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8년·2009년 세 번 조사 받아
수사당국 압수영장 발부 받아 불시에 급습
가수 구준엽이 지난 6일 오후, 최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로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 받은 데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구준엽은 “2002년 서대문경찰서, 지난해 부산지검에 이어 이번 서울경찰청 마약 조사까지 세 번째”라며 “마약 투약을 한 적이 없는데도 마약투약자 등의 허위 제보로 7년에 걸쳐 마약 검사를 받고 결백을 입증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구준엽은 이어 “1일 우리 집 인근에서 진행된 소변 검사에서는 깨끗함을 증명했고 3주 후 나올 체모 검사에서도 결백을 증명할 자신이 있다”며 “한번 마약 검사를 해간 후 결백이 입증됐으면 검찰과 경찰이 다음 번에는 정확한 증거를 갖고 신중하게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약 투약 루머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데 대해선 “죄라면 클럽에 자주 가는 것”이라며 “나는 스트레스를 풀러 클럽에 가서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 단지 그 자리에서 마약 하는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억울하다. 담배 끊은 지도 5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예인 마약 수사가 뉴스에 오르내렸을 때 함께 TV를 보던 홀어머니가 “또 너에게 조사 나오는 것 아니냐”고 물어 “‘그러면 검사 받으면 되죠’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백을 위해서라면 수십 번, 수백 번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받은 마약 조사가 내게는 ‘마약 하는 가수 K’로 돌아왔다.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권을 보호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선후배들도 이런 추측 수사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며 “인권을 보호받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 문의하고 있다. 혼자 힘으로 힘든 건 안다. 내 인권과 수치심을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다.
구준엽은 마지막으로 연예 활동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고 씁쓸해했다. 구준엽은 “연예인으로 활동한 데 대한 회의감도 든다. 마약 수사에서 연예인이 표적이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주위의 사람, 공권력을 행사하는 분들에 대한 불신감도 생겼다”고 전했다.
연예인들이 구준엽처럼 잘못된 마약 관련 루머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적지 않다.
앞서 2007년에는 배우 신하균과 그룹 노이즈 출신 김학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두 사람은 엑스터시 복용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소변, 모발검사에서 모두 음성판정을 받아 무혐의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신하균은 소속사를 통해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 “순식간에 범법자 취급을 받고, 각종 음해성 리플과 소문에 두 번 상처받았다”라며 악성 댓글 유포자에 대한 고소방침을 전했지만 이후 고소는 취하했다.
김학규 또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오해를 사고 누명을 쓰는 것 같아 황당하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2001년에는 탤런트 김민종, 모델 이소라 등이 마약 복용설 등 루머가 돌자 검찰에 자진 출두해 마약 복용 여부를 가리는 검사를 받고 결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소문’에 취약한 연예인을 노려 마약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06년에는 가수 이승철 등 몇몇 연예인을 상대로 필로폰이 든 소포를 보내 돈을 뜯어내려 한 사건이 발생한 것. 당시 범인은 필로폰과 주사기 등을 보내 ‘2억원을 송금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이승철 등을 협박했다.
범인은 2년 후 검거됐으나 당시 이승철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협박의 타깃이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라고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연예인들이 이 같은 수사를 받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넘기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첩보를 입수한 수사당국은 압수영장을 발부 받아 연예인을 불시에 급습한다. 다수의 연예인에 따르면 수사진은 즉석에서 음모 약 50올을 가위로 잘라 채취하며 이와 함께 뒤돌아 선 상태에서 소변을 채취해 간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여자의 경우 여경이 동행되지만 이 역시 여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채취 과정이 이뤄진다.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마약수사는 현행 수사 체계가 갖는 문제점과 무관하지 않다. 수사당국 내부에서는 유명 인사를 검거할 시 내부 승진 심사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통상적이다.
수사 당국이 마약류 피의자를 검거하면서 “유명인사 이름을 대라”고 채근하는 일이 빈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적위주의 무차별적인 단속도 여기서 기인한다.
또 마약 수사권은 일정한 관할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가수는 “한 차례 마약 루머가 떠돌자 2~3일 동안 3군데의 경찰 수사진이 나를 방문하더라”면서 “‘어제 왔다 갔다’고 하면 ‘우리는 다른 데서 왔다’며 다시 검사를 요구하는 진풍경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첩보가 입수될 경우 수사권을 발동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에 앞선 정황증거 채집 등의 기초 수사단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연예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