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봄은 봄인가보다. 연예계 곳곳에서는 풋풋한 열애설로 분홍빛 설렘을 전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스타의 열애설은 많은 연예기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인기 아이템 중 하나이다. 때문에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 신인 띄우기로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스캔들 마케팅’이다. 열애설이 불거지면 대중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다는 점이 ‘스캔들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캔들 마케팅’도 잘 이용해야 할 듯하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인 탤런트 A양. A양은 지난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이용한 ‘스캔들 마케팅’ 때문에 낭패 볼 위기에 처했다.
A양은 당시 신인으로는 파격적으로 드라마 주연급으로 캐스팅 됐지만 다른 주연급 배우들보다 지명도 면에서 떨어져 어디를 가나 찬밥(?) 신세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속이 상한 A양은 지명도를 올리기 위해 묘책을 짜냈다. 바로 ‘스캔들 마케팅’을 이용하기로 한 것.
이후 A양은 친한 연예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톱스타 B군과 찌릿찌릿한 사이라며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고, A양 소속사 관계자들 역시 연예계 관계자들에게 “A양과 B군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 같다”는 묘한 뉘앙스의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심지어 A양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A양과 B군이 언제 어디서 만났고 무엇을 하며 데이트를 즐겼는지 세세하게 말하고 다니곤 했다.
A양과 B군의 소문을 접한 연예계 관계자들은 B군의 소속사에 소문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B군의 소속사 측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강하게 부정했고, A양 소속사 측이 ‘스캔들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인 탤런트 A양 찬밥(?) 신세에 ‘톱스타 B군과 찌릿찌릿한 사이’ 소문 퍼뜨려
B군 소속사 “일부러 소문 퍼뜨린 증거 가지고 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사귀든 헤어졌든 일단 터트리고 보자…‘묻지마 열애설’ 난무
“유명해지려고 숭고해야 할 사랑까지 이용하는 것이냐” 비난
A양 소속사 측은 ‘스캔들 마케팅’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A양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러 열애설을 흘렸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며 “A양이 B군에 비해 안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의혹을 받아야 한다는 상황이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까지 수많은 열애설이 났을 텐데 그 경우도 전부 덜 유명한 사람이 일부러 유명해지려 열애설을 흘린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냐”며 “우리 역시 피해자일 따름이다”라고 거듭 전했다.
지명도 높이려 소속사와
짜고 거짓 열애설 퍼뜨려
이에 대해 B군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맞지만, 드라마에 맞붙는 신이 없어 촬영장에서도 거의 만난 적이 없는데 사적으로 만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A양 소속사 측이 ‘스캔들 마케팅’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A양과 A양 소속사 측이 일부러 소문을 퍼뜨렸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입장을 확실히 했다.
최근 열애설로 화제를 모은 한 여자 신인. 그녀와 교제중이라고 알려진 남자는 꽤 오래 전부터 연예 관계자나 팬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인물이다. 그동안 이 여자 신인의 소속사는 이 사실에 대해 “아직 말할 때가 아니다”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녀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개봉되는 등 본격적인 연예 활동을 펼치는 시기에 맞춰 열애설이 터졌다.
영화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가 사생활을 공개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연예인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프라이버시 공개를 염두에 둔 채 홍보 활동에 나선다”고 고백했다. 이슈를 만들어 작품을 언론에 노출할 수 있고 스타 본인은 솔직한 이미지로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열애설 대중 관심 쏠리지만
희소가치 떨어질 정도로 흔해
스타들의 열애설은 간간히 터져 나올 때마다 대중들의 관심과 주목이 쏠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열애설은 빈도 면에서 뉴스의 희소가치가 떨어질 정도로 흔해졌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열애설 중 남녀 모두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톱스타인 경우는 드물다. 대신 어느 한 쪽이 막 연예계에 데뷔한 신인이거나 그동안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이다.
