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경주 재보선 놓고 ‘빅딜설’ 나돌기도
이상득·친박계 “사실 무근”…“박근혜 뿔났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 따뜻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쟁점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조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언제든지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위해 대립각을 세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난데없이 한 언론보도를 통해 ‘이상득·박근혜 회동설’이 나돌고 있어 관심사다. 논란이 됐던 미디어법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손을 들어주고, 경주 재보선 공천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회동설의 주된 골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임박함에 따라 당내 분란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연대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이 그것이다. 과연 바깥에서 이광조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인식되고 있는 두 사람이 안에선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긴 부른 것일까?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이상득·박근혜 회동설’을 들춰봤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전후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갈등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였다. 심지어 친이계에서는 18대 공천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드러내놓고 배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친이-친박간의 앙금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회동설로 여권 술렁
갖가지 추측 나돌아
친이계에서는 한때 박 전 대표와의 관계 복원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이상득 의원과 친박계 인사들이 회동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여곡절 끝에 친이-친박간의 감정이 잠시나마 해빙기를 가졌지만, 완전한 갈등 해소는 아니다. 박 전 대표가 대권 행보를 취하고 있는 반면, 친이계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표를 차기 대권후보로 생각하지 않는 등 미묘한 감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서로를 지지해줄 리가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들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정치적 앙금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했고, 결국 차기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언론사 보도를 통해 ‘이상득·박근혜 회동설’이 나와 정치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회동설의 정점에는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과 경주 재보선이 자리잡고 있다. 한때 친이-친박간의 관계가 멀어지는 기폭제가 됐던 이 같은 상황에서 모종의 대화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가 여야 대치로 긴박하게 돌아가던 지난달 28일 이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서울 성북동 모처에서 회동했다. 당시 이 의원은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 정두언, 이춘식, 권영진, 김성태, 신상진 의원 등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고, 박 전 대표도 이날 오후 사직동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 한국연희단체총연합회 출범 기념식에 참석했던 것.
또 이날 만남은 이 의원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두 사람은 각자의 일정이 끝난 뒤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 이 의원은 2월 국회에서 야당과의 입법전쟁과 관련,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게다가 지난 3일 이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의 역할과 관련, “잘하신 것 아니냐”고 평가를 내린 것에 대해 두 사람 간에 물밑교류가 있지 않았느냐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에서는 이상득·박근혜 회동설로 인해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수면 아래서 꿈틀거리고만 있던 얘기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이재오 제거설, 이상득·박근혜 연대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겨냥해 채찍과 당근 발언을 절충해서 구사하고 있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이·친박 갈등 사전 차단
이재오 전 의원 견제?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통과를 앞두고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간에 ‘모종의 빅딜’이 있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위기론이 잇따라 터지면서 박 전 대표가 ‘공동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탈당카드를 뽑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야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던 쟁점 법안에 대해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특히 당내 화합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친이-친박 대결이 불가피한 경주 재보선 문제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경주 재보선이 과열 양상으로 흐를 경우 양측 간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경주에서는 이미 친박-친이 대결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 의원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이 사무실 개소식을 했고, 이윤성 국회부의장, 최병국·정두언·나경원 의원 등 한나라당 현역의원 30여명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이에 반해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수성 예비역 장성도 무소속으로 출마, 경주에서 승리한 뒤 한나라당 복당을 노리고 있다. 정 장군의 무소속 출마는 당내 친이-친박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지만 친이-친박 대결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회동설이 경주 재보선 지역 교통정리를 통해 일시적 화해를 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즉 회동설이 빅딜설로 번지는 분위기다.
또 이재오 전 의원의 3월말 귀국이 가시화됨에 따라 친이-친박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재오 복귀론과 맞물려 회동설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만큼 이 전 의원의 역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회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귀국할 경우 여권 내부는 어떤 형태로든 분란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여권 한 인사는 “공성진·진수희 의원 등이 이 전 의원의 메시지를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다”며 “타의에 의해서 정치권의 막후 사령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 것. 이와 같이 민감한 시점에서 회동설이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은 만큼 전쟁을 치르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물밑교감을 나누었을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양측 사실무근 주장
음모론 제기되기도
그러나 이상득 의원실과 친박계에서는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회동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화가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친박계 내부에서 이와 같은 말을 함부로 할 인사는 절대 없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가 알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사태파악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이상득·박근혜 회동설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사실 여부를 놓고 여권이 뒤숭숭하다. 그러나 이들간의 회동·빅딜설 여부를 떠나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 해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 대선 체제가 본격화되면 사실상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