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은 김남주의 드라마다. 김남주가 안방극장에 돌아온 건 <그 여자네 집> 이후 8년 만이다. 그 사이 김남주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아줌마’가 됐다.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내조의 여왕>은 전통적인 ‘아줌마 드라마’에 30~40대 직장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직장 드라마를 접목시켜 남녀 시청자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스크린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들이 사경(?)을 헤매는 사이 안방극장을 접수한 <내조의 여왕>의 인기비결 넷을 꼽아 보았다.
김남주 ‘CF 퀸’서 ‘코믹연기 퀸’으로… 캐릭터 매력과 신선도 높여
천지애 캐릭터 둘러싼 인물들 멋진 조화, 시청률 상승 요인에 한몫
인기비결<하나> 김남주의 변신
‘CF 퀸’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김남주는 <내조의 여왕>을 통해 코믹 배우로 제대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매회 그녀가 빚어내는 유쾌하고 코믹한 모습에 안방극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수십 편의 CF 속에서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선사하던 여배우에게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 때문에 김남주의 색다른 변신은 캐릭터의 매력과 신선도를 배가시키며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다.
<내조의 여왕>의 고동선 PD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남주를 캐스팅할 당시 불안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코믹연기, 눈물연기 등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훌륭한 배우”라며 그녀의 연기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김남주의 성공 전략은 ‘줌마렐라’ 열풍과 톱스타들의 ‘탈신비주의’, 대중과의 눈높이 대화법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김남주는 극중 한때는 잘나갔으나 지금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30대 주부 천지애 역을 맡아 못난 남편의 성공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혈 아줌마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성기 시절의 미모와 인기에 집착하는 대신 자신의 현실과 대중의 현실을 동시에 투영한 결과다. 시청자들은 김남주의 눈높이 연기에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김남주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벗고 변신을 꾀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김남주 본인이 망가짐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가 인기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속사를 옮기고 첫 작품을 선정하면서 많은 고심을 했는데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본인 역시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비결<둘>다양한 캐릭터의 변화
진부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에 질려 있던 시청자들은 천지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천지애는 20대 청춘에서 벗어나 현실에 찌들어 사는 30대 기혼녀들의 현실과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창 시절엔 잘나가는 퀸카였으나 남편 잘못 만나 고생하는 천지애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동질감과 연민을 느낀다. 여고 동창생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우월감과 열등감이 30대에 역전되는 상황도 예리하게 현실을 파고든다.
그러나 천지애의 매력은 무엇보다 당당함에 있다. 천지애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그네틱’을 ‘마그네슘’으로, ‘새옹지마’를 ‘다홍치마’로 헷갈리는 푼수지만 25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을 양봉순 앞에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못난 남편을 성공시키려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지도 히스테리를 부리지도 않는다. 자긍심을 잃지 않으며 오만하지 않으면서도 매사에 당당하다.
천지애가 빛이 나는 것은 이 캐릭터를 둘러싼 인물들이 멋진 조화를 이뤄내기 때문이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더욱 빛이 난다.
콤플렉스를 발판으로 삼아 성공하지만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양봉순(이혜영), 똑똑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지만 사회성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지애의 남편 달수(오지호), 정략결혼한 아내에게서 권태감을 느끼고 아줌마 천지애에게 매력을 느끼는 태준(윤상현), 고교시절 사랑했던 지애를 잊지 못하는 준혁(최철호), 그리고 태준에게서 외면당하고 대학 선배 달수에게 사랑을 느끼는 소현(선우선) 등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며 천지애와 함께 앙상블 효과를 낸다.
인기비결<셋> 시대 반영한 공감대
김남주의 변신이나 캐릭터들의 조화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순간순간 재미를 잃지 않는 대본과 연출 때문이다.
<내조의 여왕>은 온달수(오지호)를 성공시키려는 천지애(김남주)의 코믹한 내조 이야기로 공감과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깊이를 갖췄다. 그것은 물질이 곧 성공이고 원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막장 드라마’의 대안이다.
