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젊은 법학도들에게 33년 법관생활 소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지난 12일 오랜만에 ‘정치인’에서 ‘법조인’으로 되돌아갔다. 대법관을 그만둔 지 16년 만이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충남대 법학대전문대학원, 즉 로스쿨을 찾아 33년 법관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과 현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젊은 법학도들 앞에 풀어놓았다.
이 총재는 억울하게 절도죄를 뒤집어쓴 20대 배추장사 청년과 폭행을 당하고도 가해자로 몰릴 뻔한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부당한 수사권력으로부터의 자유’와 ‘집단의 압박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한 후 “여기에서 우리는 법의 양면성을 볼 수 있다. 법의 이름으로 그들은 억울하게 기소됐지만 법은 또한 그들의 무죄를 밝혀 정의를 세워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의 정신’을 이야기하며 “신은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인간의 일이라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며 “법관도 작은 사건, 사회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사건, 변호사 선임을 못해 본인이 직접하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그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 절실한 정의의 요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법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하면서 “근래 국회는 법률을 그야말로 대량생산해내고 있다”면서 “이익단체, 압력단체 등의 요구에 영합하기 위해, 지역의 여론에 영합하기 위해, 또는 국회의원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그야말로 쓸데없는 법률이 마구잡이로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입법과정을 통해 양산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과 관련, 신 대법관에게 불만을 표출한 일부 법관들의 태도에 “이해할 수 없다. 법관들이 상급자의 의견에 당당히 맞서지 못한 채 나중에 ‘외압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것은 용기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이 문제를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