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세계무대도 좁다…종횡무진 ‘광폭 행보’



‘대한민국 브랜드’ ‘글로벌 SK’ 기치 드높여
보아오·다보스포럼서 각국 정상·주요인사 만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외를 종횡무진하며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원자바오 총리와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등 각국 정상과 주요 인사를 만나는 등 한국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참여해 민간경제 외교를 펼쳤다. 앞서 올 1월에는 3박4일 동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등 국가 정상은 물론 알 팔리 사우디아람코 회장, 앗 슈와이브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 회장, 크리스토퍼 콜 골드만삭스 회장 등 재계 리더들을 만났다. 지난해 말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를 후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광폭행보’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민국 브랜드’를 알리고 ‘글로벌 SK’의 기치를 드높이는 등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이 잇달아 국가원수급 지도자와 재계 리더를 만나는 등 민간 경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최 회장은 지난달 17부터 19일까지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제8차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이번에 개최된 보아오포럼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세계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아시아와 중국의 위상이 크게 부각됐다. SK그룹은 보아오포럼의 공식 스폰서이며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올해 유일하게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등 각국 정상 및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만났다. 보아오포럼 이사인 최 회장은 또 포럼 이사회 멤버들이 원 총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SK그룹 글로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원 총리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포럼에 참석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별도로 면담도 가졌다. 양국기업 간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함께 푸청위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 회장과 리룽룽 국유자산위원회 주임과도 각각 개별 면담을 갖고 양국 기업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제무대서 맹활약
경영보폭 넓힌다


최 회장은 보아오포럼 기간 중인 지난 19일 보아오포럼 부이사장에 선임된 쩡페이옌 전 중국 부총리와도 개별 면담을 가졌다.

올해로 8번째로 맞는 보아오포럼의 공식후원 기업인 SK그룹은 매년 최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왔다. 이번 포럼에는 최 회장 형제 외에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 참석해 ‘그린 뉴딜의 때인가’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참여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세계 금융 위기에 대한 해결책 모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3박4일의 짧은 일정 동안 전세계 정·재계 지도자들과 기업과 국가를 아우르는 다양한 협력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국가 원수급 지도자 40여 명을 포함, 90여 개국에서 2500여 명의 글로벌 리더가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포럼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부터 알 팔리 사우디 아람코 회장, 알 바다크 사우디 투자청장, 크리스토퍼 콜 골드먼삭스 회장 등 재계 고위 관계자까지 거물급 인사들과 잇달아 회담을 가졌다.

원자바오 총리와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U-시티사업 등의 협조를 부탁했다. 또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는 콜롬비아 내 자원개발 사업 확대를 제안했다. 중동 지역의 고위 인사들과는 원유의 안정적 수급 및 중동 지역 대규모 정제공장 건설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콜 회장 등과는 금융 분야의 국가 간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더욱이 다보스포럼 기간 중인 지난 1월29일 다보스 현지에서 개최된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에서는 주빈으로서 ‘코리아 마케팅’에 앞장섰다. ‘한국의 밤’ 행사는 그가 직접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제안한 것으로 350여 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그는 행사비 30억원을 후원하고 워커힐호텔의 베테랑 직원들을 배치하는 등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각별히 공을 들였다.


‘미소를 통한 소통’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을 알려 국가브랜드를 제고할 목적으로 전경련이 SK그룹 후원으로 범 재계 차원에서 개최했다. 전경련은 이번 한국의 밤 행사의 성과가 컸다고 보고 매년 개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경련 조석래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건실하다는 점과 규제완화와 노사관계 개선, 적극적인 대외 개방정책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참가자들에게 적극 알렸다.

아울러 한국이 두 세계 경제대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지정학적 이점을 강조하고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한국으로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에게 우리의 독창적인 전통문화와 IT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반가사유상을 디지털로 구현한 디지털 갤러리를 선보였다.

또 세계 최고급 호텔인 두바이의 버즈 아랍 호텔의 수석 주방장인 에드워드 권의 한국 전통음식 소개, 대니정의 색소폰 연주, 이태원의 명성황후 듀엣 오페라 아리아 등이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과 관심을 받았다.

