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메디앙스 등 유아용품업체에서 제조한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석면은 발암 위험성이 높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에 지금까지 믿고 사용했던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유해한 외부환경으로부터 자극 받기 쉬운 아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발랐던 파우더가 오히려 아기에게 ‘독’이 된 탓이다.
아기 피부를 보송보송하게 하고 건강하게 유지시켜 줄 것이라고 믿고 아기 전신에 발랐던 베이비파우더가 알고 보니 발암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청은 지난 1일 시중에 유통 중인 탈크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모든 베이비파우더 제품(14개사 3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이 중 8개사 12개 품목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석면은 단열성, 내구성 등이 뛰어나 건축자재로 널리 사용됐으나 발암성이 확인된 후 점차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성 등급에 따르면 석면 또는 섬유상 탈크는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1(1등급)에 해당한다.
이번 검사결과 석면이 검출된 제품을 보면 ▲보령메디앙스㈜의 ‘보령누크 베이비파우다’, ‘보령누크 베이비칼라콤팩트파우다’, ‘보령누크 베이비콤팩트파우다 화이트’, ‘보령누크 크리닉베이비파우다 분말’ ▲유씨엘의 ‘베비라 베이비콤팩트파우더’, ‘베비라 베이비파우더’ ▲성광제약㈜의 ‘큐티마망 베이비파우더’ ▲한국콜마㈜의 ‘라꾸베 베이비파우더’ ▲락희제약의 ‘락희 베이비파우다’ ▲대봉엘에스㈜의 ‘알로앤루 베이비콤팩트파우더’ ▲한국모니카제약의 ‘모니카 베이비파우더’ 등 11종과 덕산약품공업이 공급한 원료 ‘덕산탈크’ 제품이다.
특히 이번 식약청 조사에서 가장 많은 제품이 적발된 보령메디앙스는 유명 메이커 유아용품 업체로 아기 엄마들의 선호도가 높다. 따라서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 신생아 때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암 파우더’를 한 번쯤은 사용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문제는 피부를 통한 흡수 가능성은 낮지만 바르는 과정에서 아이와 엄마가 석면 성분을 들이마실 경우다. 석면이 폐에 침투하면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석면의 유해성은 당장 나타나지 않고 10년 이상 지난 뒤 폐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우리 아기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비자 “석면을 돈 주고 사서 발랐다니 기가 막힐 노릇”
보령메디앙스 파문 확산되자 홈페이지에 리콜 계획 발표
식약청은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원인으로 주원료로 사용하는 탈크가 자연 상태에서 석면형 섬유가 혼재될 수 있는데 제품 생산과정에서 이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과 유럽 등은 탈크에 함유된 석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지난 2005년부터 석면 검출량을 규제해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식약청은 석면검출이 확인되자 뒤늦게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을 전량 회수해 폐키로 하고 석면 검출의 원인이 된 탈크의 규격에도 석면 항목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팔려나가 사용된 제품에 대해선 소비자를 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게 일고 있다.
주부 A씨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신생아 때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고 있다”며 “암을 유발하는 석면가루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사용되는 제품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주부 B씨는 “아기 때 기저귀 발진이 있어 베이비파우더를 썼는데 정말 생각만 해도 미치겠다”며 “석면을 돈 주고 사서 아이들한테 기저귀 뗄 때까지 사용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소비자원도 지난 2일 시중에 유통 중인 베이비파우더 제품 중 석면이 검출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통 및 판매가 금지된 제품을 구입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등 소비자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보령메디앙스는 부랴부랴 홈페이지에 팝업창 형태로 ‘안내문’을 올리고 “리콜을 즉각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보다 안심할 수 있는 제품만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과문이 아닌 안내문이란 타이틀로 게재함으로써 소비자의 불만만 증폭시켰다.
결국 보령메디앙스는 ‘안내문’을 ‘사과문’으로 변경했다. 변경된 사과문을 통해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제품 안전 강화 방안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아이와 엄마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유아전문기업으로서 적법여부를 떠나 해당 제품 전체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