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톱 프로골퍼 스토브리그 대이동

스폰기업들 ‘간판스타’가 바뀐다

올 국내 골프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톱스타들의 스폰서 변경이 많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매년 겨울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선수들이 재계약을 하거나 스폰서가 바뀌는 것은 일상사. 하지만 올해는 해당 기업들이 얼굴 격으로 생각했던 톱스타들이 대거 이동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아 톱스타를 보유할 경우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전보다 훨씬 계약금 규모가 커졌음에도 선수들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하늘·양수진·김자영 등 스폰서 변경
미녀골퍼들 몸값 폭등…3억원은 기본

주방가구 전문업체 넵스는 간판스타 도미노이탈의 타격이 가장 컸다. 사실상 일반인들에게 무명기업이나 다름없었던 넵스는 양수진과 김자영 등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을 영입해 최근 몇 년간 가장 톡톡히 홍보효과를 누린 곳이다. 하지만 양수진은 매년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골프 최강자로 자리매김했고, 김자영은 지난 시즌 3승을 거두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는 곧 몸값 폭등으로 이어졌고, 넵스가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웠다. 결국 김자영과 양수진은 각각 LG그룹과 정관장으로 스폰서가 바뀌었다.

김자영·양수진 보낸
넵스 타격 ‘어마어마’

LG그룹은 여자골프선수를 후원한 적이 없었지만 김자영이라는 블루칩이 시장에 나오자 재빨리 계약을 맺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이 김자영을 활용해 홍보마케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관장도 양수진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존허, 유선영을 후원한 바 있는 정관장은 기복없는 플레이와 장타력, 패션감각을 겸비한 양수진이라는 원톱을 확보해 흡족해하고 있다.


지난해 상금왕 2연패를 차지하고 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쥔 ‘미소천사’ 김하늘도 모자 로고가 바뀌었다. 국내 여자골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 중 하나인 김하늘은 BC카드의 간판 격이었으나, 올해부터 KT선수가 됐다. 이정민·장하나와 계약을 연장한 KT는 김하늘과 함께 김혜윤까지 영입해 여자골프단 중 가장 눈에 띈다. KT는 자회사인 KTF가 골프단을 운영할 당시 김미현 등 LPGA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바 있으나 올해는 KLPGA의 대형구단이 됐다.

한화는 간판스타 유소연과의 계약을 마친 대신 지은희, 김송희, 이선화, 제니신 등을 대거 영입했다.
LIG소속인 양제윤은 지난해 대상을 받으면서 몸값이 뛰었다. LIG가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도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아직 유동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LPGA투어 상금왕 박인비도 몇몇 기업들이 영입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소속 이미림과 남자골프 김대섭(아리지CC)도 모 리조트와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소연, 양제윤, 박인비 등 톱랭커들까지 자리를 잡게 되면 올 시즌 스폰서기업들 간의 치열한 물밑경쟁은 막을 내릴 전망이다.

메인스폰서가 아닌 용품 등 서브스폰서들도 올 시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혼마가 김하늘, 이미림 등을 확보한 데 이어, 볼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던롭도 남녀 상위랭커 선수들 상당수와 볼 사용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골프 스토브리그가 스타선수들의 연이은 후원계약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지만 지난해 메인스폰서와 계약이 만료된 여자골퍼는 50명 정도였다.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한 유소연(23)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승을 거둬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김자영, KLPGA 대상을 획득한 양제윤, 양수진, 동갑내기 장하나, 이정민 등 대어급 선수들이 FA시장에 대거 풀렸다.

이들 중 최대어급으로 손꼽히던 ‘미녀골퍼’ 김자영이 LG그룹과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연쇄이동의 스타트를 끊었다. LG그룹의 LG전자와 LG생활건강은 김자영과 올해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계약했다. 계약조건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4~5억원선으로 국내 정상급 선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이 국내 여성 골프선수를 공식 후원하는 것은 김자영이 처음이다.


2010년 한국여자오픈 우승 후 2011년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2012년 에쓰오일 챔피언스에서 매년 1승을 거둔 양수진도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골프단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계약기간은 2년. 이밖에 장하나, 이정민도 지난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됐던 KT와 재계약을 마쳤다.

이에 반해 한화그룹과 LIG손해보험과 각각 계약이 만료된 유소연, 양제윤은 아직 메인스폰서를 찾지 못했다. 2011년 한화그룹과 연간 3억원+α에 계약을 맺은 유소연은 지난해 LPGA투어 제이미 파 톨레도 클래식과 KLPGA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여기에 LPGA 신인상 타이틀까지 획득하며 계약 당시와는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지 비슷한 선수 영입
‘스토리텔링’ 마케팅 인기

유소연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한화와 결별한 상태에서 대기업, 금융권 등 4~5개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세부적인 조항들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LIG손해보험과 2011년 후원계약을 체결했던 양제윤은 2012년 2승을 거둬 KLPGA 대상의 영광을 안았고 스타급 대열에 합류했다. 화끈한 드라이버샷과 정교한 퍼팅, 강심장까지 갖춘 데다 미모도 뛰어나 스폰서들이 영입하려는 대상 1순위지만 폭등한 몸값이 문제다.

