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고 여성들의 의상이 짧아지면서 몰카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하철이든 화장실이든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몰카범들로 인해 여성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봄이 되면서 축제 등 행사가 늘어나자 카메라 플래쉬는 더욱 바쁘게 터지고 있다. 축제를 즐기느라 방심하고 있는 여성들을 노리고 특정 신체부위를 찍는 범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이 몰리는 곳엔 어김없이 출몰하는 몰카범들의 수법을 들여다봤다.
“지하철에서는 함부로 카메라도 못 꺼내겠습니다. 도촬꾼으로 의심받기 딱 좋거든요.”
한 20대 남성의 말이다. 섣불리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카메라로 지하철 안을 찍기라도 했다가는 치마 입은 여성들을 찍는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인 탓이다. 이 같은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도촬꾼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음흉한 카메라
지하철이나 공중화장실, 축제장 등 붐비는 공공장소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노리는 도촬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지하철역이 혼잡한 출퇴근길에는 낯선 남성이 뒤에 서있기만 해도 “행여나 내 뒷모습을 찍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실제 도촬 피해로 인한 상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몰카 관련상담 신청 건수는 2003년 20건, 2004년 27건, 2005년 21건, 2006년 3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날씨 풀려 노출 많아지자 여성 노린 몰카범 활개
벚꽃축제, 지하철, 공중화장실 등 장소불문‘찰칵’
일부 도촬꾼들은 적외선 카메라 등 고성능 디지털기기 장비를 갖추고 보다 높은 질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하면 옷을 입어도 이를 투시해 알몸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다른 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구형휴대폰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인즉, 몇 년 전부터 나오는 휴대폰의 카메라는 진동으로 전환해도 사진을 찍을 때 ‘찰칵’하는 소리가 나도록 설계돼 있는 반면 구형 휴대폰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철저히 장비를 갖춘 몰카범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최근에는 여의도 윤중로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는 여성들을 몰래 찍은 몰카범까지 등장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2일, 여의도 벚꽃축제 행사장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정모(25)씨를 성폭력 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벚꽃놀이에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을 노리고 지난 10일 오후 3시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갔다. 정씨는 벚꽃을 촬영하는 척하며 카메라에 담을 여성을 물색했다.
그가 찾은 여성은 주로 짧은 치마나 몸에 붙는 청바지 등을 입은 여성들이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타날 때마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손가방에 5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구멍을 뚫고 디지털카메라를 숨기고 찍어 여성들은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3시간여를 마음껏 사진을 찍던 정씨는 자신을 유심히 지켜보던 의경에게 덜미가 잡혔다. 여성들의 뒤를 쫓으며 카메라를 아래쪽으로 내리고 사진을 찍는 정씨를 수상하게 여겼던 것.
경찰 조사 결과 정씨의 카메라에는 여성의 다리 등 신체 특정 부위를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경찰에서 정씨는 “벚꽃 구경을 나왔다가 나도 모르게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모터쇼에서 몰래 여성들의 신체부위를 찍은 40대 남성도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 일산경찰서는 지난 12일 디지털카메라로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 동영상을 100여 회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정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40분경 킨텍스 2009 서울모터쇼 행사장에서 디지털카메라 2대를 이용해 A(22·여)씨의 치마 속을 몰래 동영상을 찍는 등 이날 하루 여성 50여 명의 특정부위를 100여 회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인터넷 음란사이트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었으며 신차와 모델을 촬영하려는 관람객들로 모터쇼 행사장이 붐비는 틈을 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동영상 촬영 도중 행사장에 배치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지하철 몰카범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출퇴근시간 계단을 오르내리는 여성들의 치맛속을 찍거나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몰래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를 아래로 내려 다리 등 신체부위를 찍는 파렴치범들이다.
최근에는 무려 130여 차례에 걸쳐 지하철 등에서 몰카를 찍은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달 31일 지하철 내 에스컬레이터 등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여성의 신체와 속옷을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경, 대구 중구 덕산동 지하철 환승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부녀자를 뒤따라가 휴대전화로 치마 속을 찍는 등 지난 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130여 차례에 걸쳐 여성의 속옷, 엉덩이 등의 사진과 영상을 찍은 혐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나깨나 몰카 조심
공중화장실도 몰카범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은 여대 화장실은 범인들이 노리는 좋은 장소다.
최근에는 이화여대 화장실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몰카를 찍으려던 20대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여대 화장실에 잠입해 몰래 촬영하려 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2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4시5분 경, 이화여대 조형예술관 화장실에 숨어 들어가 옆 칸의 밑으로 휴대전화를 밀어 넣어 용변을 보던 B(19)양의 몸을 촬영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B양이 놀라 소리를 지르자 그대로 달아났으나 화장실 밖의 CC(폐쇄회로)TV에 도주하는 모습이 찍혀 덜미가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