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진실게임’…의문점 <넷>

판도라 상자 열리면 곳곳에서 곡소리?


고 장자연의 친필문서를 둘러싼 사건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전 매니저 유장호 대표가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 K씨가 아직 일본에 체류 중인 상태이고 ‘성상납 리스트’에 올라 있는 유력인사들을 소환하기에는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 장자연이 남긴 문건의 필적이 고인의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그 문건을 둘러싸고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다.


‘장자연 문건’이 장자연이 직접 쓴 자필문서로 드러나면서 경찰이 이 문서의 작성경위 등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강압에 의한 것이 드러날 경우 장자연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유가 문서의 내용보다는 문서작성 행위 자체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자연이 직접 쓰기는 썼는데 스스로 굴욕감 등을 참지 못해 작성한 것인지 누군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장자연에게 문건 작성을 강요했는지 밝히는 게 관건인 것이다.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이 기획사 등 제3자가 보관하고 있었다면 장자연의 그간 행적과 치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어서 장자연에게는 일종의 ‘노비문서’ 역할을 충분히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자연이 문건 작성후 급격히 수척해지기 시작했다는 가족들의 증언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장자연의 지인 A씨는 “장자연이 4장의 문서를 작성한 지난 2월28일 곧바로 집으로 찾아왔고 이후 건강상태가 급격이 악화됐으며 줄곧 문건 작성에 대한 후회를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장자연의 문건은 폭행과 성강요에서부터 술자리 관련 내용까지 고발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자신을 옭아맬 수 있는 내용이다. 문건 보유자는 문건의 공개를 빌미로 한 협박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말이다.
문건 공개의 발단이 된 장자연의 전 매니저 유장호 대표와 전 소속사 대표 K씨 모두 문서작성이 강요냐, 자의냐를 놓고 서로 공방을 계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K씨는 줄곧 전화통화에서 “문건을 공개한 유씨는 우리 소속사에서 일하던 직원으로 이미 민사와 형사 소송 4건이 진행중인데 내가 소송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이런 일을 꾸민 것 같다”며 자작극임을 강조하고 있고, 유 대표는 “문건은 장자연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이 과정에 본인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예계와 유족 모두는 장자연이 누군가의 강압에 문건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자연이 연예계 비리에 대한 ‘폭로문건’을 만든 이유도 여전히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 대표가 지난 3월18일 기자들과의 비공식 만남을 통해 장자연이 문건을 만들게 된 경위를 털어놓은 것을 근거로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다소 일방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유 대표가 소개한 문건작성 경위에 따르면 장자연이 지난 2월 중순께 유 대표에게 “오빠, 나 오빠 회사로 가고 싶어. 나 너무 힘들어”라며 먼저 연락을 취해왔다고 한다.
유 대표는 “장자연은 통화 과정에서 그동안 어떤 일을 당했고 왜 힘들어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며 “처음에는 그냥 하소연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장자연이 연예계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전 소속사 대표 K씨 말도 가장 잘 듣는 사람이 장자연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단순한 푸념 정도로만 여겼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그러나 같은 달 28일 장자연이 로드매니저 등에게 협박당한 녹음음성(17분 분량)을 듣고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동안 연예계에서 생활하며 여러 매니저, 신인 배우들이 당하는 것을 자주 봤고 특히 매니저가 폭행 당해 심하게 다치는 것을 수시로 봤기 때문에 장자연을 적극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
이에 유 대표는 “‘그래, 네가 그렇게 힘들다면 연예인 안 해도 괜찮다면 그렇게 해라’라고 말했고 나도 도와줄 각오가 돼 있었다”며 장자연을 다독였다고 했다.
결국 장자연은 유 대표 사무실에서 당일 오후 6시부터 피해사실 등을 담은 문건을 작성하기 시작해 자정 무렵 끝냈으며 “3월9일께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는 유 대표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유 대표는 밝혔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 K씨에 대한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만나러 가기 이틀 전이자 장자연이 자살한 당일인 지난 7일이었다고 유 대표는 덧붙였다.
유 대표는 이와 관련 “그날 분당에 가서 커피나 한 잔 할까 했는데 장자연이 그냥 감기 기운이 있다고 했고, 나도 지인의 결혼식으로 바빴다”며 “(문자를 주고받다가) 마지막으로 장자연으로부터 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자연이 남긴 마지막 문자메시지는 ‘그래^^하트’라는 내용이었다고 소개했으나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 저장용량이 200개밖에 되지 않아 자동으로 삭제돼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유장호 대표 “로드매니저 등에게 협박당한 녹음음성 듣고 생각 달라졌다”
KBS 측“쓰레기통에 버린 문건 주워왔다”… 원본 문건 누구 손에
관계자들“유 대표와 장자연 한 달간 일했을 뿐 그다지 친분 없었다”
전 매니저 유장호 대표 “직접 작성” vs  전 소속사 대표 K씨 “유 대표 자작극”