LG전자·LG생건
첫 여선수 후원

처음 계약할 당시보다 인지도가 높아지자 LIG손해보험은 지난달 말 양제윤과 서둘러 재계약을 하려 했지만 금액 차이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선수들에게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베팅한 만큼 ‘마케팅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회 기간 중 카메라가 실시간 따라붙어 선수들 몸에 부착된 로고가 자연스럽게 노출됨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던 기업들은 이미 뿌리칠 수 없는 홍보효과의 단맛을 봤다. 새롭게 후원계약을 원하는 기업들도 단시간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를 잡자니 천정부지로 뛴 몸값이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프로로 전향한 ‘특급신인’ 김효주가 롯데그룹에서 무려 5억원을 받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톱골퍼들은 “신인인 김효주도 그 정도로 받는데 이미 입증된 우리가 적게 받을 이유가 없다”며 스폰서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선수는 연간 1억5000만원, 스타급이라면 3억원을 훌쩍 넘긴 몸값을 원하고 있다.

여자 프로골퍼들을 잡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 기업체의 임원은 “효과도 효과지만 선수들 몸값이 터무니없게 치솟았다”며 “계약을 체결하고자 금액을 제시하면 선수 쪽에서 너무 낮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이대로라면 골프 마케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뚜렷하다. 대어급 선수들은 몸값이 오르면서 함박웃음을 짓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씁쓸하다.

경기 불황 여파로 스폰서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원한다. 이렇다보니 상위랭커들과 신인 유망주들만 혜택을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중간급 선수들은 스폰서를 구하는데 늘 애를 먹고 있다.

스토브리그는 여자골퍼들에게만 열려있는 건 아니다. 남자골퍼들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 최연소 합격자 김시우의 메인스폰서 계약이 있었고, 노승열의 계약 소식이 잇따랐다.


눈을 해외로 돌려도 대박 계약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골프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계약도 곧 발표된다.

경기 불황 여파
스폰서시장 위축

최근 골프선수 스폰서 계약에서 새롭게 떠오른 트렌드가 있다. 바로 이미지가 비슷한 선수를 대거 영입해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것이다. 톱골퍼 한두 명만 단발로 계약해서는 골프팬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고 판단해서다. 한국 남자골프 기대주 노승열과 계약을 맺은 나이키는 스포츠 브랜드 공룡답게 스폰서 계약에서도 ‘올인’ 스타일을 고집한다. 옛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현 ‘골프킹’ 매킬로이를 영입해 세계 남자골프 ‘원투펀치’를 모두 거느리게 됐다. 매킬로이는 나이키로부터 10년간 무려 2억달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나이키는 ‘장타 군단’ 콘셉트를 내세운다. 우즈와 매킬로이 뿐 아니라 올해 계약을 맺은 노승열, 카일 스탠리, 닉 와트니가 모두 300야드를 거뜬히 보낼 수 있는 장타자들이다. 몇 년 전 나이키가 미셸 위에게 선뜻 1000만달러의 거액을 내민 이유도 골프 성(性)대결에 나선 ‘장타소녀’ 이미지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CJ가 김시우를 후원하기로 한 이유도 분명하다. 이미 계약을 맺고 있는 PGA Q스쿨 수석 합격자 이동환과 함께 활약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PGA Q스쿨 수석 합격자와 최연소 합격자가 만들어내는 ‘도전 스토리’만으로도 큰 화제를 몰고 다닐 게 분명하다. CJ는 김시우에게 국내 최고 대우 계약금뿐 아니라 ‘최연소 우승’ 등 앞으로 PGA 투어에서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최연소’ 타이틀에 거액의 보너스를 주는 당근을 내세웠다.

김하늘, 이미림, 이승현 등 여자골퍼와 용품사용 계약을 맺은 혼마는 소속 선수들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아주 잘 활용하는 업체다.

아예 용품사용 계약 선수들에게 ‘팀 혼마’라는 이름을 붙여 소속감을 부여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우승을 합해 ‘팀 혼마 우승 스토리’로 덧씌우는 아이디어를 냈다. 혼마는 이들을 통한 광고뿐 아니라 2013년 캘린더까지 만들어내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지난해 계약을 맺은 유소연, 김자영, 양수진, 김혜윤 등 국내외 여자골프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선수들에다 김하늘, 이미림, 이승현까지 추가한 혼마는 올해 8승 이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심한 듯 ‘용모 단정한’ 여자골퍼로만 후원선수들을 뽑는 넵스도 분명 미녀 여자골퍼들이 그려내는 스토리텔링이 주방가구 전문업체의 이미지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정관장 ‘건강미인’
잇따라 후원 계약

작년부터 여자골퍼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정관장의 스토리텔링 포인트는 건강이다. ‘건강 미인’ 양수진과 최근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도 건강 이미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여자골퍼 이보미, 송보배와 후원 계약을 했다.

비록 단발계약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다승왕에 오른 김자영과 후원 계약을 맺은 LG그룹이 기대하고 있는 이야깃거리도 분명히 있다. LG그룹 스마일 로고가 웃음이 아름다운 골퍼 김자영을 통해 더욱 미소 지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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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