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7일 숨진 탤런트 고 장자연이 남긴 자필 편지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죽음을 선택하게 된 원인과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유족의 증언을 토대로 장자연이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발표했지만 그의 전 매니저 Y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과 고인이 죽기 전에 작성한 문서가 일부 공개되면서 장자연의 죽음의 뒤에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자연의 전 매니저 Y씨는 지난 8일과 9일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고인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는 고인이 죽기 2주 전부터 자신을 찾아와 괴로움을 호소했고 그 과정에서 자필로 쓴 6장의 종이를 주었다고 밝혔다.
Y씨는 “(홈피에) 적을 수는 없지만 자연이가 저한테 꼭 해결해달라고 부탁한 것에 대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연이 뜻에 따라야 할지 유가족 뜻대로 덮어두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9일에는 “<공공의 적>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자연이를 아는 연예계 종사자는 자연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라며 고인이 연예계 생활에 대한 힘겨움을 토로했음을 시사했다.
영화 <공공의 적>에는 기업형 조폭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대기업이나 조폭에 연관돼 협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문건을 공개해 진실을 꼭 밝혀 달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
경찰은 유족 증언 토대 “자살 원인 우울증 때문”
전 매니저 Y씨 “장자연 죽음 뒤 뭔가 다른 이유 있다” 의혹
장자연이 남긴 문서 일부 공개…상당히 고통받았던 것으로 짐작
소속사 측 “계약 해지 권했지만 장자연이 회사에 남겠다고 했다”
Y씨는 9일 모 언론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 대해 “지금은 자세하게 말할 단계가 아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연예계 성상납과 관련된 것이냐’고 묻자 “그런 것 아니다”라고 답했고 ‘소속사 이적에 따른 위약금 문제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것 아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10일에는 장자연이 지난 2월28일 남긴 문서라며 그 일부를 공개하면서 장자연이 우울증보다는 연예계 생활의 힘겨움 때문에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자연의 이름과 지장 등이 찍힌 자필로 쓴 이 문서에는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두 문장이 쓰여 있다. 더 이상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짧은 이 문장을 통해 생전 고인은 모종의 일들로 인해 상당히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전 매니저 Y씨 미니홈피 올린 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
A4용지 12장 분량으로 알려진 이 글에서 내용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당초 예상과 다른 문서의 형태다.
글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복잡한 심경을 담은 편지나 유서와 같은 사적인 문건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공개된 글은 고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위에 지장과 간인까지 찍혀 있다. 이는 통상 사법기관에 증거자료로 내거나 또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때 제출하는 문서의 양식이다.
이를 공개한 측근은 고인이 죽은 이유에 대해 ‘제3의 원인’을 꺼냈다. 경찰과 유족이 거론한 우울증이나 일부에서 제기한 소속사와의 갈등이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 글이 적힌 문건의 모양과 측근의 발언을 토대로 볼 때 내용 여부에 따라 또 다른 파문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자연의 소속사 측은 이와 관련 “고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근거 없는 얘기가 난무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마치 장자연이 회사와 마찰을 빚었던 것처럼 비치는데 전혀 아니다. 우리는 고인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아주 잘 지냈다”면서 “오히려 회사가 어려워져 장자연에게 계약 해지를 권했지만 그가 회사에 남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문서에 주민등록번호
지장과 간인까지 찍혀 있어
이 관계자는 “고인이 남긴 문서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지만 설사 있다 해도 유가족의 허락을 받고 공개하고 있는지 의문이며 또한 문서에 뭔가 문제될 사항이 있다면 확실히 공개를 하고 경찰 수사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장자연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밝은 캐릭터였다. 죽기 전까지도 담당 매니저와 함께 ‘잘해보자’며 의욕을 불태웠다”면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회사와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유족 다음으로 슬픈 사람들이 우리 회사 사람들인데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소속사와의 문제가 아니라 거액의 스폰서와 관련된 연예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배경 아니겠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경찰은 일단 문건 입수에 주력하고 있다. 문건에 범죄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면 재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울증으로 인한 단순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던 경찰은 Y씨와 전화 접촉을 시도하는 등 재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Y씨는 현재 잠적한 상태다.
분당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문서가 확보되면 문서 내용을 당연히 볼 것이다. 문서내용을 봐서 범죄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고인의 글이 공개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글을 언론에 건넨 고인의 측근은 유족과 사전에 이를 두고 상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 관계자는 “안타까운 죽음을 조용히 묻으려는 유족의 뜻과 달리 고인의 글이 알려져 상당히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오후 장자연의 오빠는 언론사에 이메일을 전달했다. 이메일은 “각종 추측성 보도로 자연이의 가는 길까지 어둡게 하지 말아 달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자연이의 죽음에 대한 각종 추측성 보도들을 삼가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장자연 오빠 언론사에 이메일 전달
“가족들 마음 아프게 하지 말아달라”
또 “대부분의 매체들이 우울증,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허무감 등의 단어를 써가며 장자연의 죽음에 대해 끊임없는 보도를 하고 있다”며 “소속사 문제, 유서 등 이유야 어쨌든 우리 자연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막내 자연이를 비롯해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