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MB정부 출범, 그 이후…④재벌그룹 희비쌍곡선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4: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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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대기업 궁합 보니…천생연분 찰떡이 따로 없네!

[일요시사=경제1팀] MB정부가 저물어가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MB정부 들어 재계엔 출총제 폐지, 법인세 인하 등 '당근'이 마구 떨어졌다. 때론 '사정 바람'이 사정없이 불었다. 이 결과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무너지거나 휘청거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급격히 사세를 불린 기업도 있다. MB정부와 대기업의 궁합은 어땠을까. 30대 그룹의 5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봤다.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대선 승리 직후 
재계본산 전경련행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재계는 술렁거렸다. 그동안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르는 동안 재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재계 순위와 계열사수, 총자산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전체적으로 대기업들의 사세가 급격히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대통령의 취임(2008년 2월25일) 직전인 2008년 2월 초와 올초를 비교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달 발표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재계 순위 1위는 삼성그룹이다. 5년 전에도 '톱'이었던 삼성그룹은 1996년만 해도 현대그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1999년 대우그룹에까지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각각 2∼5위에 있는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의 순위도 변함이 없었다. 8위 GS그룹과 20위 대림그룹 역시 그대로 였다.

지난 5년간 전체적으로 급격히 사세 확장
순위, 계열수, 자산 등 적잖은 지각변동

STX그룹은 24위에서 13위로 무려 11단계나 뛰어올라 30대 그룹 가운데 5년 만에 가장 많이 성장한 곳으로 꼽혔다. CJ그룹은 19위에서 14위로 5단계 뛰었다. 현대중공업은 11위에서 7위로, 대우조선해양은 22위에서 18위로 4단계씩 점프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30위권 밖에 있던 에쓰오일과 부영그룹과 OCI그룹, 효성그룹, 대우건설은 각각 22~26위에 새롭게 진입했다. 이밖에 한화그룹(12위→10위), 한진그룹(10위→9위), 두산그룹(13위→12위), LS그룹 (16위→15위) 등도 재계 서열을 끌어올렸다.

반면 5년 전에 비해 재계 순위가 하락한 그룹은 9개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이 한국지엠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월만 해도 21위였던 한국지엠은 현대 29위로 추락한 상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9위에서 16위로 주저앉았다. 2006년 11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으나, 엄청난 인수금액(6조4000억원)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도로 '오바이트'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기에 '형제의 난'까지 벌어져 진땀을 흘리고 있다.

KT와 현대그룹도 순위가 떨어졌다. KT는 7위에서 11위로 4단계 주저앉았다. 17위를 기록했던 현대그룹도 4단계 아래인 21위에 올라 있다. 이외에 신세계그룹(15위→17위), 동국제강그룹(25위→27위), 코오롱그룹(28위→30위), 동부그룹(18→19위), 현대백화점그룹(27위→28위) 등도 재계 서열이 낮아졌다.


재계 서열에서 사라진 기업도 있다. 14위였던 하이닉스는 SK그룹이, 23위였던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했다. 26위 이랜드그룹과 29위 동양그룹, 30위 KCC그룹은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TX·롯데 '웃고'
금호·웅진 '울고'

재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30대 그룹의 재계 순위를 보면 상위권은 모두 제자리를 지켰으나 중하위권의 변동이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STX, 부영, OCI, 효성, CJ, 현대중공업 등이 도약한 반면 상대적으로 금호아시아나, 현대, 신세계, 코오롱 등은 약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 재계 40위권 웅진과 70위권 C&은 MB정권에서 공중분해됐다"며 "STX, 금호, 동양, 대한전선 등은 재무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지금까지도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얼마나 늘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의 계열사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8년 2월 초 774개에서 올초 1188개로 414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그룹당 계열사가 평균 10개 이상씩 불어난 셈이다.

MB정부 들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등 왕성한 몸집 불리기의 결과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등 닥치는 대로 사업을 벌이는 무차별적인 '문어발 확장'을 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을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계열사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롯데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43개에서 36개 늘어나 현재 79개를 기록했다. 포스코와 동부그룹은 각각 28개에서 63개, 60개로 30개 이상씩 증가했다.

지난 5년간 계열사가 20∼30개 늘어난 그룹은 8곳으로 나타났다. KT(28개→56개)와 LS그룹(22개→50개)은 각각 28개가 많아졌다. 또 ▲LG그룹은 27개(36개→63개) ▲GS그룹은 23개(54개→77개) ▲삼성그룹은 22개(59개→81개) ▲SK그룹은 22개(63개→85개) ▲현대차그룹은 21개(36개→57개) ▲CJ그룹은 20개(66개→86개)가 불었다.

한진그룹(26개→45개), 현대중공업그룹(8개→27개), 한화그룹(38개→52개), 신세계그룹(15개→28개), 현대그룹(9개→21개), 이랜드그룹(19개→29개), 동양그룹(21개→31개) 등은 '식구'가 각각 10∼20개씩 더 생겼다.

