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측…인물·성향·구도·배경 등 너무 많은 것이 비슷해
매거진 알로 측 흡사한 방향으로 수정되면서 발생한 문제
최근 KBS와 SBS가 드라마 표절공방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SBS가 패션잡지사를 무대로 한 드라마 <스타일>의 7월 방송을 앞둔 상황에서 KBS가 또 다른 패션잡지사 배경의 <매거진 알로>를 그보다 한 달 앞선 6월에 방송하겠다고 하자 <스타일> 제작사 측이 표절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애초 “내부 검토 결과 표절 혐의가 없어 <매거진 알로>를 예정대로 방송하겠다”던 KBS는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19일 입장을 바꿔 “공영방송에서 그런 시비에 휘말린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일단 편성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SBS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로 오는 7월 말 첫 선을 보일 <스타일>의 제작사 측이 지난 13일 KBS 수목드라마로 편성돼 오는 6월 말 첫 방송될 예정인 <매거진 알로>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양측의 공방은 가열됐다.
KBS “표절시비 휘말리기 싫어”
<스타일>의 제작사인 예인문화 측은 드라마 <스타일>이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백영옥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슷한 트렌드의 작품이 편성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인물, 성향, 구도, 배경 등 너무 많은 것이 비슷해 <매거진 알로>가 드라마 <스타일>과 다른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KBS가 <매거진 알로>의 편성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표절 소송 및 방송금지가처분신청 등 향후 법적 대응을 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매거진 알로>의 제작사인 에이스토리 측은 “표절이 아니다. 법적 검토를 거친 뒤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6월 초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한다”며 표절논란을 일축했다.
이에 <스타일> 제작사 측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타일>의 제작사 관계자가 <매거진 알로>의 노지설 작가를 석 달 전 만난 적이 있다”며 “당시 노 작가가 회사(에이스토리)가 저작권을 따내지 못하자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보겠다고 제안해 기획에 들어갔음을 스스로 시인했었다”고 주장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와 함께 <매거진 알로>를 기획, 제작한 에이스토리가 소설 <스타일>의 판권 경쟁 입찰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설 <스타일>의 판권 경쟁에서 밀린 후 비슷한 시기 모티브만 따와 기획된 것으로 알려진 <매거진 알로>가 KBS, MBC, SBS 등 방송 3사로부터 모두 편성을 거절당했으나 이후 KBS 드라마의 펑크로 수목극 <그저 바라보다가> 후속으로 라인업됐다”고 주장했다.
<스타일> 측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자 <매거진 알로> 측이 이날 공식적인 입장 발표와 함께 드라마 <스타일>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을 취했다.
<매거진 알로>의 제작사 에이스토리 측은 “<스타일> 제작사 측이 제기한 <매거진 알로>의 표절의혹은 드라마 <스타일>의 극본이 원작소설 <스타일>과는 상관없이 <매거진 알로>와 흡사한 방향으로 수정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작소설에서 묘사된 주인공 이서정 캐릭터가 8년차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스타일> 극본에서는 실수 많고 어리바리한 캐릭터로 바꿔 패션의 문외한으로 설정된 <매거진 알로>의 여주인공 홍재인 캐릭터와 유사하게 된 점을 그 근거로 지적했다.
또한 원작소설의 등장인물 김민준의 직업이 원래 패션 에디터 겸 스타일리스트이지만 드라마 <스타일>에 등장하는 김민준은 <매거진 알로>의 등장인물 민호기와 같은 포토그래퍼로 바꾼 점 등 <스타일> 측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드라마의 배경이 패션잡지라는 공통점이 있어 소설책에 명시돼 있는 출판사와 신문사에 판권 문의를 했으나 소설 <스타일>의 구조와 인물 구성이 16부작 길이의 방송용 드라마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판권 구입을 포기했다”며 “예인문화가 보도자료를 배포해 에이스토리가 판권 구입을 위해 공식적인 제안서를 제출했다가 탈락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나만의 ‘고유’ 소재 줄어들어
<매거진 알로>의 제작사 측은 또 <스타일> 제작사 관계자들이 지난 2008년 11월 대본 작업 중이던 <매거진 알로>의 노지설 작가에게 연락해 <스타일>을 함께 제작할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매거진 알로>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노지설 작가가 <스타일>과 비슷한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스스로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스타일> 제작사 측 관계자가 노 작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종용한 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의 주장은 KBS가 <매거진 알로>의 편성을 재고하기로 하면서 점차 수그러들었다. KBS 관계자는 “계속 불거지고 있는 표절시비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기 위해 드라마 방영을 재고한다”고 19일 밝혔다. 재고라는 의미는 사실상 무기한 보류와도 같은 의미이다.
이렇듯 드라마가 끊임없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매체의 발달과 매스컴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제는 나만이 알고 있던 ‘고유의 소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불어 모든 극을 집필하기 전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된 부분들이 함유되어 다른 작가가 보기에는 자신만의 소재를 표절했다고 생각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끊이지 않고 불고 있는 드라마 표절 시비에 맞서 어느 선까지가 표절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법률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며 “이런 점들이 보완되어야만 인기 드라마마다 어김없이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작가들도 집필에만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