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강남에 위치한 한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말이다. 최근 이상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각국의 시청자들이 한국 연예인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일본 중년여성들은 특히 욘사마(배용준)를 보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만 먼발치에서조차 얼굴을 볼 수 없어 유흥업소를 찾아 비슷하게 생긴 호스트를 찾아 위안을 삼고 있다.
“동양의 로맨티스트 욘사마 닮은 남자 어디 없나요.”
일본 지바에 거주하는 중년여성 미유끼(47)는 친구 3명과 함께 탤런트 배용준의 향수를 느끼러 관광차 지난 3월 중순 한국을 방문했다. 미유끼는 “욘사마가 주연한 영화 <외출> 촬영지인 삼척을 다녀온 뒤 출국하기 전 친구들과 유흥업소를 방문할 계획이다”라고 귀띔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는 미유끼는 지난해 7월 한국방문 뒤 일본에 돌아가니 친구들이 “욘사마를 봤냐”고 물어봐 이번 방문에는 유흥업소에 가서라도 “욘사마를 닮은 남자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한류스타들의 방문이 잦다고 소문난 업소들에 일본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유흥가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류스타 C가 가끔씩 찾는다는 서울 청담동 A주점을 방문할 계획인 미유끼는 “배용준을 닮은 호스트와 파트너를 이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로 40~50대 중년여성층으로 구성된 ‘한류스타 마니아’들은 호스트바 방문 시 호스트들에게 5만~10만엔을 팁으로 주는 등 ‘퀸’으로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
A주점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웨이터 J는 “일본 아주머니들이 정말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남자연예인들이 머물렀던 룸을 부킹해 달라고 전화까지 온다”고 놀라워했다.
J는 또 “부킹을 하는 중년여성들 중에는 배용준이나 이병헌을 닮은 남자로 데리고 오라고 주문까지 한다”며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등 대범함을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을 맞이하는 강남 호스트바 업소 대표들은 일본 중소기업 대표 부인들, 여성 전문직 종사자들 등 재력 있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호스트들에게 일본어회화 교육까지 시키는 추세다.
논현동 H업소 측은 “여성 손님들이 워낙 씀씀이가 크다보니 되도록이면 꽃미남에다 고학력, 일본어 회화 가능, 매너 등 4가지를 고루 갖춘 호스트를 알바로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터 J “배용준이나 이병헌 닮은 남자 부킹 주문 많아”
유흥업소는 일본 중년여성들이 한 번쯤 거치는 관광코스
H업소 L대표는 “일본 현지에서 이미 한국 호스트바가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에 관광 온 일본 여성 손님들이 업소 매출의 25%를 올려주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L대표는 이어 “일본 중년 여성들은 일본 남자에겐 없는 한국 남성의 터프함, 매너, 사랑 표현에 반한다”며 “업소를 나설 때 자신의 파트너였던 남자에게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묻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젠 드라마 <겨울연가>, 영화 <외출> 등 영화 촬영지뿐만 아니라 유흥업소도 일본 중년여성들이 한 번쯤 거치는 관광코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흥업소뿐 아니라 외국관광객이 오면 들르는 코스가 또 있다. 바로 성형외과. 최근 외국의 한 유력 일간지는 지구촌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왕방울 만한 눈, 오똑 솟은 코, 가냘픈 턱 등을 갖기를 기대하며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류바람이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하며 한국인뿐 아니라 ‘서울 스타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중국, 일본, 동남아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성형외과 병원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부터 성형수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한류스타 이영애·최지우·전지현·김희선 등처럼 되기를 바라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숙련된 성형외과의 확보에 필사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서울에서 가장 큰 성형외과 병원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K의 경우 하루에 20여 명의 얼굴 성형수술을 집도하고 그가 운영하는 4개 병원에선 하루 200여 차례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K가 중국 상하이 2개 병원에 투자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서울 한 성형외과 원장은 “이영애 같은 눈이나 코처럼 수술해 달라는 주문이 많다”며 “고객들이 자신들이 닮고 싶어하는 드라마 주인공의 사진을 들고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스타를 닮고 싶다는 열망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한국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며 “매월 30명 정도 일본인과 중국인 성형 관광객이 수술을 받는다.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자신의 병원에서 수련하는 외국인 의사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이처럼 한국에서 성형수술이 번창하고 있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하고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았다. 서울에서 1만3000달러를 들여 턱뼈를 깎고 눈을 확대하는 수술을 받은 25세 싱가포르 여성은 인터뷰에서 “성형수술은 패스트푸드와 같다”며 “한국의 기술이 매우 훌륭하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보도했다.
서울의 성형수술 가격은 태국 수준으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저렴해 쌍꺼풀 수술의 경우 1500달러로 미국의 절반 가격밖에 되지 않는다. 또 한국인의 가치관이 점차 외모를 중시하는 데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 한류바람이 확산하고 있는 점, 중국의 경제발전 등이 서울에서 성형수술업 성황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