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분열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재보선에서 승산이 없다." 정치전문가들은 4·29 재보선은 집안단속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당내 갈등이 4월 재보선까지 계속되면 그 정당에 대한 민심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정치전문가는 "당내 갈등 문제를 밖으로 표출시키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재보선은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다. 각 지역별로 다른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재보선에서 각 당은 목표 의석수를 얻을 수 있을까. 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정치전문가 4인(이경헌 포스 커뮤니케이션 대표, 유창선 평론가, 김능구 e-윈컴 사장, 황인상 피앤씨(P&C) 정책개발원 대표)에게 재보선 전망과 남은 기간 정국을 강타할 이슈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2월 임시국회가 끝남과 동시에 정치권은 4월 재보선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각 당은 선거전략을 짜느라 분주히 움직여 왔지만 별다른 정책이슈는 내놓지 못한 채 당내 계파 다툼이나 상대 당을 향한 네거티브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50%가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던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위기론’ 등으로 인해 30%대의 지지율에서 허덕이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정당지지도는 여전히 민주당에 비해 크게 앞서 있지만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확정됨에 따라 계파갈등이 본격화될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대안정당을 부르짖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로 공천파동을 겪고 있는 데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서 ‘이명박 정부 중간 평가’라는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헌 포스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재보선 특성상 이슈·후보 대결로 봐야한다”며 “지역구는 적지만 이명박 정부 2년차 중간평가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인천 부평을, 시흥시장 등 수도권 2곳에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능구 e-윈컴 대표는 “중간평가가 지방선거라 할지라도 (재보선은) 지난 촛불파동과 경제위기 정국이 있은 다음의 일로 사실상 이번 재보선이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정 전 장관의 문제로 인해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 심판 동력을 사실상 상실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영·호남 등은 지역색이 강한 곳이고, 수도권 지역이 많으면 이명박 중간평가로 볼 수 있다”면서도 “수도권 지역이 적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있다”고 분석했다.
황인상 피엔씨(P&C) 대표는 “친박-친이 대결 양상 구도를 지니고 있는 만큼 각 계파간의 대결 성격을 띠고 있다. 인천 부평을의 경우 유동성이 많은 지역인 탓에 여당이 패배할 경우 이명박 중간 평가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각 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몇 석이나 얻을 수 있을까. 한나라당 내에서는 호남지역(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승산이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나 요즘은 “1석이라도 차지했으면…”하는 ‘엄살’까지 들려온다. 한나라당은 인천 부평을을 잡기 위해 전략공천으로 ‘경제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울산 북구, 경북 경주를 잡기 위해서도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친박-친이 대결이 펼쳐지는 경북 경주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눈빛이다.
이경헌 대표는 “민주당은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로 내부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가장 큰 악재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재보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한나라당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박희태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해 전략공천 구도를 어느 정도 희석시켰다. 또한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경제 살리기’ 전략을 내세움에 따라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후폭풍은 거세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여권이 무난히 승리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능구 대표 역시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고, 젊은층이 투표를 하지 않는다. 때문에 보수성향을 띤 한나라당이 유리하다”며 “반MB 연합전선을 통해 재보선 열기를 띄워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 전 장관의 문제로 인해 ‘정세균 체제의 심판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된다는 분위기가 앞선 것으로 알려져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인천 부평을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재보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유창선 평론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를 잡으려면 울산 북구, 경북 경주, 인천 부평을을 선점해야 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라고.
그는 “경북 경주는 친이-친박 대결이 펼쳐지고 있고, 인천 부평은 여야가 전략공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향후 승패를 알 수 없다”며 “4월 재보선에서 여야가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요동치는 민심이 한나라당을 지지해줄지 여부가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황인상 대표는 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쫓기는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호남을 제외한 인천 부평을 등 제3의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적잖은 후폭풍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례로 경북 경주의 친박계 정수성 후보가 승리를 한다면 당내 계파간의 싸움을 펼침과 동시에 한나라당이 패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경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게 최대 고민이다. 그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 표면화’, ‘전략 전술 부족’ 등을 꼽는다. 리더 기근 현상으로 인해 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없어졌고,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이 때문일까. 전문가들 역시 대체적으로 호남지역에서는 압승하더라도 나머지 지역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내 갈등, 이른바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를 하루 빨리 봉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도권 2곳. 이명박 중간 평가로 봐야 한다"
박희태 불출마, 여야 재보선 전략 차질 빚을 듯
정동영 출마 내홍…재보선 최대 악재로 작용
"경주, 박근혜 측면 지원 철저히 차단해야"
상황이 이런 가운데 재보선의 최대 관심지역은 단연 경북 경주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돌풍이 일어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측면지원을 하고 있는 정수성 예비역 장성이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을 3대 1 정도로 앞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경주에서 꼭 승리해야 된다는 게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경헌 대표는 “당협위원장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은 채 잠복되어 있는 상태다. 이를 최대한 잠재울 필요가 있다”며 “친이계에서는 박 전 대표의 측면 지원을 막아야 될 필요가 있다. 경주에서 한나라당이 꼭 이겨야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경주지역에서 패배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창선 평론가는 “박 전 대표가 정당이 다른 정 예비역 장성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능구 대표는 “정 예비장성이 친박 연대에 노크를 했다. 차라리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했어야 했다”면서도 “그가 승리하더라도 박 전 대표에게는 독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일 뿐 아니라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입지는 부각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상득-박근혜간의 연대설이 나돌고 있고, 입법전쟁에서 보여줬던 박 전 대표의 위력을 맛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에서는 쉽게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재보선의 최대 변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민심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시에 한나라당에서는 경제 살리기에 힘을 써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경헌 대표는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1분기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실업대란 등은 이미 공식화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경제 살리기’ 전략이 유지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각 당에서 경제 전문가 등을 전략 공천한다고는 하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이명박 정부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야당에 힘을 실어줄지는 유권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 재보선 이상기류 <내막>
"야당 후보 지지해야 한다"
4월 재보선으로 인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여야에서는 ‘경제 살리기’, ‘이명박 정부 중간 심판론’으로 팽팽히 맞서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3월15~3월21일까지 국민들의 여론동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기관에 따르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를 위해서라도 야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50.3%, ‘경제위기 등 어려운 시기인 만큼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32.0%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기관의 한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은 선거이고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적 성격이 큰 선거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경제위기 심화, 대통령 지지도가 30% 중반대를 나타내면서 안정화되고 있지만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고 전제했다.
그렇지만 투표율이 관건이다. 재보선에 대한 투표율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경헌 포스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재보선 투표율은 20% 중반에서 30% 중반대로 매우 낮다”며 “경주의 경우 최대 50%에 가까운 투표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