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WBC 습격사건’ 풀스토리

서로 믿은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국민성원의 ‘합작품’

한국 야구대표팀이 제2회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잘했다’는 찬사와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의 선전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구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한 이유로는 김인식 감독의 지도력을 꼽은 응답자가 48.7%로 가장 많았고 ‘선수들의 실력’이 39.9%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일본은 WBC 2연패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506억엔(약 719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인한 수출증대효과도 636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회기간 동안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해봤다.


WBC 경기를 앞두고 한국야구팀은 초반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자인 이승엽, 김동주와 함께 해외파 투수인 박찬호, 김병현, 구대성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승엽은 1회 대회 때 6개의 팀홈런 중 5개의 홈런을 날려 전체 85%의 비중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타점도 26타점 중 10타점을 기록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을 정도다.
투수진 역시 1회 대회 때는 박찬호, 구대성, 김병현 같은 해외파의 이닝비중은 70%대에 가까웠고 평균자책점도 해외파(1.48), 국내파(3.10)로 해외파 투수진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영화로 따지면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톱스타 없는 주연들로만 영화를 제작한 셈이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병현은 여권이 없어서 출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전쟁을 코앞에 두고 추신수의 출전문제 역시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클리블랜드 구단 관계자는 추신수의 MRI 검사결과를 보고 대회출전 여부를 공식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고, 검사에서 약간의 이상이라도 발견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하차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상대팀인 일본은 다르빗슈, 오가사와라 등 일본을 대표하는 톱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출전 요청을 한데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마쓰자카, 조지마, 이치로, 이와무라까지 참여해 막강 전력 팀이 갖춰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 경기 한 경기 치러지면서 선수들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승엽을 대신해 김태균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하고, 게다가 막강한 계투진(정대현, 정현욱, 임창용)의 경이적인 호투는 시합이 더해 갈수록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준결승에서 맞붙은 베네수엘라는 애초 비교자체가 될 수 없었다. 한국 선수들 전체의 몸값이 베네수엘라의 간판선수 1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한국에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추신수 1명밖에 없었지만 베네수엘라는 무려 22명에 달했다. 올 시즌만 비교해 봐도 10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선수가 상당수 포진해 있는 상태였다. 베네수엘라는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 남미국가와는 달리 메이저리거만 216명을 배출한 전통의 야구 강국이다. 대표팀 28명 중 18명이 현역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18명의 연봉 총액은 무려 1억187만 달러(1431억원)에 달한다.
추신수를 포함한 한국대표팀 연봉 총액은 76억7000만원 정도로 베네수엘라 야구팀과 비교하면 19배나 차이가 난다. 더욱이 한국전에 나선 선발 10명의 총연봉은 7910만 달러(1111억원), 한국 주전 10명의 연봉 총액은 29억원으로 베네수엘라와는 무려 38배 차이다.
선발 중 우익수 바비 어브레이유(LA 에인절스)의 연봉은 1600만 달러(224억8000만원)로 최고액이고, 좌익수 매글리오 오도네스가 1576만8000달러(약 211억5000만원)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비해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5억6000만원)가량이다. 선발투수 실바(116억원)와 윤석민(KIA·1억 8000만원)은 연봉차이가 64배였다.
이번 대회에서 총 다섯 번을 맞붙은 일본의 막강전력도 한국야구팀을 충분히 흔들고도 남을 만큼 우수한 선수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선수진도 그렇지만 일본은 야구와 관련된 시장규모나 인프라에서 한국을 월등하게 압도했다.
단순히 연봉으로만 선수들의 진가를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본대표팀의 연봉 총액 역시 무려 1315억원(81억5천200만엔)에 이른다.
최고액은 역시 메이저리그의 타격왕인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로 올해 연봉이 1700만 달러이고 지난 2006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6년 동안 5200만 달러에 계약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연평균 865만 달러다. 또 지난해 시카고컵스에 입단한 후쿠도메 고스케는 700만 달러, 시애틀의 주전포수 조지마 켄지는 630만 달러를 각각 받는다. 일본대표팀 28명의 평균 연봉은 약 47억원으로 한국선수들 보다 대략 17배나 비싼 몸값이다.
여기엔 최근의 환율 폭등도 단단히 한몫했지만 국내 유망주들이 너도나도 해외진출을 노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대표팀은 강했다. 4번 타자 김태균을 비롯한 타자들은 베네수엘라 투수들을 집중 공략해 투수들에게 유리하다는 LA다저스타디움에서 홈런과 장타를 펑펑 터뜨렸다. ‘한국은 스몰볼을 친다’는 선입견은 멕시코전에서 홈런 3방을 날리면서 말끔히 씻었고, 베네수엘라전에서도 홈런 2방을 터뜨리면서 ‘한국야구도 한 방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런 선수들 뒤에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큰 몫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번 썼으면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믿고 맡기는 게 김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였던 것. 이는 적장인 상대팀 감독들과 야구의 본고장 미국의 전문가들도 인정한 부분이다.    
일본이 WBC 2연패를 달성하면서 얻은 경제적 파급 효과는 506억엔(약 7190억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포츠경제 전문가인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교수는 경제뉴스 사이트인 ‘비즈니스 아이’를 통해 처음엔 경제 효과를 506억엔으로 예상했지만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 접전 끝에 일본이 승리한 만큼 경제효과가 당초 추산치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승엽·박찬호·김병현 등 간판스타 빠져 불안한 출발
부진선수도 끝까지 믿는 ‘믿음의 야구’로 세계 놀라게 해

