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 - 신인 탤런트 A양, 헬스클럽에서 쫓겨난 이유

“홍보해 드릴테니공짜로 안 될까요?”

공짜라면 눈이 뒤집히는 사람이 많다. 영화 한 편, CF 한 편 출연할 때마다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언뜻 생각하기론 돈 많이 버는 스타들이 돈 몇 푼을 아끼겠냐 싶지만, 돈 많은 스타들일수록 공짜를 밝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돈 쓸 데가 많아서라기보다는 공짜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스타가 나타나면 디자이너들은 연말 시상식에 입고 나가달라며 공짜로 옷을 주고, 보석 브랜드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착용해달라며 목걸이와 귀고리를 선물하며, 식당 주인은 찾아주셔서 영광이라며 밥값은 안 내도 된다고 말하기 일쑤다. 여기저기서 값비싼 선물을 스타의 품에 안기며 “돈은 안 내셔도 된다”고 외치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타들은 웬만해선 지갑을 열지 않는다.

탤런트 A양, 헬스클럽 공짜 이용 부탁했다 거절당해
“공짜가 좋아서” 탤런트 P양, 드레스 협찬 위해 애교
의상·가방·보석 등 연예인들 협찬 받는 분야 다양
“공짜에 워낙 익숙하다보니 계산할 생각하지 않아”


 최근 신인 탤런트 A양은 ‘수모 아닌 수모’를 당했다. 연예기획사의 메카인 청담동에 위치한 헬스클럽을 찾아 “내가 여길 다니면 공짜로 홍보가 되니 좋은 것 아니냐”며 공짜 이용을 부탁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것. 
요즘 연예기획사에선 협찬 0순위로 헬스클럽을 올려놓고 있다. 바로 건강미가 돋보이는 몸짱 열풍에서 비롯된다. 그래서일까.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역삼동에 위치한 헬스클럽들은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연예인들 보이지 않는 차별(?)
‘억울하면 톱스타 돼라’

실제 유명 연예인들은 헬스클럽을 공짜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예 모 헬스클럽은 스타든 신인이든 연예인이면 무료이용이 가능하다. 대신 헬스클럽은 연예인 누구누구가 다닌다는 일종의 스타 마케팅 활용의 반대급부를 얻는다. 한류스타 B가 이용하는 헬스클럽엔 한동안 연예 관계자들이 위풍당당하게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요즘도 현재진행형. 공짜 이용을 생각했다가 단 한마디에 꼬랑지를 감춘다. “한류스타 ○○○도 회비 내고 다니셨는데요.” 그럼 더 이상 반론이 없다고 한다. 회비를 내고 이용하거나 아니면 다음에 오겠다고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톱스타가 회비를 내는 상황에서 공짜로 이용하거나 협찬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탤런트 P양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을 당했다. 고가의 드레스샵으로 유명한 청담동 S샵에 들린 P양은 당연하게 공짜로 선물할 줄 알고 1500만원 상당의 옷을 입고 고개를 빳빳이 들며 나가버렸다. 그런데 그 샵은 연예인한테도 돈을 받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매니저한테 곧바로 끌려온 P양은 드레스 값을 지불하라는 디자이너의 요구에 눈웃음을 살살 치며 “아잉, 제가 입고 다니면 바로 광고가 되잖아요~”라며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하지만 가차없이 옷을 벗고 돌려줘야 하는 ‘수모 아닌 수모’를 당했다.

연예계에선 톱스타와 스타, 그리고 평범한 연예인으로 분류되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때문에 ‘억울하면 톱스타 돼라’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일반인들이 즐겨 쓰는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과 똑같다. 연예인들 사이에선 톱스타는 바로 출세를 의미한다. 같은 연예인이라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게 원칙이고 법이 되는 셈이다.
사실 연예인 공짜 밝힘증에 대해 연예가에선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얘기가 즐비하다. 회식 자리에 자신의 친구나 가족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데리고 와 왕창 먹기만 하고 빠지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어느 연예인은 자신의 의상 협찬사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무조건 달라고 떼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공짜를 밝히기로 소문난 모 배우는 자신이 CF모델로 출연한 음식 매장에 몇 차례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돈을 안 내고 먹은 게 문제가 돼 교체되기도 했다.

한 탤런트 매니저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렇게 밝혔다. 유명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밥값 대신 사진촬영과 연예인 사인을 부탁했다는 것. 이런 게 수차례 반복되자 연예인은 물론이고 자신도 음식값을 지불하는 게 오히려 이상해졌다고 한다. 이는 비단 음식점만 비롯되지 않는다. 연예인 활동의 필수인 미용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협찬이란 미명하에 정상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래도 연예인 매니저들은 말한다. 최소비용은 지불한다고. 이도 천차만별이며 대개 1만원에서 3만원 사이다. 당연히 스타급 연예인들은 공짜 이용이 다반사다. CF스타 출신인 신인급 연기자를 데리고 있는 한 매니저의 답변은 다소 황당하다. 그는 이용 때마다 1만원은 지불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는 추후 무리한 부탁을 요구받을 시 거절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

이와 관련 해당 미용실 관계자의 답변을 우회적으로 들어봤다. “신인급은 일종의 투자다. 솔직히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미용실 중 연예인 협찬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야 유명세를 타고 일반인들이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와도 직접 원장이 손질해주는 경우는 없다. 그저 마지막에 잠깐 손질만 할 뿐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원장의 손길이 많이 미치는 편이다. 왜냐면 훗날 이들이 스타가 됐을 경우 돌아오는 이익이 만만치 않아서다. 1만원은 차라리 안 받는 게 낫다. 그래도 준다고 했는데 거절하면 기분 상할까봐 받아주는 것이다.”

