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예계 화두는 미모의 여성 연예인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이른바 스폰서에 꽂혀 있다. 고 장자연의 죽음으로 갑자기 수면 위에 떠올랐지만 스폰서는 오랜 세월 암묵리에 스타가 되고 싶은 연예계 신인들의 돈줄 역할을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스폰서와 연예인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브로커들은 오늘도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미모의 여성 스타들에게 무작위로 전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연예인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매니저들을 만나 스폰서의 실체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부분 매니저들 스폰서 부정…“포주로 소문나면 이 바닥서 버티기 힘들다”
일부 감독들 ‘캐스팅 미팅’ 명목 하에 수시로 여배우들 술자리로 불러내
연예인들끼리 스폰서 연결해 주는 경우도 …가수 A양 ‘호텔 원나잇 5백만원’
톱스타 자리에 오르면 스폰서 관계 청산…더 이상 돈이 궁하지 않기 때문
연예인과 스폰서와의 관계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 채 은밀하게 이뤄진다.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을 차치하더라도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는 스폰서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여흥 혹은 몸을 제공하고, 스폰서는 성공 혹은 돈을 지불한다.
연예인과 항상 붙어있는 매니저들이 중개인으로 나선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를 쉽게 인정하는 매니저는 없다. 대부분 매니저는 “얼토당토않다”며 펄쩍 뛴다. “포주로 소문나면 이 바닥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를 댄다.
지명도 없는 신인급 여배우
잠자리 시중 유도하기도
하지만 매니저 A씨는 “연예기획사 소속 여배우가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하는 관행은 분명히 있다.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사장 마인드에 따라 벌어지는 일이다”라며 “몇 년 전부터 기획사들의 주식시장 상장 붐이 일면서 ‘돈줄’이 되어줄 외부 투자자들에게 접대를 하는 경우가 늘어났는데 그때 여배우가 동행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이어 “일부 기획사는 데뷔는 했지만 지명도가 없는 신인급 여배우를 잠자리 시중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기획사들은 여배우들에게 “그 사람 눈에만 들면 네 인생이 변한다. 스타 ○○○도 저 사람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식으로 유혹을 한다. 집안 경제력이 약하거나 양친이 생존해있지 않은 등 불우한 환경의 여배우들이 주 공략대상.
그러나 “대부분 기획사와 여배우가 서로 합의한 상황에서 접대가 이뤄지지, 강제로 접대에 동원되는 경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매니저 B씨는 “수천만원 계약금을 주고 데려와서는 영화·드라마 캐스팅에 별로 신경을 써주지 않는 배우들이 있는데 알고 보니 투자자들 만나는 자리에 데리고 나가기 위해 영입했던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형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 연예기획사 중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는 예외에 속한다. 연예기획사 간부 C씨는 “성 상납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과거에는 캐스팅을 위해 ‘돈질’(금전 뒷거래)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 “밀고 있는 신인이 있으면 드라마에 제작비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캐스팅을 요청하면 되는데 왜 그런 음성적이고 불확실한 방법을 쓰겠느냐”며 “혹시 그런 회사가 있다고 해도 소규모의 개인 회사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아무리 넉넉히 잡아도 우리나라 연예기획사 20% 미만이 투자자와의 술자리에 여배우들을 동원할 것이다”라며 “대부분 연예기획사는 여배우는 물론 여자 스태프들까지도 식사 자리가 끝나면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드라마 캐스팅 권한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힘이 강했다. 연예기획사 대표 D씨는 “당시 일부 감독들은 ‘캐스팅 미팅’이라는 명목 하에 수시로 여배우들을 술자리로 불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주제작사가 늘어나고 지상파 방송사의 힘이 약화되면서 이런 관행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 증언. 한 매니저는 “요즘 힘 있는 연예기획사는 스타급 배우를 이용해 신인들을 ‘끼워 팔기’하고 있기에 별도의 접대를 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나 CF 출연료가 주수입원인 연예인들의 경우, ‘광고주 접대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 광고 대행사 간부는 “수년 전 스타성에 비해 엄청난 물량의 광고에 출연했던 한 탤런트의 경우 소속사 사장이 광고주와의 미팅을 잡아 주었다는 설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주장도 존재한다. 광고대행사 간부로 퇴직한 다른 이는 “광고주들 대부분이 세상 소문에 민감한 사람들이라 연예인들을 따로 만나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하는데다, 내부 결재 과정이 여러 단계라 특정 연예인을 밀어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CF 출연료 주수입원인 연예인들
‘광고주 접대설’ 지속적으로 제기
일부 기획사는 아예 ‘접대용 신인 여배우’를 따로 두고 광고주 등을 성접대하게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매니저 K씨는 “일부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이른바 접대용 신인여배우들은 광고주를 접대하라고 강요받기 일쑤”라며 “여기서 얼굴 마담 역할은 유명 여배우가 맡고 술자리, 성접대 같이 몸을 던져야 하는 일은 이들이 맡는다”고 증언했다.
K씨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빌미로 술시중이나 자리에 그런 끌어들여서 신인들을 이용한다”며 “자사의 기존 톱배우들에게 광고권(광고 출연)이 돌아가고 혹은 회사의 영업권을 확대시키는 데 이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광고주 접대는 기획사에 소속된 다른 스타급 연예인의 광고 출연을 위해서이며 스타를 위해 신인이 희생하는 구조라는 것.
K씨는 “광고출연계약을 따내기 위해 수백대 일에 이르는 오디션보다는 은밀한 접대가 효과적이라는 건 업계에서 정설로 통한다. 일부 광고주는 신인여배우 접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명 배우의 매니저 C씨는 “강제로 스폰서와 만나기를 권하지는 않는가”라는 질문에 “큰일 날 소리”라며 손사래를 친다. C씨는 “얼마 전 신인 배우가 스폰서를 구해달라고 해 호통을 치며 돌려보낸 적이 있다. 연예계 내부에서도 스폰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다. 하물며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 연예인과 스폰서의 만남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화려해 보이는 연예계에서 더욱 돋보이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은 정설이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일부 연예인은 스폰서를 찾아 나선다.
전성기가 지난 연예인이 과거 짭짤한 수입을 잊지 못해 스폰서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1970~80년대 모 정치인 혹은 모 재벌가와 유명 연예인의 만남이 회자된 것처럼 권력에 의해 이뤄지던 때는 지났다.
필요에 의해 만난 사이인 만큼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뒤돌아서
요즘 들어 연예인들끼리 스폰서를 연결해 주는 경우도 많다. 예전처럼 대놓고 ‘뚜쟁이’ 역할을 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탓이다. 스폰서를 두고 있는 연예인들이 또 다른 연예인을 끌어들이는 게 요즘 모양새다. 단골 룸살롱이나 바에서 함께 만나 친해진 후 공식 스폰서로 발전하곤 한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가수 A양의 경우 술자리에서 중견 기업인을 소개받은 후 500만원을 받고 강남의 한 레지던트호텔에서 ‘원나잇’을 했다. A를 끌어들인 이는 배우 B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예인과 스폰서의 관계에서 정말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다. 필요에 의해 만난 사이인 만큼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이내 뒤돌아 서버린다”고 덧붙였다.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연예인이 스폰서와 관계를 청산하는 경우도 있다. 더 이상 돈이 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스폰서=돈’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사랑 없는 남녀의 만남인 ‘연예인 스폰서’가 찰나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