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대한민국 일출 나들이 ①울릉도

동쪽 끝섬서 새로운 한해 시작하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이다. 이즈음에는 역시 일출 여행이 제격. 그것도 우리 국토의 동쪽 끝, 독도에서라면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3월까지는 독도를 오가는 정기 배편이 운항을 하지 않는다. 가끔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배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독도에서 맞이하지 못한 일출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일출 명소가 있어 다행이다. 울릉도의 일출 명소로는 섬 동쪽 끝에 위치한 내수전 일출전망대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는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일출은 물론 저동항과 행남등대, 죽도와 섬목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장엄한 일출과 활기찬 저동항의 아침
내수전 전망대·행남등대·죽도 장관

말머리를 닮아 말바위라 불리는 북저바위와 어우러진 내수전 일출은 울릉도의 여유로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여백의 미가 느껴져 더욱 아름답다.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성인봉의 웅장한 자태는 보너스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다

울릉도 동쪽 끝인 내수전(內水田)은 울릉도 육로 관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내수전은 울릉도에 들어온 개척자 김내수라는 사람의 밭이 있던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태종 17년(1417년)부터 고종 19년(1882년)까지 465년간 이어진 조선왕조의 공도 정책 때문에 19세기 말에야 개척민이 들어온 울릉도에는 내수전 외에도 서달래가 살던 곳이라고 해서 ‘서달령’이라고 하는 등 개인 이름을 딴 지명이 여럿 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섬목까지는 4.4km에 불과하지만, 아직 도로가 개통되지 않아 차량으로는 더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내수전에서 섬목을 잇는 옛길은 한번쯤 걸어볼 만하다. 내수전에서 석포를 거쳐 섬목에 이르는 내수전 옛길은 대략 7km. 원시림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울창한 활엽수림과 함께하는 이 길은 울릉도의 둘레길로 통한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차를 돌려 나오면 동해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에 닿는다. 저동항은 1967년 어업 전진기지로 지정된 후 1979년 항만 공사가 완료된 곳으로, 울릉도 오징어의 대부분이 이곳 저동항에서 취급된다.


때문에 이즈음 저동항의 아침은 오징어 할복 작업으로 활력이 넘친다. 할복 작업이 끝난 오징어는 바로 대나무에 꿰어 바닷바람에 말리는데, 대나무를 오징어 머리 중앙에 꿰는 건 울릉도의 특징. 이를 통해 다른 지역 오징어와 울릉도 오징어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저동항 방파제 앞 촛대바위는 울릉도의 또 다른 일출 명소다.

저동항에서 도동리로 접어드는 삼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육로 일주가 시작된다. 도동항이 위치한 도동리는 울릉도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이다. 울릉군 인구의 70%가 도동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울릉군청과 독도박물관 그리고 식당과 숙박 시설도 이곳에 집중되었다. 그래서 울릉도 여행은 도동리에서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 산업, 문화의 중심지이니만큼 도동리에는 볼거리도 많다. 우선 독도박물관과 향토사료관, 독도전망대가 있는 도동약수공원에 가보자. 도동약수공원은 도동항에서 천천히 걸어도 2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다. 철분, 탄산,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도동약수는 단맛 빠진 사이다에 철분을 섞어놓은 듯한 맛이다.

안용복장군충혼비와 청마 유치환의 ‘울릉도’ 시비를 둘러보고 내려오면 멋스러운 현대식 건물과 마주하는데,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영토 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이다.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구성된 독도박물관에는 고 이종학 초대 관장이 30여 년 동안 국내외에서 수집한 독도 관련 자료와 고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의 유품 등이 총망라되었다.

울릉도 개척 당시 개척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향토사료관도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기기묘묘한 절경
도동항 해안산책

망향봉에 위치한 독도전망대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케이블카 운행 시간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일출은 물론, 해 질 녘 도동항을 떠나는 오징어잡이 배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줄지어 도동항을 떠나는 도동모범(道洞慕帆)은 울릉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멋스러운 풍경이다. 다만 겨울철에는 기상상황에 따라 케이블카 운행이 유동적이니 이용 전에 울릉군청 홈페이지(www.ulleung.go.kr)에서 운행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도동항 좌우에 있는 해안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좌안이라 불리는 행남해안산책로는 반드시 돌아봐야 할 코스. 깎아지른 행남봉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행남해안산책로는 큰 기대 없이 들어섰다가 깊은 여운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고 돌아오는 곳이다. 오르고 내림이 제법이지만 발밑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기기묘묘한 해식동굴에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에 닿을 정도로 절경이 펼쳐진다.