명품 의류나 보석 브랜드의 런칭 행사장에는 바쁜 일정 가운데도 잠시 들러 사진을 찍고 가는 연예인들이 넘쳐난다. 방문한 스타들에게 주최측에서 고가의 상품을 선물로 주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각기 다른 행사장에 열 번 가까이 얼굴을 드러내는 여배우도 있다. 갖고 싶은 액세서리를 발견할 때마다 사지는 않고 코디네이터를 시켜 “좀 얻어 오라”고 시키는 배우들도 많다. 스타 마케팅의 효과가 워낙 큰 액세서리의 경우 이 같은 ‘짠순이 작전’은 대부분 성공한다.

바쁜 일정에 런칭 행사장 들러
사진 찍고 가는 연예인들 넘쳐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던 스타의 집이 어느 TV프로에 낱낱이 공개된다면, 그 집을 공짜로 리모델링해 주거나 공짜로 가구를 제공한다는 조건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 홍보사가 출연 배우에게 무대인사 하러 지방에 가자고 하면 처음엔 튕기다가 옷이나 구두를 사주겠다고 ‘꼬시면’ 그제서야 따라나서는 배우들도 있다. 일부 스타들은 “○○ 모으는 게 취미”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다닌다. 신문·방송 등에서 그런 발언을 하면 다음 날부터 팬들의 선물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수입차 업계도 일부 연예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차량 값을 파격적으로 할인해 주거나 아예 공짜로 달라고 요구해 수입차 판매회사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연예인과는 아예 거래를 안 한다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인기 절정인 모 연예인이 차를 홍보해 준다기에 6개월간 빌려주기로 했지만 한 달가량 지난 뒤 그가 군에 입대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연락했더니 매니저가 되레 ‘공익요원으로 군에 갔는데 뭐가 문제냐’며 따졌다”고 전했다.

차를 공짜로 달라는 요구도 많다. B사 관계자는 “차를 주면 화보 촬영 등에 적극 이용하겠다며 공짜로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그들은 한 회사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에 전화해 공짜로 차를 받을 수 있는지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입차 회사는 명확한 대가 없이 차를 특정인에게 무료로 공급하는 행위가 내규상으로 금지돼 있다. 스타급 연예인이 특정 브랜드의 차량을 선호한다면 홍보에 도움은 되겠지만 해당 차를 실제 몰고 다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질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
하지만 인기 연예인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게 되면 마케팅에서 여러모로 불리해질 수 있어 이런 황당한 요구에 즉각 ‘노(No)’라고 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보통 연예인들의 협찬은 연예인 모르게 스타일리스트나 코디네이터, 매니저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사 홍보실에 근무하는 모 대리는 “이들이 얼마어치를 받기로 하고 연예인한테는 액수를 속이거나 말을 안 하는 경우가 나중에 문제되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귀띔했다. 또 이들이 반납하지 않고 중간에서 물건을 갖고 ‘튀거나’ 중고명품상에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상당수의 방송연예 관계자들은 “연예인치고 공짜 밝히지 않는 사람은 1%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한 연예 관계자는 “억대의 개런티를 받는 스타가 보통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면 누가 밥값을 낼까요”라고 기자에게 오히려 역으로 물어왔다. 언뜻 생각하면 당연히 돈 잘 버는 스타들이 기꺼이 계산을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짜 앞에선 스타도 꽁무니를 뺀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연예계 관계자는 “일부 연예인에 한정된 얘기라고 밝히겠다”면서 “공짜에 워낙 익숙하다보니 이들은 계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연예인에 대한 모방심리 강해
연예인 협찬 더 활발해질 것”

드물긴 하지만 협찬을 거부하는 스타도 있다. 협찬에 따르는 각종 프로그램 출연과 홍보 활동이 부담스럽다는 것.
한 연예인은 “피부과에서 협찬을 해 준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공짜에 따르는 은근한 부담감을 견디느니 차라리 내 돈을 내고 다니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대부분 협찬을 받는다”고 말했다.
톱스타의 경우 이미지 관리를 위해 패션쇼 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스타들도 있다. 자신의 이미지가 다칠까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다. 한마디로 가방 하나 받기 위해 패션쇼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이 품위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모 탤런트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의리 때문에 행사에 가 주곤 했는데 요즘은 모두 돈을 받고 간다고 해 정말 놀랐다”며 달라진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끊임없는 폐해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협찬의 거품은 쉽사리 빠지지 않을 전망이다. 연예인과 언론매체의 파급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연예인에 대한 선망만큼 모방심리도 강하다. 때문에 앞으로도 이 같은 연예인 협찬은 오히려 더 활발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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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