대우조선해양(8개→16개), 현대백화점그룹(25개→33개), STX그룹(16개→23개), 코오롱그룹(34개→38개), 대림그룹(14개→18개), 동국제강그룹(12개→15개), 두산그룹(21개→23개), KCC그룹(7개→9개) 등은 2∼8개만 늘었다.

상위권 기업들 모두 제자리
중하위권 치열한 순위 다툼

그런가하면 계열사가 줄어든 그룹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5년 전 35개 계열사를 거느리다 최근 20개로 15개나 감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사업조직재편과 기존업종 관련분야 진출, 새로운 분야 진출 등을 통해 회사들을 신규 편입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업, 운수업, 도매·상품중개업, 식음료소매업, 수입품유통업, 교육서비스업 등 손쉽게 돈을 버는 비제조업 위주로 계열사들을 늘려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30대 그룹은 계열사가 늘면서 총자산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과 지난해 4월의 자산총액 현황을 비교한 결과다.

삼성그룹은 144조원에서 256조원으로 112조원 늘어 자산 증가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그룹은 81조원(74조원→155조원), SK그룹은 64조원(72조원→136조원), LG그룹은 44조원(57조원→101조원), 포스코는 43조원(38조원→81조원), 롯데그룹은 39조원(44조원→83조원)이 불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 26조원(30조원→56조원) ▲GS그룹 20조원(31조원→51조원) ▲한화그룹 13조원(21조원→34조원) ▲두산그룹 13조원(17조원→30조원) ▲STX그룹 13조원(11조원→24조원) ▲CJ그룹 13조원(10조원→23조원) ▲한진그룹 11조원(26조원→37조원) 순이었다.

LS·신세계·동부·현대·대림·부영·효성·코오롱·KCC·동양그룹 등 나머지 대기업은 총자산이 각각 1조∼9조원 가량 증가했다.

30대 그룹에서 유일하게 총자산이 감소한 기업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7조원에서 지난해 19조원으로 8조원이나 증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순위, 계열사수, 자산총액 등에서 모두 지난 5년간 가장 큰 수모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는 유럽 금융위기 등 해외발 경제악재 여파가 한반도까지 덮치면서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했다. 여기에 사정기관들의 옥죄기까지 겹치면서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검찰이 선봉에서 '군기잡기'에 나섰다. 검찰은 MB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기업 비리에 날 선 칼날을 들이댔다. 고질적 병폐인 '검은 돈'을 집중적으로 털어냈다. 먼저 '친노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 선봉 군기잡기 여전
친노기업부터 메스 들이대
굼뜬 베팅에 줄줄이 도마에

검찰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10년 동안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을 다시 꺼내들었다. MB정부 출범 직후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인은 10여명 정도. 이들은 모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이중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 등 실제 친노 기업인들이 제물(?)이 됐다. 검찰은 '전 정권 표적설'에 대해 "특정 인물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잡아뗐지만, '사정폭탄'은 돌고 돌아 결국 '봉하마을'로 투하된 모양새였다.

이후 한동안 숨을 고르던 검찰의 움직임이 다시 감지된 것은 2010년 6월부터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대기업들이 굼뜬 '베팅'을 보이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대검 중수부가 재가동되자 대대적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관측은 현실이 됐다. 재정비를 끝낸 검찰은 예전보다 더욱 예리해진 칼날로 재계 압박에 나섰다. 그 신호탄은 한화그룹이었다. 이어 프라임그룹, 애경그룹, C&그룹, 태광그룹, 오리온그룹, SK그룹, LIG그룹 등으로 '검풍'이 매섭게 몰아쳤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회사에 48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2008년 11월 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2008년 12월 회사 공금 2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은팔찌'를 찼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은 2010년 11월 1조원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회삿돈 1400여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 1심과 2심에서 징역 4년6월을 선고받았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60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00억원대 기업어음(CP) 부정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LIG그룹 오너일가 3명(구자원 LIG그룹 회장,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사건도 적지 않다. 도마에 올랐던 기업들은 변죽만 울린 검찰의 헛발질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MB정부 들어 검찰이 처벌한 첫 재벌그룹 총수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다. 현 회장은 법정관리 중이던 한일합섬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배임 등 혐의로 2008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궁지에 몰렸다가
기사회생 총수도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은 주가조작과 구명로비 의혹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증권거래법 위반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대통령의 셋째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주가조작 의혹을, 이 대통령의 사돈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수영 OCI그룹 회장 등도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가 결국 흐지부지 됐다.

민주당은 재벌 총수·대기업에 대한 MB정부의 봐주기·감싸기 수사를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은 "MB정부의 사정기관이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사건을 다룸에 있어 한없이 관대한 봐주기·감싸기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동안 깃털만 만지작거리다 전광석화처럼 덮었거나, 굼벵이 수사로 지지부진한 대형 부정부패비리 사건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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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