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4일 오후 충남 태안군 구름포 해수욕장에서는 SBS 월화드라마 <자명고>(극본 정성희 연출 이명우) 촬영현장 공개가 진행됐다. 이날 촬영은 어린 일품과 자명이 바닷가에서 무술 수련을 하는 중에 성인으로 교체되는 신으로 13회 첫 등장하는 자명은 바닷물을 뚫고 솟아오를 예정이라고.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남매 같은 일품(여욱환)과 자명(정려원)의 무술 실력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무술에 문외한이었던 정려원은 <자명고> 촬영을 위해 무려 4달간 액션스쿨과 승마장을 오가며 승마, 검술, 검무 등을 익혔다.
촬영이 얼마나 진행됐을까. 멀리서 라희 역의 박민영이 의상도 갖춰 입지 않은 채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는 바닷가를 향해 걸어온다. 그 뒤를 따라 오는 호동 역의 정경호도 사복차림이다. 스태프들에게 듣자하니 두 사람은 당일 촬영이 없단다.
드디어 성인 연기자들의 촬영 시작에 긴장을 감추지 못한 두 사람이 결국 촬영 현장까지 찾아와 정려원와 여욱환을 응원하기 시작한다. 긴장했을 정려원과 더불어 사진 촬영에 임하는 등 동료 배우 챙기기에 한창이다.
촬영 중간 취재진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넨 이명우 감독은 “오늘 기사 나가면 다음 주에는 시청률 한 20%쯤 나올까요. 아니면 ‘<자명고>, 또 한 자리수’ 이런 기사 나오려나”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시청률이 안 나와도 현장분위기는 좋다”는 배우들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왜 안보지”라는 한 마디를 남긴 채 다시 스태프들 사이로 뛰어 들어간 이명우 감독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즐겁다. 성인 배우 교체 후 시청률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정려원은 <자명고> 촬영장에서 본격 투입에 앞서 촬영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정려원은 “오랜만에 촬영해 힘들 줄 알았는데 반갑고 느낌이 좋다. 본격적인 극 전개를 위해 승마와 칼 다루는 법, 기예 등을 배우고 있다. 처음엔 낙마사고도 나는 등 말을 잘 타지 못했는데 지금은 익숙하다”고 밝혔다.
촬영 없을 때도 현장 찾아와 격려…동료 배우 챙기기에 한창
13회부터 여욱환·정려원·정경호·박민영 성인 연기자 등장
정려원은 이어 “그동안 <자명고>가 아역 연기자들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됐는데 성인 연기자로 전환되면서 ‘자명고 돌풍’이 한번 불었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선배 연기자분들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훌륭히 연기해 주셨는데 배턴을 이어받는 내가 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려원은 또 “스토리가 탄탄하니 나를 비롯한 성인 연기자들이 잘하면 시청자분들이 언젠가는 받아줄 것이다”라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다. 시청자분들도 드라마를 비판하기보다는 마음을 열어놓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명고>는 지난 3월9일 스페셜 방송분을 통해 일반 시청자들에게 공개된 박민영의 목욕 모습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박민영은 “화면에 그렇게 나올 줄 몰랐다. 얇은 옷을 입고 물속에서 촬영했는데 카메라 기술인지 물의 시각적 효과인지, 안 입은 것처럼 보였다. 시쳇말로 ‘므흣하게’ 나왔다. 많이 속상했다”고 밝혔다. ‘므흣하다’는 누리꾼들이 야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
박민영은 이어 “찍을 때는 담담했다. 원래는 야한 장면이 아니었는데, 온라인에선 야한 제목으로 사진이 퍼졌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방송사를 원망하기도 했다. 여배우로서 감추고 싶은 부분도 있다. 다시 촬영할 기회가 생긴다면 목까지 푹 물에 담그겠다”고 말했다.
자명고는 오는 21일 방송 예정인 13회 정려원 여욱환의 등장을 시작으로 14회 박민영 정경호가 본격 등장하면서 성인 연기자로 전면 교체된다. 그간 아역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고전을 겪은 <자명고>가 성인 연기자들의 활약으로 숫자놀이(시청률)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