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면 눈이 뒤집히는 사람이 많다. 영화 한 편, CF 한 편 출연할 때마다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언뜻 생각하기론 돈 많이 버는 스타들이 돈 몇 푼을 아끼겠냐 싶지만, 돈 많은 스타들일수록 공짜를 밝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돈 쓸 데가 많아서라기보다는 공짜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스타가 나타나면 디자이너들은 연말 시상식에 입고 나가달라며 공짜로 옷을 주고, 보석 브랜드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착용해달라며 목걸이와 귀고리를 선물하며, 식당 주인은 찾아주셔서 영광이라며 밥값은 안 내도 된다고 말하기 일쑤다. 여기저기서 값비싼 선물을 스타의 품에 안기며 “돈은 안 내셔도 된다”고 외치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타들은 웬만해선 지갑을 열지 않는다.
탤런트 A양, 헬스클럽 공짜 이용 부탁했다 거절당해
“공짜가 좋아서” 탤런트 P양, 드레스 협찬 위해 애교
의상·가방·보석 등 연예인들 협찬 받는 분야 다양
“공짜에 워낙 익숙하다보니 계산할 생각하지 않아”
최근 신인 탤런트 A양은 ‘수모 아닌 수모’를 당했다. 연예기획사의 메카인 청담동에 위치한 헬스클럽을 찾아 “내가 여길 다니면 공짜로 홍보가 되니 좋은 것 아니냐”며 공짜 이용을 부탁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것.
요즘 연예기획사에선 협찬 0순위로 헬스클럽을 올려놓고 있다. 바로 건강미가 돋보이는 몸짱 열풍에서 비롯된다. 그래서일까.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역삼동에 위치한 헬스클럽들은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연예인들 보이지 않는 차별(?)
‘억울하면 톱스타 돼라’
실제 유명 연예인들은 헬스클럽을 공짜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예 모 헬스클럽은 스타든 신인이든 연예인이면 무료이용이 가능하다. 대신 헬스클럽은 연예인 누구누구가 다닌다는 일종의 스타 마케팅 활용의 반대급부를 얻는다. 한류스타 B가 이용하는 헬스클럽엔 한동안 연예 관계자들이 위풍당당하게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요즘도 현재진행형. 공짜 이용을 생각했다가 단 한마디에 꼬랑지를 감춘다. “한류스타 ○○○도 회비 내고 다니셨는데요.” 그럼 더 이상 반론이 없다고 한다. 회비를 내고 이용하거나 아니면 다음에 오겠다고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톱스타가 회비를 내는 상황에서 공짜로 이용하거나 협찬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탤런트 P양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을 당했다. 고가의 드레스샵으로 유명한 청담동 S샵에 들린 P양은 당연하게 공짜로 선물할 줄 알고 1500만원 상당의 옷을 입고 고개를 빳빳이 들며 나가버렸다. 그런데 그 샵은 연예인한테도 돈을 받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매니저한테 곧바로 끌려온 P양은 드레스 값을 지불하라는 디자이너의 요구에 눈웃음을 살살 치며 “아잉, 제가 입고 다니면 바로 광고가 되잖아요~”라며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하지만 가차없이 옷을 벗고 돌려줘야 하는 ‘수모 아닌 수모’를 당했다.
연예계에선 톱스타와 스타, 그리고 평범한 연예인으로 분류되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때문에 ‘억울하면 톱스타 돼라’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일반인들이 즐겨 쓰는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과 똑같다. 연예인들 사이에선 톱스타는 바로 출세를 의미한다. 같은 연예인이라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게 원칙이고 법이 되는 셈이다.
사실 연예인 공짜 밝힘증에 대해 연예가에선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얘기가 즐비하다. 회식 자리에 자신의 친구나 가족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데리고 와 왕창 먹기만 하고 빠지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어느 연예인은 자신의 의상 협찬사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무조건 달라고 떼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공짜를 밝히기로 소문난 모 배우는 자신이 CF모델로 출연한 음식 매장에 몇 차례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돈을 안 내고 먹은 게 문제가 돼 교체되기도 했다.
한 탤런트 매니저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렇게 밝혔다. 유명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밥값 대신 사진촬영과 연예인 사인을 부탁했다는 것. 이런 게 수차례 반복되자 연예인은 물론이고 자신도 음식값을 지불하는 게 오히려 이상해졌다고 한다. 이는 비단 음식점만 비롯되지 않는다. 연예인 활동의 필수인 미용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협찬이란 미명하에 정상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래도 연예인 매니저들은 말한다. 최소비용은 지불한다고. 이도 천차만별이며 대개 1만원에서 3만원 사이다. 당연히 스타급 연예인들은 공짜 이용이 다반사다. CF스타 출신인 신인급 연기자를 데리고 있는 한 매니저의 답변은 다소 황당하다. 그는 이용 때마다 1만원은 지불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는 추후 무리한 부탁을 요구받을 시 거절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
이와 관련 해당 미용실 관계자의 답변을 우회적으로 들어봤다. “신인급은 일종의 투자다. 솔직히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미용실 중 연예인 협찬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야 유명세를 타고 일반인들이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와도 직접 원장이 손질해주는 경우는 없다. 그저 마지막에 잠깐 손질만 할 뿐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원장의 손길이 많이 미치는 편이다. 왜냐면 훗날 이들이 스타가 됐을 경우 돌아오는 이익이 만만치 않아서다. 1만원은 차라리 안 받는 게 낫다. 그래도 준다고 했는데 거절하면 기분 상할까봐 받아주는 것이다.”
