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기 불황을 틈타 각종 수수료를 올리고 부가서비스는 축소한 탓이다. 카드사들은 금융위기로 수익이 줄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에게 손실을 떠넘긴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용카드사들의 ‘얌체상혼’을 파헤쳐 봤다.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줄줄이 인상
부가서비스 축소·신용공여기간 단축…고객혜택 줄여
카드사 “불황으로 수익성 악화돼 어쩔 수 없다”
소비자 “자정 노력 없이 고객에게 손실 떠넘겨”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잇따라 연회비와 각종 수수료율을 높이는가 하면 기존 광고에서 내세웠던 부가서비스와 할인혜택을 축소, 폐지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의 이러한 행동은 불황으로 카드사용 실적 성장세가 급락하고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고객들은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이 몸집을 줄이는 등의 자정 노력을 하지 않고 고객 서비스만 줄이는 것에 대해 비난을 하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신용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인상하고 있다.
외환카드는 지난 1일부터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종전 0.5%에서 0.55%로 0.05% 인상했다. 현금서비스로 100만원을 받으면 기존에는 5000원의 취급수수료가 부과됐지만 이젠 55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카드수수료 인상 ‘팍팍’
부가서비스 혜택 ‘싹뚝’
삼성카드는 은행 영업시간 기준 현금지급기 서비스 건당 이용수수료를 600원에서 800원으로 33%나 올렸다. 현대카드도 지난해 12월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0.5%에서 0.59%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11일부터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수수료율을 동시에 올렸다.
롯데카드 등 다른 전업 카드사와 대구은행·부산은행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0.05~0.1% 수준에서 상향 조정했다. 국민은행과 대구·전북·경남 등 지방은행들도 지난 9일 전업계 카드사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35~40% 인상키로 했다.
전업계 신용카드사들은 고객 결제계좌에서 결제대금이 인출될 시 인출건별로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또 지방은행들은 기존에 없던 ‘자동이체 변경 수수료’를 신설, 건당 15원씩 전업계 신용카드사들에 부과키로 결정했다.
신용카드사들은 또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 결제대금 청구에 대한 기준으로 삼는 신용카드 이용기간인 신용공여 기간과 한도도 줄이고 있다.
BC카드 가맹 카드사들은 자사 고객에 대해 오는 5월 결제분부터 일시불 및 할부판매의 신용공여기한을 3일씩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씨 회원사인 우리은행이 자사 카드 고객의 신용공여기한을 기존 최장 47일에서 44일로 줄이고, 농협도 BC 가맹 농협카드에 대해 신용공여기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기업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도 5월 결제분부터 자사의 BC 가맹 신용카드에 대해 3일씩 일괄 신용공여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앞서 당초 최장 45일이던 신용공여기간을 신용판매에 대해 42일로 앞당겼다. 신한카드도 3일씩 해당 기간을 감축했다. 롯데카드는 신용판매 신용공여기간을 2일 줄였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고객들의 결제대금 정산이 빨라져 신용카드사의 자금 부담이 줄어든다”면서 “반면 고객들은 결제대금 정산이 빨라지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신용카드사들은 더욱이 할인혜택 등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연회비를 인상하는 행태를 보여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 1월1일부터 ‘현대카드 M·V·H’ 신규 회원의 연회비를 5000원 인상했다. 더욱이 SK오일백 현대카드의 연회비는 5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3배 인상됐다. 또한 오는 6월5일부터는 전월 실적에서 주유이용금액을 제외하기로 했다.
현대카드H의 경우에는 전월 실적 기준으로 변경했다. 또 학원에서 결제한 금액에 대해서는 전월 실적에 포함시켰지만 할인 받은 결제금액은 전월 실적 산정에서 제외시켰다. 일부 가맹점이 할인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제공되던 치과, 한의원(한방병원은 할인 대상 유지) 할인 서비스는 중단했다.
불황으로 수익성 악화
자금난 타개할 자구책
연회비 100만원짜리 카드인 ‘더 블랙(The Black)’도 연회비를 100% 안팎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기존 회원의 보유카드의 경우 유효기간 내에는 기존 연회비가 유지된다. 더욱이 현대카드는 올해부터 전가맹점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중교통 100원 할인서비스로 인기를 모은 하나카드의 ‘하나 마이웨이’ 카드는 영화·외식·놀이공원 등의 서비스 이용 자격요건을 지난 2월1일부터 ‘월 이용금액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강화했다. 또한 홈에버 주중 5%, 주말 7% 할인 서비스는 중단했다.
삼성카드는 기존에는 월 평균 카드 사용액이 10만원 이상이면 놀이공원과 한국민속촌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 4월부터는 직전 3개월 월평균 실적 10만원 이상에서 월평균 20만원 이상 사용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주요 백화점과 가전제품 매장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도 중단했다. 지난 15일부터는 S-OIL 주유 시 적립되는 보너스포인트 적립기준을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에서 직전 3개월 월평균 30만원 이상으로 강화했다.