APEC 정상회의 참석
인상 깊은 민간외교 펼쳐

전경련은 그동안의 비약적인 정치, 경제적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제사회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와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우선 올 6월 WEF 동아시아 포럼을 서울에서 개최해 한국을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CEO들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구축해 미래 사업기회 발굴의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조석래 전경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우리나라 정치, 경제, 언론계 대표 26명과 반기문 UN 사무총장, 크리스티앙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장, 살리 베리샤 알바니아 총리,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참석했다. 또 하심 압둘라 빈 아흐메드 자이닐 알리 레자 사우디 상공부 장관, 모하메드 알 함리 UAE 에너지 장관, 알 바다크 사우디투자청(SAGIA) 청장, 클라이멘트 벨쉬크 도이치방크 회장,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 크리스토퍼 콜 골드만삭스 회장, 레이몬드 맥다니엘 무디스 회장 등 각국의 정계, 관계, 재계의 거물급 인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최 회장은 또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수행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공식 방문한 페루에서 한국과 SK를 알리는 인상 깊은 민간외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20일부터 페루에서 개최된 APEC 회의 기간 중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 등 페루 각계 고위층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협력강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또 다음날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개막식 때는 21개국 최고경영자(CEO)를 대표해 가르시아 대통령을 소개하고 그의 연설에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했다.

이틀 후인 22일에는 한국, 미국, 중국 등 APEC 21개 회원국 정상 및 아·태지역 최고경영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틀째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기조연설 때 기업인을 대표해 전체 참석자들에게 이 대통령을 소개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또 SK가 중남미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자 하는 페루에서 APEC 행사가 열린 것을 계기로 대대적으로 펼친 ‘APEC 마케팅’의 최전선에 직접 뛰어들어 맹활약하기도 했다.

더욱이 가르시아 대통령과 메르세데스 알라고스 아라오즈 통상관광부 장관 등을 APEC 행사장 입구의 SK그룹 전시부스로 초빙,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SK의 글로벌 사업 현황 등을 설명했다. 또 페루 최대 기업집단인 브레시아 그룹의 브레시아 마리오 카페레타 회장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SK에너지 유정준 R&C CIC 사장 등과 함께 페루 총리 공관에서 예후데 시몬 무나로 총리를 만나 SK와 페루 정부 및 업계 간의 협력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SK는 페루 경제성장의 동반자로서 지속적인 기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페루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SK그룹은 APEC 마케팅의 일환으로 현지 언론에 “한국과 SK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메시지와 SK의 글로벌 사업 지도 등을 담은 광고를 게재해 큰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은 또 페루의 사회공헌 관련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인 프로시너지를 방문하고 “SK는 행복경영을 페루에서도 뿌리 내려 페루 국민과 사회에 기여하는 ‘페루 인사이더’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차이나 인사이더’를 강조해 온 최 회장이 ‘페루 인사이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향후 중국과 마찬가지로 페루에서도 활발한 경영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SK그룹은 지난해 페루 대지진 복구 성금 30만 달러를 비롯해 지금까지 피해 지역의 52개 학교와 5개 의료시설 복구비용 등으로 총 6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추가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 회장의 광폭행보
국내외에서 종횡무진

이러한 최 회장의 민간외교에 대해 페루 최대 일간지인 <엘 코메르시오>는 최 회장의 사진과 함께 SK의 사업계획을 소개하는 등 10여 개 현지 언론매체들이 최 회장과 SK그룹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회장의 ‘광폭 행보’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선배 기업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위해 자리를 마련 한 것.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1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애스톤하우스에서 열린 전경연 정례 회장단회의의 만찬 비용을 전부 자신이 부담했다. 부친인 최종현 SK그룹 회장 10주기에 찾아온 전경련 회장단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미국 유학시절부터 최종현 회장과의 친분이 두터워 최종현 회장 10주기 행사에서 추모위원을 선뜻 맡았고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등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경기 화성시 봉담읍 선영에서 열린 추모식에도 참석했다.

전경련은 이에 회장단 회의를 그동안 신라호텔이나 그랜드하얏트호텔, 전경련 회관에서 열었지만 처음으로 SK 계열의 애스톤하우스에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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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