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겨울 향토체험 마을 ②제천 산야초마을

몸과 마음에 약 되는 힐링여행

충북 제천에 있는 산야초마을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최고의 힐링 여행지. 청풍호와 금수산을 가까이에 둔 아름다운 풍경과 산에서 나는 약초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인기다. 당귀, 천궁, 숙지황, 황기, 대추, 작약, 감초, 계피, 생강 등 약초를 이용해 두부나 떡을 만들고, 몸에 이로운 한방차나 약초 베개와 화장품 등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충청도 사람들의 그윽한 심성을 접하며 건강하고 여유로운 겨울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더욱이 청풍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행지는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모아놓은 청풍문화재단지에서는 호수의 정취를 느끼는 것은 물론, 제천 지역의 문화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정우염색갤러리에서는 염색 회화를 접하고, 청풍랜드 조각공원에서는 수몰민의 삶을 조각으로 만날 수 있다.

약초베개·한방차…추억의 오지마을 체험
‘보고 듣고 느끼고’ 오감이 만족하는 여행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은주가 영하를 향해 치달아도 ‘어느 산천을 찾아가 휴식을 취할까’ 생각한다. 회색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휴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건강하고 여유로운 겨울을 즐기기 위해 찾은 여행지는 충북 제천의 산야초마을이다.

산야초마을은 청풍호 가까이에 자리한 농촌체험마을로, 해마다 1만여 명이 다녀간다. 인기 비결은 산에서 나는 약초다.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아 각종 약초를 이용해 두부와 떡 등을 만들고, 몸에 좋은 비누와 연고, 한방차, 베개, 화장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아궁이 불 때기, 장작 패기, 고구마와 감자 캐기 등 농촌 체험도 가능하다. 산수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에 좋은 약초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니 최고의 힐링 여행지다.

겨울 마을의
풍경 속으로


여름에는 산에 올라 약초를 캐고 농사 체험도 하지만, 겨울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로 방문하는 초등학생은 두부, 인절미 등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익숙한 일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체험이다.

잘 불린 콩을 맷돌에 갈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난리다. 저마다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통에 한바탕 소란이 인다. 노란 콩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쓱쓱 돌아가는 맷돌도 재미있고, 잘 갈린 콩물이 나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다. 장작을 들이밀 때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장작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궁이에서 퍼지는 열기에 한겨울 추위도 잊은 지 오래다.

물이 팔팔 끓는 무쇠 가마솥에 콩물을 넣고 끓여 망에 거른다. 이어 간수를 부으면 서서히 굳으면서 두부가 만들어진다.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놀이다.

어른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약초 주머니, 약초 베개, 약초 비누, 약초 화장품, 약초차 만들기 등 몸에 이로운 체험을 즐긴다. 약초 체험은 간단하다. 인절미 떡메 치기, 두부 만들기, 약초 떡 만들기 등은 재료의 양과 준비 과정 때문에 단체 예약을 해야 하지만, 약초 체험은 예약 없이도 언제나 가능하다.

한방차의 대표 격인 쌍화차 만들기는 당귀, 천궁, 숙지황, 황기, 대추, 작약, 감초, 계피, 생강 등을 저울에 계량하고 모시 보자기에 담으면 끝. 집에 가서 끓여 마시면 된다. ‘쌍화’는 음과 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의미다. 기혈을 보하고 피로와 허한 것을 다스려 몸의 균형을 맞춰준다.

약초 주머니 만들기도 인기다. 약초의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해 방향제로 사용하면 제격이다. 잘게 썬 고수, 황기, 정향, 당귀 등을 적당량 모시 주머니에 담고, 예쁜 복주머니에 옮기면 완성된다. 약초 체험을 하는 시간은 짧지만, 몸에 밴 약초의 향은 오래 남는다.


지금은 산야초마을이 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농촌체험마을이 됐지만,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마을이 생겨난 것은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다. 호수가 생기면서 마을이 수몰되어 갈 곳 없는 주민들이 금수산 자락의 비탈밭에 모인 것이다.

체험과 더불어
역사까지 한눈에

가진 것 없어 힘들게 비탈밭을 일궜지만, 고구마와 옥수수 같은 일반 작물은 심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작물이 여물기 무섭게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기 일쑤였다. 결국 약초와 고추처럼 야생동물이 먹지 않는 농작물만 기를 수 있었다.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하천리가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다. 김태권 사장이 마을에 ‘약초생활건강’이라는 회사를 차려 주민들이 생산한 약초의 수매와 가공을 책임졌고, 마을 방문객에게 약초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소득을 올린 것이다.

