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시대’ 재계 희비 속사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26 17: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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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변방 ‘서강라인’ 하루아침에 “심봤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와 정치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미 후보 시절부터 주목을 끌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맥 네트워크’는 이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제민주화’의 길목에서 재계는 힘의 정점인 박 당선인에게 향하는 라인을 잡기 위해 네트워크 지형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대통령후보 중 누구보다 재계와의 인연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인 데다가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해온 만큼 일찍부터 재계인사와 잦은 만남을 가져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못지않게 혼맥 역시 다양하게 얽혀있다. 서강대 중심의 학맥과 당선인의 이력과 관계된 재계인맥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된 큰영애
화려한 가계도

박 당선인은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결혼도 하지 않아 직계존비속이 존재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5남2녀 중 막내였고, 어머니 육 여사가 1남3녀 중 셋째였기에 주변에 친인척이 적은 편은 아니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일가와 재계가 곧잘 사돈관계를 맺었던 탓에 정계와 관계, 재계에 가맥과 혼맥이 넓게 고루 분포돼 있다.

우선 박 당선인의 사촌언니인 박설자씨의 남편은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이다. 김희용 회장의 친형은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이며, 김희철 회장의 부인인 허영가씨는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의 딸이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누나다.

가계도를 더 넓게 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까지 인연이 닿아있다. 박 당선인과 정몽구 회장은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을 거치며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박 당선인의 이종사촌인 홍소자씨는 한승수 전 총리와 결혼했으며 김세연 의원이 이들의 사위다. 김 의원의 삼촌인 김형수 전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장인이 박 전 명예회장이고, 박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 정지윤씨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부인 정지선씨(정도원 삼표 회장 장녀)의 언니다.


두루 퍼진 혼맥…GS·현대가와 깊은 인연
장충초 서강대 동문…재계 10대 그룹 포진

지난해 별세한 박 전 명예회장과 박 당선인의 인연은 어느 누구보다도 각별하다.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로 알려진 박 전 명예회장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박 전 대통령 사후에도 당선인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으며, 특히 박 당선인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재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박 전 명예회장이 삼양산업(EG그룹의 전신)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올해 한 때 ‘박근혜 테마주’로 등장한 대유신소재와 대유에이텍도 박 당선인과 맥이 닿아 있다. 대유신소재 대주주 한유진씨의 어머니는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부인 김호남씨 사이에서 낳은 딸 박재옥씨다. 대유에이텍은 한씨의 남편 박영우씨가 대표로 있다.

박 당선인은 출신학교를 중심으로도 인연이 많은 편이다. 장충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심여중·고를 거쳐 서강대 전자공학과(70학번)를 졸업한 박 당선인은 특히 한화그룹·삼성그룹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에는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인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당선인의 동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서강대 출신 CEO 즐비
한화·삼성·SK와 맥 닿아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회장은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을 맡으며 당선인을 보좌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서강대총동문회장으로 당선인과 서강대를 이어주는 ‘키맨’으로 통한다. 대한사격연맹 회장인 김정 한화그룹 상근고문도 서강대 출신이다.

삼성그룹에서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힌다. 현 전 회장은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로 지난 7월 대선 경선 때는 당선인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다. 그는 5년 전 대선 경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바 있다.

박 당선자가 내놓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을 기획한 사람도 바로 그다. 현 회장은 전형적인 ‘삼성맨’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비서실장, 삼성종합건설 사장을 거쳐 2010년까지 삼성물산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박 후보와 같은 서강대 출신으로 특히 김 전 사장은 박 당선자와 70학번 동기로 알려졌다.

SK그룹에도 김영태 SK 사장,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등 서강대 출신 CEO가 포진해 있다. 김철규 전 SK텔링크 사장은 박 당선인의 전자공학과 1년 후배인 71학번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진행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서강대 무역학과 75학번이며 현대건설 박동욱 부사장도 당선자와 같은 서강대 출신이다.

신세계그룹에선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LG그룹 내에 오규식 LG패션 사장과 김영기 LG CSR팀 부사장 등이 서강대 인맥으로 꼽힌다. 또 다른 서강대 인맥으론 이주연 피죤 부회장과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 등이 있다.

서강대 금융회
대우경제연구소와 인연

이밖에도 이휘성 한국IBM 사장,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최휘영 NHN비즈니스플랫폼 대표 등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학번의 박 당선인 후배들이 많다.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90년대 초반 학번이고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스티브 김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은 전자공학과 69학번으로 박 당선인의 1년 선배다.

서강대 라인은 아니지만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박현숙 조양전기공업 대표,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성심여고 동문인 대표적 여성CEO들이다.

또 다른 여성CEO로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많은 화제를 낳았던 성주D&D 김성주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김 회장은 가방브랜드 MCM을 지금의 명성에 올려 놓은 장본인이다.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당선인이 수차례 만나며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어서 향후 대성 쪽과 박 당선인과의 인연이 이어질 지도 지켜볼 만하다.

박 당선인이 새정부 구상을 본격화하면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거취 문제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금융당국 및 금융 공기업 수장들과 당선인과의 인연도 관심거리다.


이미 박 당선인 선거캠프에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과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윤진식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함께 했다.

최 전 사장은 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고, 박 전 사장은 행시 22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 당선인을 외곽에서 도운 국가미래연구원에도 금융권 인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2010년 말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가 있다.

박 당선인의 서강대 학맥은 금융권에도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은 지난 2007년 결성된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와 서강바른금융인포럼을 통해 꾸준히 모임을 갖고 있다.

김성주·최은영·김은선 등 여성기업인 눈길
금융권인맥 민유성·이덕훈·전병윤 등 주목

우선 서금회는 서강대 출신 모임 중 ‘금융인’에 한정해 조직된 첫 모임이다.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 증권, 자산운용 및 자문사, 보험사, 금융 유관기관을 망라하고 있는데 팀장급 이상의 서강대 출신 간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서금회 회장은 박지우 KB국민카드 부사장이 맡고 있다. GS자산운용 정은상 전무는 총무를 맡아 박 부사장을 돕고 있다.


2011년 만들어진 서강바른금융인포럼도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상돈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회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고 있으며, 민유성 티스톤 회장,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등 거물급이 대거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금융에서는 전병윤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우리투자증권 부사장 겸직)과 김홍달 전무, 이광구·서만호 우리은행 부행장 등도 서강대 출신 유력 금융인들이다.

또한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부회장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이강행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정은영 HSBC 한국글로벌뱅킹 사업부 대표,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 대표도 서강대를 나온 박 당선인의 금융권 인맥으로 꼽힌다.

박 당선인은 대우경제연구소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당선인이 자주 정책조언을 구했다는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우경제연구소 지방산업경영센터 본부장을 지낸 바 있으며, 박 당선인 캠프에서 정책메시지본부장을 겸했던 안종범 정책위원 역시 1991년 9월부터 1년가량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임한 바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안 의원은 당선인 캠프 정책 생산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박 당선인의 금융인맥에는 금융계 큰 인물들이 대거 분포 돼 있어, 이들이 향후 박 당선인의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권 MB맨
대거 교체될 듯

반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금융권 수장들은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 ‘MB노믹스’의 브레인이라고 일컬어지는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경남 하동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금융지주 수장들은 박 당선인의 취임 이후 즉각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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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