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암주의보가 내려졌다. 드라마계의 대모 예운계가 폐암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에 끝내 지난 5월22일 오후 8시경 사망했다. 여운계는 2년 앓았던 신장암이 폐로 전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운계의 사망 원인이 폐암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계 스타들과 암과의 연이은 악연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7년간의 연기인생 동안 탄탄한 연기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굳은 신념으로 후배 연기자들에게 큰 존경을, 시청자들에게는 큰 사랑을 받아온 여운계는 지난 2007년 가을 출연 중이던 드라마인 <왕과 나>와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신장염을 이유로 하차했다.
병 앓고 나면
광고나 행사 섭외 ‘뚝’
하차 이후 3개월 만인 11월께 <며느리 전성시대>로 복귀해 팬들이 크게 반가워했으나 또 다시 지난 2009년 4월 출연 중이던 드라마 <장화홍련>에서 급성 폐렴을 이유로 하차했다. 이후 치료에만 전념하겠다던 여운계는 지난 18일 폐암 투병 중인 사실이 밝혀지고 2년 전의 지병도 신장염이 아닌 신장암으로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가져왔다.
불규칙한 생활·과음·흡연·스트레스 원인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워 공개 꺼리기도
강신일·김자옥·오미희 암 극복 활동
웰빙 위한 노력·정기 검진으로 조기 예방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폐암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장화홍련>의 촬영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급성 폐렴이 겹치면서 결국 상태가 악화했다.
스타들은 대부분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기 꺼린다. 그 이유는 병을 앓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 연예인의 집과 병실로 언론 매체를 포함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이런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운계도 투병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그가 입원한 병원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다.
얼굴이 알려진 스타로서 암과 같은 중병을 앓았다는 사실이 좋지 못한 이미지로 연결되는 데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암투병했다 완치한 배우 B씨는 “수술로 암에서 회복했는데도,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계속 남아 몇년간 광고나 행사 섭외가 뚝 끊겼다. 돈벌이를 위해 수술 후 몇 년간은 일부러 건강한 척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연예 관련 매체들이 많아지면서, 아픈 연예인을 두고 취재경쟁을 벌이는 것도 스타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요인 중 하나다.
B씨는 “병을 앓는 동안 너무 많은 취재 섭외를 받았다. 건강한 사람도 소화할 수 없는 분량이었는데 치료도 힘들지만 언론의 관심을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예인과 암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연예인이 일반인에 비해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정확한 수치가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암의 원인인 불규칙한 생활과 과도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에 일반인보다는 연예인이 더 근접해 있다는 것이다.
모 대학병원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A과장은 “연예인이라는 직업만 따로 연구해 암발생률 통계를 내거나 조사한 자료는 아직까지 없다. 연예인이 일반인보다 암에 더 많이 걸린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인 사망 원인 1위가 단연 암이고, 연예인들의 일반적인 생활 습관을 미뤄 볼 때 암에 걸릴 요소들을 여러 가지로 추정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영양실조·수면부족
과로 시달려
A과장은 암예방을 위해서는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스트푸드나 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을 최대한 피하고 삼시 세 끼를 규칙적으로,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여성의 경우 음주가 잦으면 일반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세 배 이상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일이나 야채 위주의 생식을 하며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도 암예방에 도움이 되며, 비만 또한 암의 한 요인이니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 연예 관계자는 “최근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암으로 고통받는 연예인의 모습을 보고 웰빙을 위한 노력을 하려 한다. 그래도 소위 ‘잘나가는’ 가수나 연기자들은 ‘한철 CF와 행사’를 뛰기 위해 과로와 수면부족,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실조 등에 시달리고 있다. ‘직업병’수준의 스트레스라 할 수 있지만 방도가 없다. 대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조기에 병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연예인들은 유독 많다. 불꽃같이 살다가 암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연예인들은 팬들의 가슴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연기파 배우 박광정은 지난해 12월 폐암으로 46세의 이른 나이에 팬들과 이별했다. 2007년에는 유독 많은 별들이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탤런트 김영임이 28세의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사망했으며, 탤런트 이재훈이 향년 46세에 위암으로 별세했다.
암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 떠난 연예인 많아
8월에는 톱스타 김주승이 신장암, 9월에는 아역 배우 출신인 이애정이 뇌종양으로 끝내 숨겼다. 탤런트 조향기의 아버지이자 연기자인 조재훈 역시 지난해 1월 위암으로 별세했다.
2005년에는 가수 길은정이 직장암으로 숨졌으며, 개성파 연기자 이미경은 폐암으로 투병하다 2004년 4월 44세의 나이로 숨을 거둬 팬들을 슬프게 했다. ‘국민 코미디언’ 이주일 역시 폐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2002년 8월 27일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밖에 드라마 <용의 눈물>에 출연했던 탤런트 태민영이 2000년 간암으로, 가수 장덕의 오빠로 유명한 가수 장현이 1990년 설암으로 타계했다.
하지만 암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맹구’로 유명한 개그맨 이창훈의 경우 폐암 수술 후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생인 배우 이미영은 “초기에는 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조기에 발견해 수술해 괜찮다”고 그의 근황을 전했다.
배우 남궁원은 2002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사실을 5년이 지나서야 고백했다. 배우 강신일도 간암으로 투병생활을 했으나 회복해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 김자옥과 오미희 역시 암을 이겨내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가수 김수희가 후두암, 양희은이 난소암, 탤런트 이주실이 유방암을 극복해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