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TV 채널인 tvN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국내 시즌제 드라마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며 시즌5를 맞았다. 평범한 미혼여성 영애(김현숙)의 일상을 통해 각박한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 <막돼먹은 영애씨>는 2007년 4월 시즌1을 방송한 이래 시청자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케이블TV 자체 제작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시즌5까지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인기비결을 알아보았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다른 프로그램과 확실히 다르다. 최근 케이블·위성TV의 드라마들이 과도한 노출과 성적 코드로 시청자를 자극할 때 현실적인 이야기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한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영애의 자꾸만 꼬이고 안 풀리는 인생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공감대를 형성한다.
30대 미혼여성 영애는 외모도, 실력도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여자. 집안에서는 잘난 여동생에게 치이고 결혼을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직장이나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무시당하기 일쑤이고 그때마다 상처받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 건 영애의 가장 큰 매력이다.
최근 드라마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골드미스’가 판을 치고 있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는 화려한 싱글족을 따르기보다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언니, 친구, 동생을 그려 친숙함을 던진다. 특히 소박하고 순수한 주인공 영애는 과거 삼순이가 그랬던 것처럼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매회 응원의 글이 쏟아질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시즌5까지 주인공을 도맡고 있는 김현숙에게도 지난 2년간은 ‘영애씨’로 살았던 시간이었다. 특히 극중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으로부터 전달받은 ‘다이어트 금지령’으로 그동안 체중을 1kg도 줄이지 못했을 정도로 김현숙과 영애씨 일심동체다.
영애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유형관)은 처자식을 미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로서 동정심을 일으키면서도, 사무실에서 성희롱을 일삼거나 부하직원들을 권위적으로 대하는 악덕 고용주라는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다.
사내에서 묘한 애증의 관계인 유부남 윤서현 과장(윤서현)과 변지원(도지원)은 현모양처를 동경하는 남성의 심리와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여성들의 결혼관을 드러낸다. 원준(최원준)과 양양(양정원)은 영애와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특히 양양은 사랑 앞에 물불 안 가리는 신세대 여성의 모습과 닮았다.
소박한 이야기, 맛깔나고 독특한 캐릭터, 리얼 다큐형식
제작관계자 “영애가 겪는 에피소드 통해 재미있고 유쾌하게”
영애의 동생 영채(정다혜)와 결혼한 철부지 혁규(고세원)는 청년 실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막돼먹은 영애씨>의 최대 매력은 연기인지 실제 상황인지 헷갈릴 정도로 캐릭터에 녹아든 배우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막돼먹은 영애씨> 제작진은 현실감을 강조하기 위해 배우를 캐스팅할 때마다 함께 술을 마시는 등 대면기회를 많이 가지면서 배우의 숨은 습관과 말투를 캐릭터로 살려냈다.
제작진 한 관계자는 “지명도보다는 내공이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다. 연기 경험이 많고 연기력도 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아 ‘헝그리’한 한이 있는 배우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주인공 영애를 중심으로 일상을 솔직담백하고 리얼하게 보여줬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특별하지만 현실적인 에피소드는 많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현숙은 “나같은 혹은 나보다 못한 여자의 일생을 훔쳐보면서 시청자들이 묘한 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며 “직장과 집에서 영애가 겪는 비굴한 상황을 과장해 표현하지 않아 공감대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효과적인 접목. 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직장 생활 등의 모습에서는 6㎜ 카메라를 이용해 다큐멘터리 기법을 드라마에 접목해 현실감을 높인다.
제작진은 전통 드라마의 기법을 배제하고 실제상황과 동일한 환경 속에서 편하게 대화를 유도하도록 3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했다. 이 같은 방법은 결국 배우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게 했다.
이는 시청자에게 <막돼먹은 영애씨>가 가상의 세계가 아닌 가까운 현실이란 사실을 각인 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시즌5에서도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로까지 시선을 넓힐 계획이다.
그동안 영애의 연애사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계약직 문제를 다룬다. 계약직으로 일하는 영애가 직장에서 겪는 불공평한 상황, 스트레스 등을 통해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처지의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는 전략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제작관계자는 “사회문제로 외연을 넓혔지만 영애의 시선에 주목하고 그녀가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있고 유쾌하게 접근할 것이다”라며 “시즌5에서도 변함없이 20~30대 여성을 주 시청자로 택했다”고 밝혔다.
<막돼먹은 영애씨> 주인공 김현숙이 말하는 인기비결
“대본?연출?연기자 3박자 딱 맞아”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 김현숙은 작품의 인기 비결로 ‘서민형 공감대’를 꼽았다.
시즌1부터 빠짐없이 주인공을 맡아 인기를 잇고 있는 김현숙은 “소시민으로 사는 모습을 꾸미지 않고 전달했다”며 “연기자들도 겉멋 부리는 대신 겸손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현숙은 “대본·연출·연기자의 3박자가 맞아야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데 <막돼먹은 영애씨>가 바로 이런 경우다”며 “출연진 중 누구도 ‘나는 배우다’라는 과시욕에 휩싸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숙은 이어 “2년 동안 출연하다보니 이 작품으로 시청자에게 희망과 힘을 주고 싶다는 꿈 역시 교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본명보다 ‘막돼영애’라는 별칭으로 더 자주 불리는 김현숙은 “이대로 가면 케이블TV의 강부자로 성장할 수 있겠다”며 “하는 동안은 진실로 연기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