박지은 작가는 이른바 ‘줌마렐라’식의 황당무계한 성공담이나 ‘아내의 유혹’ 같은 막장 드라마 콘셉트를 철저히 배제하고 세태를 풍자한 코믹극에 초점을 맞췄다.
남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는 아내들, 여고 동창생의 지위 역전, 경제불황과 맞물린 보통사람들의 생활고, 직장 내 샐러리맨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부부 사이의 권태감 등 시대를 반영하는 무거운 소재들을 가벼운 코믹 코드로 풀어내 남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내조의 여왕>의 성공은 여성 시청자뿐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까지 끌어들인 결과다. 여러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멜로라인은 전형적인 드라마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기혼남녀들이 흔히 느낄 만한 문제들을 코믹하게 풀어낸 점이 호평받고 있다.
복잡한 멜로라인도 일반적인 도덕관념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 욕구를 자극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는 것도 장점이다. 재미있고 공감도 가는데 유익하기까지 하다니, <내조의 여왕>이 인기를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조의 여왕>의 극중 주인공 천지애(김남주)와 앙숙 양봉순(이혜영)의 대결이 극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패션 대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봄 최고의 트렌드세터인 김남주와 이혜영의 드라마 속 스타일이 불황속에서도 여성들에게 따라 하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천지애 역의 김남주 패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로맨틱이다. 물결치는 갈색 단발머리부터 핑크색 입술까지. 사랑스러운 아이템으로 천방지축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천지애를 표현하고 있다.
경제난에 물불 안 가리는 남편 출세시키기…재미있고 공감 가고 유익하고
김남주 ‘발랄한 캐주얼 할리우드 룩’ vs 이혜영 ‘럭셔리 파리지엥 스타일’
인기비결<넷> 김남주VS이혜영 패션 대결 ‘후끈’
요즘 최고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른바 ‘물결머리’는 이번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 어깨 정도 길이의 굵은 웨이브로 여성스럽고 고전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브라운으로 염색해 경쾌함을 더했다. 발랄한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스타일 덕분에 요즘 미용실마다 ‘김남주 파마’를 해 달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유롭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의상을 직접 만들어 입는다는 설정 탓에 브랜드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명품 의상은 되도록 피한다.
예쁘게만 차려입는 다른 여주인공과는 달리 화사한 파스텔톤 색상으로 활동적이면서도 캐주얼한 모습으로 사랑스럽고 세련된 아줌마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큼직한 플라워 패턴을 사용하고 리본이나 레이스 등의 아이템으로 여성스러움과 발랄한 매력을 더해준다.
숏 팬츠나 배기 팬츠에 컬러풀한 니트 가디건에 얇은 벨트, 디테일이 과하지 않은 심플한 재킷을 걸친다. 원피스 위주보다는 상의와 하의를 적절하게 각 아이템마다 믹스 매치해서 연출하고 있다. 특히 매 신마다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프티 스카프와 가방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다.
반면 여유로운 부장 사모님 양봉순 역 이혜영의 패션은 럭셔리하고 시크한 콘셉트로 주로 원피스에 재킷,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소품과 액세서리로 우아하게 연출한다. 은은한 색상의 옷을 즐겨 입는 김남주와는 대조적으로 강렬한 원색의 광택나는 소재의 옷에다 아찔한 높이의 킬 힐 등으로 화려한 팜므파탈 이미지를 선보인다.
민소매나 어깨선이 넓게 파인 원피스에 큰 벨트 등으로 포인트를 줘 슬림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여성스러운 곡선을 강조하고 있다. 립스틱의 경우 빨간색이나 핫핑크 등 눈에 띄는 화려한 색상을 선택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잡티 하나 드러나지 않는 완벽한 메이크업으로 다른 여성 출연자들과 차별을 꾀한다. 컬러풀한 힐도 필수품. 색깔 역시 화려하다. 원색은 물론이고 고급스런 블랙 드레스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매회마다 선보이고 있어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
<내조의 여왕> 시청자 게시판에는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소감 외에 주인공들이 착용한 의상이나 패션 아이템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 내용과는 별개로 패션 자체도 주요한 관심사”라며 “늘 개성있고 매력적인 스타일을 선보여 온 김남주와 이혜영인 만큼 더욱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