KBS가 문건 입수 경위를 공개했지만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지난 3월18일 방송된 KBS 1TV <뉴스9>은 “지난 13일 오후 5시30분 유장호씨 기획사 사무실 앞에 있었던 100리터의 쓰레기봉투 맨 위에서 불에 타다 남은 문건을 발견했다”고 문건 입수 경위를 공개했다.
또 “오후 9시경 현장을 다시 찾은 취재진은 쓰레기봉투 아랫부분에서 찢어진 사본을 발견했고 6시간에 걸쳐 이를 복구했다”며 “복원된 문건은 유씨가 가지고 있던 사본 4장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유 대표가 문건 사본을 찢어버린 후 아무렇게나 남들이 다 보는 쓰레기통에 내다버린 것을 그곳에 간 KBS 취재진이 발견해, 주워온 것이 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유 대표가 그 중요한 문건을 아무렇게나 버렸다는 점이나 KBS가 쓰레기가 처리되기 전 정말로 운 좋게 쓰레기통 안의 쓰레기봉투에 있는 찢어진 문건을 운 좋게 찾아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유 대표는 “KBS를 비롯한 언론사에 고인이 남긴 문건을 전달한 적 없다”며 “문건은 경찰 조사대로 유가족과 장자연의 지인, 제가 모두 보는 앞에서 다 태웠다”고 주장했다.
KBS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문건 입수 과정을 공개키로 결정했다”며 유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응했다.
하지만 문건 입수 경위와 문건이 몇 장인지 몇 가지 종류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유 대표의 발언이 혼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유 대표는 8일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장자연의 문건에 대해 처음 공개할 때는 문건이 총 6장이라고 밝혔고, 13일 KBS 보도 후에는 “내가 갖고 있는 문건과 다른 문건 같다”는 말을 했다.
이어 17일에는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은 7장이다. 4장은 형사고발을 위한 진술서고 3장은 나에게 쓴 편지였다”면서 “진술서 4장은 복사해서 사본을 장자연에게 줬고 원본 7장은 잘 가지고 있다가 장자연 사망 후에 한 부씩 복사해서 총 14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바꿔 말했다.
즉 문건은 두 종류이고 원본 7장에 사본까지 18장이라는 말이다. 문건의 장수에 대해서도 헷갈려했고, ‘다른 문건’의 존재 가능성마저 제기한 것이다.
게다가 유족은 “강남 봉은사 뒷마당에서 문건을 다 태워 재가 되는 것을 봤는데 다음날 KBS 뉴스에 나왔다. 유 대표가 보여준 문건은 7장이었는데 2장은 다른 연예인들에 대한 내용이었고 (장)자연이에 관한 내용은 5장이었다. KBS에 보도된 내용과 비슷했다”고 다른 말을 했다. KBS가 경찰에 제출한 문건은 4장이다. 이는 사본이다.
장자연의 문서는 KBS를 비롯해 이미 3개 매체에서 공개됐다. 문건의 정확한 장수와 사본 여부, 다른 문건의 존재, 문건의 소유자와 언론사 제보자 등 다양한 궁금증이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으나 유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러한 궁금증들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장자연의 소속사에서 일하다가 사직한 뒤 이 회사 소속 연기자 S와 L을 영입해 기획사를 차렸다. 그러나 장자연의 소속사 측은 “S가 전속 계약을 위반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고, “L도 계약이 2009년 12월까지로 돼 있다”며 소송을 준비중이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 대표와 장자연은 한 달간 일을 같이 했을 뿐 그다지 친분은 없었다고 한다.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 K씨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언론사를 통해 “장자연의 친필문건은 조작된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유씨가 법정 공방중인 나를 코너로 몰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다”라며 “성상납, 술자리를 강요한 적이 없는 만큼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응분의 댓가는 모두 유씨가 치러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속 시원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혹을 남기고 있다.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K씨에게 경찰은 그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를 위해 결국 ‘범죄인인도 청구’를 통해 강제구인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故 장자연 리스트 공개될까
“도대체 누가 있기에”…연예계 지금 떨고 있니?


고 장자연 문건에 기재된 사회 유력인사들의 실명 공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연예계와 방송가 일각에서는 거물 PD 등을 비롯한 구체적인 이름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출처와 진위가 확실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장자연 리스트’도 떠돈 지 오래다. 여기에는 거대 드라마 제작사 대표와 PD들뿐 아니라 재계와 언론의 깜짝 놀랄 만한 인물들 이름까지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포탈사이트 등에서는 이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실명 찾기가 벌어질 조짐이다. 자칫 엉뚱한 인사가 이런 식으로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잘못 알려질 경우, 엉뚱한 희생자가 벌어질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나온 ‘찌라시’에 따르면 ‘장자연 리스트’에는 대기업 임직원과 방송사 PD, 언론사 고위간부 등 10여 명의 실명과 직책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소속사 대표인 K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력인사들이 대부분인데 드라마 제작사의 A대표를 비롯해 유명 드라마 PD인 B와 C가 포함돼 있으며 일간지 D사의 고위 관계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E, F, G사의 고위관계자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문건에 등장하는 몇몇 인사들은 “접대 받은 게 아니라 행사자리에 불려나가 합석했을 뿐이다”라며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연의 유족이 고인이 남긴 문건에 언급된 인물 중 4명을 고소하면서 이들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장자연의 친오빠가 총 7명을 고소했다. 유장호 대표 등 3명은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문건에 언급된 인물 가운데 4명은 문건과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이나 유족 모두 문건과 관련한 4명이 누구인지, 정확히 어떤 혐의로 고소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에는 고인이 동반 골프, 술시중 심지어 성상납 등을 강요 받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때문에 피고소인들이 문건에 언급된 사안과 관련해 범죄 행위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를 놓고 경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술시중의 경우, 시킨 사람은 강요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고, 받은 사람은 배임수재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족들이 고인이 남긴 문건을 본 후 실명이 언급된 인물 가운데 4명을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의혹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죄 추정의 원칙이 있어 실명을 확인해 줄 수 없다. 다만 유족은 문건을 본 기억에 의존해 문서 내용과 관련된 이들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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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