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사태’ 발언에 야권 거센 반발
“순수한 추모·애도의 마음에 상처”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하며 ‘소요사태’를 우려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지금 국민장을 준비하고 있고 애도기간 중에 있다”면서 “참으로 어려운 때”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것을 정치적으로 잘못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어서 이를 변절시키고, 소요사태가 일어나게 될까 봐 정말 걱정”이라며 “정부에서는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장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도록 모든 경계를 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국민장 슬픔에 젖어 위기를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있는 것 같다”면서 “당정이 합심해서 안보의식을 강화하고 철통 같은 안보태세로 우리 안보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야간 논쟁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발끈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이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민장을 원하지 않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이어 “국민과 민주당이 생각하는 국민장과 정부와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국민장은 서로 다른 것 같다”며 “국민과 민주당은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장을 원하는데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이 참여하지 않는 국민장을 원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을 소요세력으로 규정하는 망언이며, 국민 없는 국민장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면서 “봉하마을과 덕수궁 등 전국에 설치된 300여 개의 분향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기리는 200만 국민들의 애절한 목소리를 안 원내대표는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변인은 이어 “안 원내대표의 ‘소요사태’ 발언은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군홧발로 억압하던 군부독재 시절의 상투적인 논리와 똑같을 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당일 날 안 원내대표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며 이야기했던 ‘화해와 평화의 길’이 소요사태 망언으로 국민들의 추모 열기에 상처를 내고, 시청 앞 광장을 개방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순수한 추모와 애도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는 안 원내대표를 보며 절망감마저 느끼게 된다”며 “한나라당 원내대표인지 공안검찰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야당과 시민들을 모욕하는 발언이자 한마디로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북한의 핵실험을 이용하여 한반도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한나라당이야말로 불순한 음모를 중단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