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몸집이 불고 있는 STX그룹 후계구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STX그룹은 검찰발 사정바람과 금융발 불황폭풍 속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치고 나가는 ‘공격력’이 무서울 정도다. 이쯤 되자 세간의 관심이 자연스레 경영권 승계에 모아지고 있다. 강덕수 회장과 자녀들의 나이로 보면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당당히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한번쯤 짚고 넘어갈 시기라는 의견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강덕수 회장 두 딸 계열사 대대주로 교두보 확보
‘신원미확인’ 유력후계자 외아들은 대학서 ‘열공중’
“후계구도요? 너무 빠르지 않나요?”
경영권 승계 작업을 묻는 질문에 STX그룹 한 간부로부터 돌아온 답변이다. 한마디로 이르다는 것이다. 올해 59세인 강덕수 회장의 한창 일할 나이가 그렇고, 아직 20대인 자녀들도 어리다는 이유에서다.
STX그룹의 후계구도는 안개속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뿐더러 아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까지 그룹 내 후계자 내정 징후는 없는 상태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강 회장의 복안은 물론 공식 확인된 사실도 없다.
‘지분 YES, 경영 NO’
사실 다른 그룹 총수와 달리 강 회장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의 가족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 회장의 부인, 자녀 등 친인척에 대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 STX그룹 직원들 사이에선 “회장님 가족이 어떻게 되는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무엇보다 STX그룹은 각 계열사가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돌아간다. 강 회장이 자녀에게 그룹 지휘봉을 넘겨줄 지도 미지수다.
강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지분은 가족에게 물려주겠지만 경영까지 가족에게 맡길 생각은 없다”며 “앞으로 STX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경영은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는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만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룹 지분구조를 통해 멀지 않은 후계 작업을 미리 엿볼 수 있다. 강 회장은 부인과의 사이에서 1남2녀를 두고 있다. 그의 부인은 별다른 외부활동 없이 내조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두 딸 정연·경림씨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간단한 프로필 정도만 외부에 노출된 바 있다. 올해 각각 28세와 26세인 자매 역시 그룹 내 공식 직함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2006년 1월, STX건설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연·경림씨는 당시 STX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40만주(25%)씩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5000원으로 1인당 매입금액은 20억원이 들어갔다.
나머지 지분 50%는 강 회장과 포스인터내셔널이 25%씩 나눠 갖고 있다. 사실상 STX건설이 강 회장 일가의 소유인 셈이다.
STX건설은 2005년 2월 STX그룹 내 엔진부품 계열사인 STX엔파코의 건설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당초 포스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두 차례 유상증자 과정에서 강 회장이 두 딸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STX건설은 현재 새롬성원산업(67.8%), 씨엑스디(94.0%), 흥국상호저축은행(65.03%)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그룹 지주회사인 ㈜STX 지분 3.25%를 소유하고 있다.
향후 후계자로 유력한 외아들은 현재 대학생으로 이름 등의 신원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두 자매의 동생인 그는 20대 초반이어서 아직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10년 뒤에나?”
이 아들은 현재까지 STX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 회장의 증여도 아직 없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TX그룹이 창립 10년도 안 돼 재계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재계에 갑자기 떠오른 신흥재벌인 강 회장이 과연 언제 2세 경영체제를 정비할 것인지 관심거리”라며 “강 회장의 자녀들이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20대에 임원 직함으로 경영수업이 한창인 다른 대기업 총수 자녀들이 수두룩한 점에서 이제 서서히 후계구도 중심으로 부상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TX그룹 측은 언급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10년 뒤에나 생각할 만한 미래의 얘기”라며 후계구도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한 관계자는 “STX그룹은 1999년 창립 이후 줄곧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각 부문별 전문경영인들이 실질적인 계열사 경영을, 오너가 그룹 경영의 주요 사안을 포함한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 회장이 올해 59세로 아직 경영에서 물러날 시점이 안 됐을 뿐더러 자녀들도 경영에 참여하기에 이른 20대이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또 강 회장의 가족들에 대해선 “회사 경영과 전혀 무관한 오너 개인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