KB카드는 포인트 적립 기준을 신용카드 매출금액의 0.2%, 체크카드 매출금액의 0.5%를 포인트로 적립하던 기존 방식에서 내달 15일부터 신용카드 매출금액의 0.1%, 체크카드 매출금액의 0.2%로 포인트 적립률을 축소시켰다. 일부 카드를 제외하고 무이자 할부에 대해서는 포인트 적립을 해주지 않는다.
롯데카드는 지난 2월15일부터 3개월 동안 한 달 평균 30만원 이상을 사용하지 않으면 포인트 적립률을 0.1%로 축소했다. 주유할인은 월평균 10만원 사용 요건을 채워야 가능하다.
또 지난 1월부터 인터넷통신 제휴카드인 ‘XPEED 롯데카드’와 ‘메가패스 롯데카드’의 10% 할인 서비스를 최근 3개월 동안 이용실적 30만원 이상인 회원에 한해 제공하도록 변경했다. 아울러 포인트 적립 기준을 최근 3개월 동안 30만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0.2%, 30만원 미만이면 0.1%를 적립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외환카드는 부가서비스 혜택 기준을 오는 5월1일부로 상향 조정한다. 주유할인은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 놀이공원ㆍ외식할인은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 월1회, 연6회, 영화할인은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 월2회, 연12회(최대 24매)로 기존의 실적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또한 통신할인의 경우 최근 90일간 신용구매 금액 30만원 이상(1년 간 1000원)ㆍ50만원 이상(1년 간 2000원)에서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6개월 간 2000원 할인)으로 조정했다.
우리V카드는 오는 7월1일부터 국내 가맹점 이용액의 포인트 적립을 0.2%에서 0.1%로 변경(무이자 할부 이용액은 적립에서 제외)하고,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 면제(전월 30만원 이상 이용 회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신한카드는 특정 잡지 정기 구독 시 할인, 벅스 홈페이지에서 5000원 결제 시 MP3 1곡 무료 제공, 뷰티 살롱 30% 할인 서비스 등 제휴사와의 계약 만기로 인해 종료되는 개별 서비스를 조정했다. 서비스 변경 부문은 이가자 헤어서비스 전 카드 15% 할인(판매 제품은 제외)에서 전 카드 15% 할인(커트·드라이 및 판매 제품은 제외)으로 지난 2월부로 변경했다.
또 오는 7월1일부터 직전 3개월 이용 금액이 월 10만원 이상이던 카드 할인 서비스 조건을 전월 20만원 이상 사용으로 올리기로 했다. ‘아침愛카드’의 유명 해장국집 10~20% 할인서비스는 오는 5월1일부터 중단하는 등 일부 서비스를 그만하기로 했다.
“카드사들 자정노력 없이
소비자에게만 희생 강요”
신용카드사들은 혜택을 축소하는 것을 수익성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사의 주장대로 지난해 말 경기침체가 본격화되자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증가세로 돌아섰고 카드 사용금액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의 신용판매승인실적(체크ㆍ선불카드 포함)은 27조152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9.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통틀어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금융위기가 본격화 됐던 지난해 10~12월 판매승인실적 증가율은 각각 15.23%, 9.80%, 9.09%로 매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1~9월 전년 동기 대비 판매승인실적 평균증가율이 20.08%였던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10월부터 상당히 둔화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5.9%로 정점을 보인 뒤 8월 5.6%, 9월 5.1%, 10월 4.8%, 11월 4.5% 등으로 5개월 연속 둔화됐다.
더욱이 올해 1분기(1~3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연도별 1분기 카드사용액 증감률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저치다.
올 1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은 75조4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9% 늘어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년동기 대비 1분기 카드사용액 증감률은 카드사태 직후인 지난 2004년 마이너스(-) 8.46%를 기록한 뒤 ▲2005년 13.64% ▲2006년 18.40% ▲2007년 13.25% ▲2008년 21.66%로 비교적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전년동기 대비 월별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2008년 9월까지 20%대를 기록하다가 10월 15.23%, 11월 9.80%, 12월 9.09%대까지 떨어졌다. 올들어서도 1월 3.89%, 2월 6.67%, 3월 6.22%의 한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용액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반면 연체율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 등 5개 전업계 카드사의 지난해말 연체율은 3.43%로 지난해 9월말보다 0.15% 포인트 올랐다. 이러한 이유로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와 포인트 적립률을 줄이고, 카드 이용한도와 연체 관리는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고객들은 그러나 자정 노력을 하지 않고 서비스만 줄이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카드사들간 과열 경쟁을 하면서 스스로 수익성을 악화시킨 채 그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카드사들의 이중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A씨는 “카드를 발급할 때는 여러 가지 의사를 물어보고 가입시키더니 카드 발급 후에는 일방적인 통보로 서비스 축소를 알려와 카드사가 소비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자사의 손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부분이 관행처럼 이루어져 왔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제재를 하거나 현행법상 할 수 없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보완을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