도동항에서 시작된 해안산책로는 행남등대를 거쳐 저동항까지 이어진다. 해안산책로는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

도동항을 뒤로하고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시원스런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울릉도 육로 일주의 제맛은 지금부터다. 울릉도의 일주도로는 울릉군 서면 태하리에서 울릉군 분면 현포리에 이르는 일부 산간도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처럼 시원스런 해안도로다.

울릉 신항 공사가 마무리된 사동항에서 거북바위가 있는 통구미까지는 잘 뻗은 직선 도로가 4.5km 정도 이어진다. 통구미터널을 지나면 울릉도의 유일한 신호등과 마주한다. 남통터널 입구에 마련된 신호등이 바로 그것. 점멸등이 아닌 황·녹·적색으로 제대로 된 신호등이다. 터널이 좁아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것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분명 재미난 볼거리다. 터널 입구에 이용 안내문도 있다.

이곳 남통터널과 울릉군 서면에 있는 수층교는 울릉도의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낸 이색적인 볼거리다. 특히 해안도로와 산간도로를 나선식으로 연결한 수층교는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 통한다.

남통터널을 지나 태하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해안 풍경도 멋지지만 우산국(于山國) 시절 우해왕의 전설을 간직한 사자바위와 투구봉, 비파산, 울릉 주민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태하 성하신당과 태하리 해안산책로도 놓치지 말고 둘러봐야 할 명소다.

성하신당이 위치한 서면 태하리에서 차를 돌려 조금은 지루하다 싶은 산간도로를 벗어나 북면 현포리로 들어서면 다시금 해안 풍광이 펼쳐진다. 발아래 현포항을 두고 공암(코끼리바위)과 노인봉, 송곳봉(430m)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현포항과 천부항을 지나 삼선암이 있는 선창 부근으로 들어서면 육로 일주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세 암석으로 된 삼선암은 공암, 관음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절경 중 하나. 멀리서는 두 개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 바위가 온전히 시야에 들어온다.

선녀들이 목욕한
삼선암 옥빛바다

세 선녀가 목욕을 하러 내려왔다가 주변 경관에 취해 돌아갈 시간을 놓쳐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처럼 삼선암 주변 바다는 유독 옥빛으로 반짝인다. 삼선암 앞에서 무릎을 괴고 선녀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동자바위도 인상적이다.

삼선암과 멀지 않은 곳에 관음도가 있다. 울릉도의 부속 섬 중 죽도 다음으로 큰 관음도는 지난 8월 연도교로 본섬과 연결됐다. 깍새가 많아 깍새섬이라고도 불리는 관음도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동절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1박2일 코스>
첫째날/울릉도 도착→독도박물관, 향토사료관→독도전망대
둘째날/내수전 일출전망대→저동항→통구미→삼선암→관음도

<2박3일 코스>
첫째날/울릉도 도착→독도박물관, 향토사료관→독도전망대
둘째날/내수전 일출전망대→내수전 옛길 걷기→석포전망대→삼선암→관음도
셋째날/행남해안산책로→저동항

<웹사이트 주소>
-울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http://www.ulleung.go.kr/tour
-대아고속해운 www.daea.com, 1544-5117
-독도박물관 www.dokdomuseum.go.kr, 054)790-6430~8

<문의 전화>
-울릉군 관광안내소 054-790-6454
-독도전망대 케이블카 054)790-6427
-포항여객선터미널 054)242-5111~5
-울릉여객선터미널 054)791-0801~3

<대중교통>
[선박]포항-울릉(도동),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10시 출항, 3시간 소요.
울릉(도동)-포항, 울릉여객선터미널에서 오후 3시 출항, 3시간 소요.
문의:대아고속해운 1544-5117
※동절기에는 여객선 출항 시간과 운항 여부가 해상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으니 출발 전 선사에 출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동절기에 강릉-울릉(저동), 묵호-울릉(도동) 여객선은 운항하지 않는다.

<숙박>
-성인봉모텔 : 울릉읍, 054)791-2677(굿스테이)
-대아호텔리조트 : 울릉읍, 054)791-8800, www.daearesort.com
-마리나관광호텔 : 울릉읍, 054)791-0020, www.ullungmarina.co.kr
-울릉비취호텔 : 울릉읍, 054)791-2335
-울릉호텔 : 울릉읍, 054)791-6611

<식당>
-향토회식당:활어회·물회, 울릉읍 도동길, 054)791-7711
-울릉약소마을:약소숯불구이, 울릉읍 도동길, 054)791-7001
-향우촌:약소불고기, 울릉읍 도동길, 054)791-8383, www.향우촌.kr
-해운식당:따개비밥·오징어내장탕, 울릉읍 도동길, 054)791-7789
-보배식당:홍합밥, 울릉읍 도동2길, 054)791-2683

<주변 볼거리>
성인봉, 나리분지, 알봉분지, 봉래폭포, 풍혈, 태하등대, 대풍감, 대원사, 안용복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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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