그래서 요즘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것이 ‘스캔들 마케팅’이다. 열애설이 불거지면 대중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본격적인 활동을 앞둔 신인이나 공백기를 가진 연예인들의 활동 재개에 맞춰 열애설을 퍼트리고 해당 연예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번에 열애설이 불거진 문제의 여자 신인 역시, 교제중인 것으로 알려진 남자가 지명도나 유명세에서 훨씬 더 높다. 여자의 경우 이제 막 얼굴을 알려 아직 이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반면, 남자는 이미 지역을 가리지 않는 ‘전국구 스타’다. 그나마 이런 경우는 실제로 사귀고 있는 사실을 인기의 촉매제로 이용했다는 정상참작이라도 할 수 있다. 더 고약한 경우는 교제의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열애설을 퍼트리고 보자는 얄팍한 수법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신인 여자 연기자 C양은 이름이 제법 알려진 다른 남자 기대주와 잠시 만남을 갖다 관계를 정리했다. 그런데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퍼지자, 아직 교제 중인 것처럼 이를 시인해 인지도 상승의 효과를 누렸고 1개월 뒤 결별을 밝히는 웃지 못할 촌극을 펼치기도 했다.
한 연예관계자는 “과거 연예인의 열애설은 치명적 상처가 됐지만, 지금은 도리어 마케팅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특정 연예인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 악성 루머로 열애설을 퍼뜨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로 연예인의 홍보를 위해 연예인 측에서 직접 흘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언론에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되기 위해, 열애설을 일부러 흘린 뒤, 언론에 더 노출되기 위해 일단 몇 차례 부인하는 것이 지금의 연예계 세태다”라고 꼬집었다.
‘스캔들 마케팅’이 가능해진 것은 과거와 달리 연예인 스캔들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관대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인기 스타에 연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환상이 깨지고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선입견 때문에 CF, 드라마 및 영화의 출연 섭외가 줄어들기 일쑤였다. 그래서 사귀는 사람이 있어도 어지간해서는 이를 떳떳하게 공개하질 못했다.
연예인 사회적 위상 낮아졌기에
스캔들 자체가 큰 상처 안돼
하지만 요즘 대중들은 연인을 공개하는 연예인들에게 환호와 응원을 보낸다. 이때 사귀는 상대가 같은 연예인이나 또는 스포츠 스타처럼 다른 분야의 유명인사일 경우는 해당 연예인을 더욱 쉽게 부각시킬 수 있다.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으면 동반 CF출연 등의 부가 이득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들의 개방된 이런 의식을 이용한 스캔들 마케팅이 난무하면서 열애설 공개 자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늘고 있다.
얼굴도 채 알려지지 않은 신출내기 연예인이 열애설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풍토를 두고 “유명해지려고 숭고해야 할 사랑까지 이용하는 것이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작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하고 순수하게 사랑을 키워오다 네티즌의 발빠른 추적과 소문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열애 사실을 공개한 일부 연예인까지 엉뚱하게 오해와 비난을 듣기도 한다.
중견 매니지먼트사 대표 A씨는 “젊은 남녀가 만났다 헤어지는 것은 사적인 일인데 이를 목적을 갖고 이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몰지각할 정도로 과도한 일부의 ‘스캔들 마케팅’으로 인해 자연스레 교제 사실이 알려진 연예인까지 매도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연예관계자는 “연예인의 사회적 위상과 윤리 기준은 과거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면서 “지금 연예인들은 과거에 비해 실수입은 크게 높아졌지만 사회적 위상은 낮기 때문에 스캔들 자체가 그리 큰 상처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캔들로 홍보 효과를 얻는 연예인들뿐 아니라 스캔들로 간혹 상처를 입은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요즘은 2~3년 정도 지나면 오히려 더 큰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금의 연예인들은 파렴치 범죄 제외하고는 어떻게든 언론에 한 번이라도 더 오르내릴수록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연예계 열애설은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