마을 이름도 약초를 테마로 한 ‘산야초마을’로 바꿨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현재는 일곱 가구가 산야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산야초마을은 여느 농촌체험마을과 분위기가 다르다. 체험장과 민박이 모여 있고, 건물도 새로 지어 깨끗하지만 어쩐지 시골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마을이 좋은 것은 친절함이다. 이들의 친절함에는 목청 높여 자랑하지는 않지만, 충청도 사람들의 심성처럼 그윽한 맛과 멋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약초의 알싸한 향이 친숙한 향기처럼 다가온다.

산야초마을에서 체험을 마쳤다면 가까운 여행지를 돌아볼 시간이다. 청풍호는 제천의 이름난 여행지를 모두 품고 있다. 겨울 호수는 여름에 비해 생동감이 떨어져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청풍호와 제천 지역의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조성했는데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고가, 관아 등 볼거리가 많다. 고가에는 집주인이 사용하던 생활 유품 1600여 점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되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박정우염색갤러리가 있다. 염색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실크에 염료로 그림을 그리고 번짐을 막기 위해 파라핀을 녹여 덧씌운다.

도화지나 한지 대신 실크에 그림을 그려 색이 곱게 배어든 느낌이 몽환적이면서도 화려하다. 작가가 수작업으로 제작한 스카프, 커튼, 모자 등 생활 소품을 구입할 수 있고, 다른 작가의 미술 작품 전시회도 감상할 수 있다.

청풍랜드 조각공원도 겨울 호수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이다. 청풍 지역이 물에 잠기면서 수몰민이 정든 고향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만남의 광장을 조성했다. 광장에는 62m 번지점프, 청풍호 위를 나는 빅스윙, 인공 암벽장, 조각공원 등이 있다.

조각공원에는 호젓한 오솔길 따라 수몰민의 삶과 청풍의 사계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 35점이 숲 속에 들어앉았다. 만남의 탑 앞에는 수몰 전 청풍면과 한수면의 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동판이 있어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코스
청풍랜드 조각공원 → 산야초마을 → 청풍문화재단지 → 박정우염색갤러리

1박2일 코스
첫째 날 : 산야초마을 → 능강솟대문화공간 → 청풍문화재단지 → 박정우염색갤러리
둘째 날 : 청풍호 자드락길(3코스나 6코스) → 청풍랜드 조각공원 → 금월봉 관광지

웹사이트
제천시 문화관광 http://tour.okjc.net
산야초마을 http://sanyacho.go2vil.org, 043)651-3336
박정우염색갤러리 http://cafe.daum.net/dyeart, 043)644-4051
약초생활건강(약초 체험) www.yakcholife.com, 043)651-3336

문의
제천시청 관광과 043)641-6702
제천시 관광정보센터 043)641-6731
청풍문화재단지 043)641-6734

대중교통
기차_   서울역-제천역, 무궁화호 1일 1회(18:05) 운행, 약 3시간 소요
청량리역-제천역, 1일 16회(06:40~23:1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_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일 20회(06:30~21:00) 운행, 40~50분 간격, 약 2시간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일 31회(06:30~21:00) 운행, 20~30분 간격, 약 2시간 소요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제천버스터미널 043)644-5533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 남제천 IC → 82번 지방도(청풍 방면) → 청풍리조트 → 능강솟대문화공간 → 하천리 산야초마을

숙박
청풍리조트 : 청풍면 청풍호로, 043)640-7000, www.cheongpungresort.co.kr
호수풍경펜션 : 금성면 청풍호로, 043)642-8049, www.greenlake.kr
퐁네프펜션 : 청풍면 청풍호로, 043)653-5566, www.pontneuf.kr
갈잎소펜션 : 청풍면 청풍명월로, 043)646-6646, www.galipso.com

식당
예촌 : 약채정식, 청풍면 청풍명월로, 043)647-3707
하마가든 : 닭백숙, 금성면 신담2길, 043)651-5613
송강어가매운탕 : 쏘가리매운탕·토종닭, 한수면 미륵송계로, 043)651-8115
대보명가 : 약초밥상, 제천시 용두대로, 043)643-3050

주변 볼거리
능강솟대문화공간, 옥순봉, 금월봉 관광지, 율지리 말목장, 청풍호 자드락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