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박쥐>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24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박쥐> 언론시사회의 주요 쟁점은 단연 송강호의 파격 노출신.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대부분이 김옥빈의 노출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송강호의 성기 노출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다.
송강호 “욕망에 휘둘리는 ‘속물’ 표현한 것”
김옥빈노출·작품이 묻힐 정도로 파격적
<박쥐>는 기자시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의문의 피를 수혈 받고 뱀파이어가 된 신부와 병약한 남편, 괴팍한 시어머니로부터 고통받던 여인의 사랑 이야기라는 기본적인 줄거리와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이 담겨 있다는 사실 외에는 구체적인 면면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박쥐>는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묘사로 충격적인 면면을 드러냈다.
여신도 성폭행 장면서 노출
김옥빈은 부끄러운 듯 팔로 가렸던 가슴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등 전라 노출을 불사하며 도발적인 모습으로 송강호와 수차례의 베드신을 소화했다.
송강호 역시 노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노출이나 사실적인 베드신 화면 외에도 여인의 거친 숨소리 등 에로티시즘을 자극하는 묘사가 더욱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여기에 극 중반 등장하는 송강호의 성기 노출 장면과 영화 내내 등장하는 붉은 피 등 강도 높은 묘사가 더해져 보는 내내 파격을 더했다. 송강호의 성기 노출 장면은 극중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일깨워 주기 위해 여신도를 의도적으로 성폭행하는 신에서 이루어졌다.
송강호는 노출 연기에 대해 “노출 연기 얘기는 이미 시나리오 받기 1년 전에 들었다. 핵심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에 감독과 긴 시간 고민 끝에 결정했다.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그 장면이 극중 상현의 순교적인 행위라 생각했다. 상현이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잘못된 구원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종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상징한다”며 “숭고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송강호 성기 노출의 목적에 대해 순수하게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해외영화제를 위한 아주 특별한 장치라고 것과 영화 흥행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주장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박쥐>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듯이 어차피 해외영화제에서 인정받는 박찬욱 감독을 더욱 돕기 위해서는 이 같은 코드가 꼭 필요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래야 수상분위기를 북돋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박찬욱’이란 이름 석 자가 주는 후광효과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홍보요소가 필요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이미 <미인도> <쌍화점> 등에서 여성연기자의 노출이 상당부문 홍보에서 주효했듯이 이번 <박쥐>에서는 남성연기자의 파격적인 노출이 상당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며 “실제로 시사회 이후 송강호의 노출이 각 포털사이트를 뒤덮으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송강호가 감행한 파격적인 노출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라며 박찬욱 감독의 과감한 시도를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그에 비해 비난하는 글이 훨씬 많다.
영화 전문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에는 “흥행을 고려한 일종의 장치가 아닐까?” “성기 노출이 숭고하다니! 대한민국 영화도 이제는 막장을 달리는구나” “사제복 입은 신부의 성행위가 순교와 관련이 있나” “숭고의 개념을 알기나 하는지” “성적 심리를 자극해서 성범죄를 유발시키고 있다”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당신은 성기로 승부하시요, 나는 아예 영화 안 보기로 승부할거요” “나잇값 해라” 등 박 감독과 송강호에게 직격탄을 날리듯 비난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남자 배우의 성기를 그대로 노출시킨 최초의 영화는 1969년 작품인 영국의 <사랑하는 여인들>이었다. 이후 수많은 연인 관객을 감동시킨 <디어헌터>(1979) <쉰들러 리스트>(1994) <부기나이트>(1997) 등이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 영화로는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1999)이 남자 배우의 성기를 노출시켜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대부분은 특수 제작한 모형 성기를 사용했거나 국내 개봉 당시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상영됐다.
한편 영화 <박쥐>가 칸 국제영화제 관객을 만나게 됨에 따라 송강호의 수상 가능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박쥐>가 5월13일 막을 올리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4년 연속 칸으로 날아가게 됐다.
한국영화 구원투수 될까(?)
송강호는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비공식 부문인 감독 주간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경쟁 부문에, 2008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븐 놈, 이상한 놈>이 비경쟁 부문에 각각 초청돼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이 같은 이력으로 볼 때 송강호의 수상 가능성을 미리 점쳐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송강호는 “솔직히 황금종려상을 받는 게 소원”이라고 밝혔다. 황금종려상은 배우가 아닌 작품에 선사하는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이다.
송강호의 노출 열연이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의 구원투수가 될지 자극적인 설정으로 여론의 비난을 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