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a smile.’ 김유정 민주당 의원의 홈페이지엔 ‘웃어요’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국민들의 웃음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들을 웃을 수 있게 만드는 활력소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두 딸의 어머니이기도 한 김 의원은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 그리고 여성인들의 정치 진출에 관심이 많다. 1인다역을 수행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김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변인·어머니 등 1인다역 수행…“몸과 마음 힘들 때 많다”
“MB정권 견제역할 치중…국민들, 대안제시 소홀 느낄 수도”
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유정 의원은 1인다역을 수행하느라 분주하다. 국회의원, 민주당 대변인, 두 딸의 엄마, 한 가정의 아내 역할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연일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김 의원은 “몸과 마음이 힘들 때도 많다”고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여성의 사회진출에 관심이 많다. 김 의원은 “과거에 비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그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5급 이상은 10%, 고위공무원단에는 2.3%만이 여성”이라며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 정계든 공직사회든 양적인 성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직으로의 진출 확대와 같은 질적 관리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여성의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자녀들의 육아 및 교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주당을 지켜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대변인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려움이 있다면.
▲ 초선의원으로 대변인직을 수행하는 것은 당과 개인적인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많이 성숙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대변인을 맡은 이후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가 상당히 힘들다. 가족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의정활동도 100% 만족스럽게 못 하고 있다. 그러나 바쁘고 피곤함 속에서도 열심히 해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나름대로 보람도 느끼고 있다.
-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다. 국민의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비교한다면.
▲ 국민의 정부와 현 이명박 정부 모두 경제위기 상황이라는 점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양 정권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 측면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국민의 정부 때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청와대부터 솔선수범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용산참사를 연쇄살인사건으로 덮어 버리려는 이메일 파동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진정성과 국민통합 노력이 부족하다. 또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개인적인 잘못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 결속력도 낮은 것 같다.
- 용산 참사와 관련해 김 의원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 청와대 홍보지침 이메일 건은 운도 따랐던 것 같다. 믿을 만한 제보자로부터 문제가 된 이메일 내용을 그대로 타이핑한 문건을 입수했다. 하지만 이메일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문건을 공개하는 데 심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아무리 면책특권이 있어도 무책임한 폭로전의 주역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3~4일 고민하다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결심을 했다. 또 본회의장에서 제보내용을 거론할 때 ‘메일’이라는 말을 않고 ‘문건’이라고 표현했는데, 한 총리가 느닷없이 ‘청와대에서 메일이 갔는지 모르겠지만 확인하겠다’라고 답변한 것도 의외의 성과였다. 듣는 순간, 정권차원에서 뭔가 숨기는 것이 있구나 하고 직감했다.
- 용산 참사 이후에 별다른 개선책 등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 현 정부는 6명의 고귀한 희생이 초래된 용산참사에 대해 진정한 사과도, 철저한 진상조사도, 책임자 처벌도,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마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철거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따라서 야 4당은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특검법 공동추진, 용산특별법 제정, 뉴타운·재개발 관련 법안 추진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재개된 용산 4구역의 철거작업도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 야당은 정권의 실정과 독선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소수야당인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으로 질주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을 견제하는 역할에 치중하다 보니, 국민들 눈에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소홀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정책, 법안, 예산 등에서 대안을 제시해 왔지만 거대여당과 현 정권이 이를 묵살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 신(新)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주며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이번 보궐선거는 MB정권의 중간 평가적 성격이 짙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현 정부의 실정을 알려 심판해야할 책무가 있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이 일사불란하게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당과 정 전 장관 모두 대승적 합의점을 찾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 전주 덕진과 인천 부평을을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정동영 전 장관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 이번 재보선 선거 구도를 짜는 데 있어서 당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두기 위해 2곳을 전략공천지역으로 결정했다. 특정인을 전략공천하기 위해 혹은 배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결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김 의원이 바라는 정치상은.
▲ 국민의 56%가 정치 무관심층, 무당파라는 조사가 있다. 국민의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불신의 수준을 넘어 무관심과 혐오의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정치적 무관심은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적이다. 정치권 모두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의 아픈 곳을 치료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정직한 정치인, 배신하지 않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김유정 의원 프로필
▲ 1997 새정치국민회의 제15대 대통령선거기획단 국장
▲ 1998~2002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2008 민주당 대변인 및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