명품 의류나 보석 브랜드의 런칭 행사장에는 바쁜 일정 가운데도 잠시 들러 사진을 찍고 가는 연예인들이 넘쳐난다. 방문한 스타들에게 주최측에서 고가의 상품을 선물로 주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각기 다른 행사장에 열 번 가까이 얼굴을 드러내는 여배우도 있다. 갖고 싶은 액세서리를 발견할 때마다 사지는 않고 코디네이터를 시켜 “좀 얻어 오라”고 시키는 배우들도 많다. 스타 마케팅의 효과가 워낙 큰 액세서리의 경우 이 같은 ‘짠순이 작전’은 대부분 성공한다.
바쁜 일정에 런칭 행사장 들러
사진 찍고 가는 연예인들 넘쳐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던 스타의 집이 어느 TV프로에 낱낱이 공개된다면, 그 집을 공짜로 리모델링해 주거나 공짜로 가구를 제공한다는 조건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 홍보사가 출연 배우에게 무대인사 하러 지방에 가자고 하면 처음엔 튕기다가 옷이나 구두를 사주겠다고 ‘꼬시면’ 그제서야 따라나서는 배우들도 있다. 일부 스타들은 “○○ 모으는 게 취미”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다닌다. 신문·방송 등에서 그런 발언을 하면 다음 날부터 팬들의 선물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수입차 업계도 일부 연예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차량 값을 파격적으로 할인해 주거나 아예 공짜로 달라고 요구해 수입차 판매회사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연예인과는 아예 거래를 안 한다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인기 절정인 모 연예인이 차를 홍보해 준다기에 6개월간 빌려주기로 했지만 한 달가량 지난 뒤 그가 군에 입대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연락했더니 매니저가 되레 ‘공익요원으로 군에 갔는데 뭐가 문제냐’며 따졌다”고 전했다.
차를 공짜로 달라는 요구도 많다. B사 관계자는 “차를 주면 화보 촬영 등에 적극 이용하겠다며 공짜로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그들은 한 회사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에 전화해 공짜로 차를 받을 수 있는지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입차 회사는 명확한 대가 없이 차를 특정인에게 무료로 공급하는 행위가 내규상으로 금지돼 있다. 스타급 연예인이 특정 브랜드의 차량을 선호한다면 홍보에 도움은 되겠지만 해당 차를 실제 몰고 다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질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
하지만 인기 연예인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게 되면 마케팅에서 여러모로 불리해질 수 있어 이런 황당한 요구에 즉각 ‘노(No)’라고 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보통 연예인들의 협찬은 연예인 모르게 스타일리스트나 코디네이터, 매니저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사 홍보실에 근무하는 모 대리는 “이들이 얼마어치를 받기로 하고 연예인한테는 액수를 속이거나 말을 안 하는 경우가 나중에 문제되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귀띔했다. 또 이들이 반납하지 않고 중간에서 물건을 갖고 ‘튀거나’ 중고명품상에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상당수의 방송연예 관계자들은 “연예인치고 공짜 밝히지 않는 사람은 1%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한 연예 관계자는 “억대의 개런티를 받는 스타가 보통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면 누가 밥값을 낼까요”라고 기자에게 오히려 역으로 물어왔다. 언뜻 생각하면 당연히 돈 잘 버는 스타들이 기꺼이 계산을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짜 앞에선 스타도 꽁무니를 뺀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연예계 관계자는 “일부 연예인에 한정된 얘기라고 밝히겠다”면서 “공짜에 워낙 익숙하다보니 이들은 계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연예인에 대한 모방심리 강해
연예인 협찬 더 활발해질 것”
드물긴 하지만 협찬을 거부하는 스타도 있다. 협찬에 따르는 각종 프로그램 출연과 홍보 활동이 부담스럽다는 것.
한 연예인은 “피부과에서 협찬을 해 준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공짜에 따르는 은근한 부담감을 견디느니 차라리 내 돈을 내고 다니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대부분 협찬을 받는다”고 말했다.
톱스타의 경우 이미지 관리를 위해 패션쇼 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스타들도 있다. 자신의 이미지가 다칠까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다. 한마디로 가방 하나 받기 위해 패션쇼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이 품위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모 탤런트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의리 때문에 행사에 가 주곤 했는데 요즘은 모두 돈을 받고 간다고 해 정말 놀랐다”며 달라진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끊임없는 폐해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협찬의 거품은 쉽사리 빠지지 않을 전망이다. 연예인과 언론매체의 파급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연예인에 대한 선망만큼 모방심리도 강하다. 때문에 앞으로도 이 같은 연예인 협찬은 오히려 더 활발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