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 안에서 술을 마시고 성매매까지 할 수 있는 이른바 ‘풀살롱’이 경찰에 처음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업소는 서울 강남의 10층짜리 건물 안에서 영업을 해 왔다. 이 건물의 1~3층은 여성 종업원들의 대기실, 4~7층은 룸살롱, 8~10층은 방마다 침대가 놓여 있는 성매매 장소로 이용됐다. 성매매를 위해 장소를 이동할 필요 없이 원스톱서비스가 이뤄진 셈. 이처럼 단속의 눈을 피하면서 불황을 타개해보려는 변종 유흥업소들이 생기면서 밤문화의 수위는 점차 짙어지는 양상이다.
룸살롱에서의 여흥과 소위 말하는 2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풀살롱’이 생긴 것은 여러 해 전이다. 풀살롱은 성매매를 하기 위해 장소를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달아오른 기분을 그대로 2차로 가져갈 수 있다는 매력으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종 유흥업소가 처음으로 서울 강남에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첫 타자는 서울삼성동에 위치한 N모 업소.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5일 룸살롱을 차린 뒤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업주 강모(37)씨와 여자종업원 13명, 남자 손님 11명 등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10층짜리 빌딩이 강씨가 소유한 업소로 술 마시기에서 성매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신종 유흥업소였다.
이 건물 1~3층은 여자 종업원들이 기다리는 대기실로 사용됐고 4~7층은 24개의 룸으로 이뤄진 룸살롱으로 운영됐다. 그리고 문제의 8~10층이 18개 객실로 꾸며진 성매매장소였다. 이 객실에는 방마다 침대 등 성관계를 위한 물건 등이 비치되어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업주 강씨는 손님을 선별했다. 돈이 있다고 해서 이용이 가능한 것은 아닌 셈이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만들어 철저히 예약제로 업소를 운영했다.
강씨는 지난해 9월 이 빌딩을 빌려 구청으로부터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은 뒤 불법으로 건물을 개조해 영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술을 마신 손님들과 여종업원들이 성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알선해 온 것. 이를 위해 강씨는 여종업원 35명과 남자종업원 30명을 고용한 뒤 1인 당 42만원을 받고 술에서부터 성매매까지 제공해 왔다.
경찰에서 강씨는 “종업원이 한 것이기 때문에 몰랐다. 8~10층은 다른 사업자가 준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 직원들이 임의로 손님을 올린 것 같다”며 발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출장부와 증거품 등으로 경찰은 강씨에게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여종업원 13명, 남성 손님 등 24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처럼 변종 룸살롱인 풀살롱은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또 경기불황으로 인해 비교적 싼 가격에 2차까지 가능하다는 매력에 이끌려 손님들이 늘면서 이 같은 업소는 더욱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다.
실제 현재 서울 강남에 있는 유흥업소들의 절반가량이 적자에 허덕일 만큼 유흥업계도 경기한파를 혹독히 체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무리 심한 불황이라도 경쟁력이 없는 일부 업소들만 문을 닫았지만 지금은 많은 업소들이 자금난에 문을 닫고 있다. 특히 룸 개수가 10개 이하인 소형 룸살롱들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렇다보니 유흥업소들은 타 업소들과는 다른 경쟁력을 확보하고 단골손님을 잡기 위해 조금씩 변형된 방식으로 업소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 보다 자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면서 유사성행위나 성매매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택했다.
강남 10층 건물 통째로 임대…술+성매매 운영 풀살롱 영업장 철퇴
여자종업원 13명 남자손님 11명 ‘부비부비’하다 단속뜨자 혼비백산
일부 업소들은 아예 룸살롱의 방 안에서 여종업원과 손님이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주머니사정이 어려워진 손님들이 비싼 술은 적게 먹는 대신 같은 값으로 더욱 기억에 남을 만한 유흥을 즐기길 원하고 있고 이를 맞추려는 업소들이 도를 넘어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이번에 적발된 풀살롱 역시 보다 싸고 보다 질펀한 유흥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생긴 업소 중 하나다. 40만원 정도에 술과 안주, 성매매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는 것은 파격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풀살롱을 자주 다닌다는 한 40대 남성은 “접대를 하기 위해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가격대비 매우 만족스런 서비스였다”며 “2차를 전제로 룸살롱을 간다는 것이 꺼림직하기는 해도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긴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같은 업소들이 오랫동안 인기몰이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엄연히 불법인 성매매를 알선하는 풀살롱은 사실 업계 물을 흐리는 업소인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가 호전되고 유사한 업소들이 더욱 늘어나면 결국 이런 업소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청은 5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성매매업소에 대해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방청과 경찰서 수사 인력을 최대로 투입해 합동단속반을 편성, 기존 성매매 집결지를 비롯한 대형유흥업소,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 신·변종 업소, 인터넷 성매매 등에 대해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또 업소 단속 시 건물주에 대해서도 처벌하고 성매매업소를 비호하는 조직 폭력배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