K방송국에서는 우리나라가 WBC에서 준우승함으로써 국가브랜드가치 향상으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만도 6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월드컵 당시 계산식을 준용할 경우 국가브랜드 상승효과는 약 4억6000만 달러, 우리 돈 약 636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것.
이러한 수치는 야구에 관심이 큰 미주지역에 대한 지난해 수출액 837억 달러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이 지역 시장 점유율이 한일 월드컵 당시 효과의 1/5수준인 0.11%p씩 앞으로 5년간 상승할 것으로 추정해 나온 것. 이와 함께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은 총 65억원이란 거금(상금, 포상금, WBC 이익 배당금 포함)을 받게 됐다.
우승한 일본은 79억원 정도를, 미국대표팀과 대회를 주최한 WBC 등 미국 측은 총 100억원을 챙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준우승까지의 상금만 28억원을 거머쥐게 됐고 대회 수익분배금 27억원(추정)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포상금 10억원도 함께 받게 됐다.
국내 포상금의 경우 KBO가 정한 ‘올림픽 금메달 및 WBC 4강 이상’에 해당하는 포상금이라 포상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상금 310만 달러와 12% 정도 순수익 배당금(36억원)을 일본 몫으로 챙기게 됐다. 그렇지만 일본대표팀은 상금 310만 달러 중 150만 달러를 아마추어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팀과 비슷한 액수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WBC 2연패를 달성한 일본은 전국에 410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을 보유하며 엄청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고교야구팀 수가 55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부지방에서는 건립된 지 40여년이 넘어 개보수를 거듭하고 있지만 협소한 관중석과 열약한 부대시설은 둘째치고라도 안전문제까지 지적당하고 있다.
일본엔 돔구장이 6개가 있다. 198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돔구장인 도쿄돔이 1호다. 프로리그 12개 팀이 있고, 돔구장이 6개라 대략 2개 팀마다 1개꼴이다.
미국은 현재 7개를 쓴다. 1965년 휴스턴 홈구장 애스트로스돔이 최초다. 이후 70년대 후반부터 돔구장 건설 붐이 불어 한때 10개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7개만 쓰고 있다.
야구관계자들은 “돔구장 건설과 관련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중요한 건 국내 프로야구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돔구장 건설 이후 관중들은 우천 등 기상조건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않아도 되고, 선수들은 규칙적인 시즌 일정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 야구의 인프라는 단순한 수치상으로 놓고 볼 때 다윗과 골리앗”이라며 “그런 가운데서도 한일전이 매번 접전이 펼쳐지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구팬들은 WBC를 통해 한국야구계가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면서 돔구장 건립에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돔구장 계획을 백지화한 안산시가 2013년 WBC 유치를 목표로 돔구장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돔구장 건설과 지방도시 야구장 시설 보완 등 야구계의 숙원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한국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돔구장 건설이 해결되면서 다시 한 번 야구 중흥기가 도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식 감독이 걸어온 길
제1회 WBC서 4강 신화 ‘국민감독’

한국 야구를 세계만방에 알린 김인식 WBC 국가대표팀 감독은 1947년 5월생으로 돈암초등학교, 배문중학교. 배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1965년 크라운 맥주에서 투수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69년부터 1972년까지 한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한 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3년부터 1977년까지는 배문고 감독으로, 1978년부터 1980년까지는 상문고 감독, 1982년부터 1985년까지는 동국대에서 감독을 활동했다. 이후 프로팀 지도자로 변신, 1986년부터 1989년까지는 해태 타이거스 수석코치로 활동하다 1990년부터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 베어스를 이끌었다. 이후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맡아 활동 중이다. 지난 2000년에는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며 일본을 꺾고 사상 첫 동메달 따내는데 일조했다. 2002년에는 부산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05년 김인식 감독은 메이저리거들이 거의 모두 출전한 제1회 WBC 대회에서 대한민국 야구를 4강에 올려놓음으로서 ‘국민감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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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