충청도 대표 소주업체인 선양은 주력제품인 ‘맑을 린’에 한채영과 김은주를 투입했다. 대구·경북 지역 터줏대감인 금복주는 대표 상품인 ‘참소주’에 한예슬, 이보영에 이어 최근엔 손담비를 기용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맹주 보해양조는 ‘잎새주’ 광고 모델로 정려원, 장나라, 한지민, 백지영 등을 앞세웠다.
광고주들 여자 연예인 선호
이처럼 ‘서민의 술’로 대표되는 소주 광고를 인기 여성 연예인들이 독차지하는 이유는 뭘까.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소주 광고에 여자 모델만 나오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광고주가 여자 모델을 선호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
A씨는 “광고주에게 여러 소주 광고안을 보여 준다. 여자 모델뿐 아니라 남자 모델을 쓴 광고도 있고, 남자·여자 모델이 같이 나오는 광고도 있다. 그 중에서 광고주가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자 모델을 쓴 광고를 선택한다. 아무래도 ‘소주 광고에는 여자 연예인’이라는 전통이나 징크스가 작용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광고주들이 여자 연예인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A씨에 따르면 술의 알코올 도수가 17도 이상이면 TV광고를 못한다. 결국 신문과 포스터 광고를 주로 해야 하는데 이 매체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아무래도 당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여자 연예인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특히 포스터 광고는 술집이나 음식점에 붙이는 것인데 술 마시는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여자 연예인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A씨는 “맥주 광고는 주로 TV에 의존하는 반면 소주 광고의 상당 부분은 술집의 포스터를 통해 효과를 발휘한다. 포스터 사진으로는 아무래도 남성보다 늘씬한 여성이 제격이다”라고 설명했다.
소주 광고 시장이 처음부터 ‘여인 천하’는 아니었다. 예전에는 남자 연예인을 소주광고 모델로 쓴 적이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야성미 넘치는 남성이 광고 시장을 주름 잡았다. 최민수, 유오성, 장동건 등이 이 시절 소주를 팔던 대표 모델들이다. 소주 시장의 주고객 층이 남성들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홀쭉이와 뚱뚱이로 유명했던 양훈부터 최민수, 유오성 같은 톱스타들이 모델을 했었지만, 광고업계와 소주업계에서는 성공작으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근육질의 남성이 물러나고 청순한 이미지의 미녀 군단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알콜 도수를 낮춘 ‘순한’ 소주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소주=독한 술’이라는 이미지를 떨쳐 버리는 데는 미녀가 특효약이라고 판단했다. 여성 애주가들에 대한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 연예인들이 소주 광고모델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소주는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민의 술’인 소주 광고모델을 하면 그만큼 대중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다는 것.
포스터 광고 효과 ‘대박’
A씨는 “주머니 가볍고, 울적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술이 소주다. 소주는 남자들이 많이 마시는 술이다. 처지고, 힘든 일상을 활기차게 해줄 활력소가 남자들에겐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아닐까 한다. 결국 울적함을 반전시키는 효과를 여자 연예인에게서 찾는 거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