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인생 40주년을 맞은 최종원이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세계적인 극작가 겸 영화감독 데이비드 마멧의 희곡 <아메리칸 버팔로>를 원작으로 한 <기막힌 사내들>은 1975년 초연 이후 77년 뉴욕 드라마비평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토니상에 두 차례 노미네이트됐다. 국내에도 92년 초연돼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전회 매진 기록을 세웠다.
지난 17일부터 17년 만에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에 다시 올려진 이 작품은 구태환이 연출을 맡고 초연 주연배우 최종원을 비롯, 베테랑 배우 윤여성과 신인 최진호가 출연한다.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돈의 고물상에서 아메리카 들소가 그려져 있는 동전 한 닢을 비싼 값에 팔고난 돈이 친구들을 소집해 다시 훔쳐올 모의를 하게 되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엮어나간 이 작품은 세 남자의 갈등을 통해 물신화되고 단절된 현대인의 관계를 조명한다.
최종원은 17년 전에 <기막힌 사내들>의 초연에 출연했다. 이 연극에서 그는 고물상 주인 역을 맡았다.
“사회가 양극화된 지금 현실에서 꼭 관람해야 할 연극이죠. 허망한 욕심을 둘러싸고 인간성 회복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서민들의 애환이 진하게 녹아 있죠.”
1970년 연극 <콜렉터>로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12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선 굵은 연기를 해왔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연극배우협회 회장 등을 지내며 누구보다 연극을 사랑했다.
“언제부턴가 대학로를 상업성 짙은 연극이 점령하기 시작했죠. 희극은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맛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인데, 지금은 누구나 다 코미디를 하고 있어요. 이런 현실이 싫어서 그동안 연극 출연을 자제했죠.”
대학로를 떠나 있긴 했지만, 연극을 떠나진 않았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댈러스에서 교민들을 위한 연극 무대에 올랐다. 800석이 꽉 들어찼다. 공연이 끝나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짜릿한 감동에 몸을 떨었다.
그는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에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강원도 정선군 폐광에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소극장과 창작 스튜디오 등을 갖춘 예술촌 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이 일에 매달려 왔다. 연극, 미술, 뮤지컬 등 모든 예술인들을 위한 ‘예술 창작실’을 밑그림으로 그려 각종 예술 페스티벌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한국 나이로 환갑을 맞았는데도 그의 꿈은 더 커져가고 있다. 지금까지 46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해 아프리카 말리까지 다녀오며 5대양 6대주에 모두 발을 내디딘 그는 시간이 되면 1년간 배낭여행을 하며 세계를 돌아다닐 작정이다.
“52세 때는 조오련 선수와 대한해협을 건너기도 했죠. 제 꿈은 이렇습니다. 배운 게 부족하기 때문에 더 배워야 한다는 거죠. 그건 세상과 직접 맞부딪히며 경험으로 쌓아야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