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마약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일본 야쿠자가 개입됐다. 사실 그동안 일본 조직폭력조직인 야쿠자가 국내 마약시장에 진출해 마약을 판매한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실체가 잡히지 않아 풍문으로만 떠돌던 수준이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무려 3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하려 한 야쿠자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물론 마약을 유통하기 전 검찰에 잡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후폭풍은 크다. 야쿠자가 국내에 진출했다는 것과 한국이 마약의 최종 소비처가 됐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호텔 와인바에서 일본 야쿠자 조직원들이 와이셔츠 포장 박스 4개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 박스 안에 들어있던 것은 와이셔츠가 아닌 마약. 이들은 박스 1개당 필로폰 250g을 숨겨 판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장에서 검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국정원의 첩보를 잡은 부산지검 마약범죄수사부가 급습해 현장을 덮친 것. 이로써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야쿠자의 국내 마약시장 진출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날 이들이 국내에 유통시키려 한 필로폰은 모두 1021g으로 무려 3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시가 30억원 어치의 양이었다.
부산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지난 6일,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시키려 한 일본 야쿠자 조직원 출신인 A(53)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일본 영주권을 갖고 야쿠자 조직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외제차 딜러 박모(37)씨와 이모(33)씨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야쿠자 출신의 A씨는 일본 야쿠자 최대 조직인 ‘야마구치구미’에서 약 14년간 활동한 전력이 있다. 야쿠자 회장 비서로도 약 10년간 활동한 간부급에 해당한다.
A씨와 함께 필로폰을 주고받은 박씨와 이씨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외제차를 수출하는 딜러 일을 하다 야쿠자와 알게 되어 이번 일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씨는 야쿠자의 조직원에 가입해 활동을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미리 대기하던 이씨와 만나 같은 날 오후 2시20분 모 호텔 와인바에서 와이셔츠 포장지에 숨긴 필로폰을 판매하려다 검거됐다.
이번 사건을 맡은 검찰관계자는 “우리나라를 최종소비처로 삼고 일본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가능한 한국인을 조직원으로 포섭해 마약을 유통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일본 야쿠자 국내에 필로폰 유통하려다 검찰에 덜미
야쿠자 국내 마약시장 진출 첫 사례…마약인구 증가 영향?
검찰의 급습으로 야쿠자가 국내에 마약을 유통시키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야쿠자 마약시장 침투’가 실제로 있는 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을 경유해 야쿠자에게 마약을 밀반출하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지난 3월에는 30억원어치의 필로폰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한 국제마약밀매조직원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필로폰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한 국제마약밀매조직원 B씨(24·여·싱가폴)등 3명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와 C씨(52·여·말레이시아)등은 지난 3월4일 오전 5시50분경 국내에 입국한 뒤 이미 잠입 중이던 조직원 D(42·나이지리아)씨로부터 건네받은 필로폰 1kg(시가 30억원)을 다음 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밀반출하려한 혐의다.
이들이 소지한 필로폰 1kg은 한 번에 25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공항검색을 통과하기 위해 필로폰을 은박지로 포장한 뒤 특수 제작한 여행용 가방 밑 부분에 숨겼으며 여성용 속옷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조직의 상부로부터 일본 야쿠자에게 다량의 필로폰을 공급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한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마약경유지로 이용해 온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한국을 마약 최종 소비지로 삼고 야쿠자가 직접 나서 마약을 들여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편 이들 야쿠자가 전통적으로 큰 규모의 마약거래를 해 온 조직이라는 점은 국내에 마약인구를 늘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압수된 필로폰이 진공포장 되어 있고 매매대금을 환치기하는 수법으로 일본에 바로 송금하려 한 수법 등으로 미뤄 이들이 전문 밀매 조직의 조직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전문 마약거래상이 국내에 마수를 뻗쳤다는 것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유사한 방식의 마약유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의 바람을 타고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마약인구에 부채질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검찰은 일본 수사 당국과 공조해 마약 유통을 지시한 일본 야쿠자 간부 검거에 나서는 한편 정확한 마약 유통경로, 공범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또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