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주가가 연일 상종가다. 이 총재가 누구의 손을 잡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를 잡아야만 차기 대권후보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총재 맘을 사로잡기 위한 여권 인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마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 총재를 잡아야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총재의 숨겨진 승부수를 진단해봤다.
친박-친이, 이회창 연대 강화 조짐
대권 출마 여부 따라 상대 바뀐다?
“이회창 총재에게 아직도 대권 욕심이 남아 있는 듯하다”, “친이계와 손잡을 수도 있다”, “친박계와 손잡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 “이 총재를 잡으면 대권이 보인다.”
이 총재의 향후 거취를 놓고 여권 관계자들이 던진 일성이다. 차기 대권정국을 일순간에 안개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그의 영향력과 파괴력을 반증하는 발언들이기도 하다.
충청권 발전 위한 행보 ‘글쎄!’
이 총재가 누구와 연대를 하느냐에 따라서 차기 대선 판세가 요동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권 등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 차기 대권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충청권 맹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어, 충청권을 잡기 위해서는 이 총재를 잡아야 된다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 총재의 최근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차기 대권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변수가 많이 있다고 판단한 듯하지만, 그 이면을 들어다보면 이 총재를 잡기 위한 물밑행보가 자못 심상치 않다. 지난달 3일 친이계 인사와 친박계 인사 등이 이 총재와 만찬회동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아리송한 행보에 대해 향후 차기 대권을 위한 승부수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란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 총재는 정부부처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특별자치시’로 지정해야 된다는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의외로 적극적이지 않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명예고문으로 위촉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이 총재가 예전에 국무총리일 때 연설을 부탁했었다. 그때 본인은 충청도 출신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이 총재는 충청도 예산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여권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행보를 놓고 볼 때 차기 대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며 “한나라당 내에서 차기 대권후보로 박근혜 전 대표가 유력하게 떠오르는 만큼 친이계 내부에서 ‘박근혜 대항마’를 찾지 못할 경우 이 총재를 적극 지지할 수도 있다. 권력을 통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자유선진당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충청 맹주’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또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차기 대권 행보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절한 시기시가 오면 ‘대권 출마’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게다가 지방선거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즉 시간적 여유가 많은 만큼 얼마든지 시시각각 다른 행보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에 반해 여권 일각에서는 이 총재와 박 전 대표의 교감설도 나돌고 있다. 한때 이 총재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외면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얼마든지 연대가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헌 카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Y인사와 연결고리
실제로 이 전 총재는 4년 중임제 개헌 카드를 꺼내들고 있고, 박 전 대표 국민적 합의가 있다는 전제로 찬성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이 총재를 잡기 위해 친박계 Y인사를 중심으로 한 측근들이 이 총재와의 연대를 위해 물밑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적잖게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친이계와 이 총재의 연대는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개헌론 카드를 통해 ‘이회창=국무총리, 박근혜=대통령’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친박계 Y인사와 그 측근들을 중심으로 이 총재와 교감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 총재는 17대 대선을 통해 정치무대에 복귀했지만, 대권 도전에 대한 얘기는 쏙 들어간 상태다. 이로 인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장의 승부카드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속단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다만 이 총재가 차기 대권 구도에서 ‘최대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는 생물이고 변화무쌍한 정치권의 상황을 비춰볼 때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결국 이 총재의 대권 욕심 여부에 따라 차기 대권에 대한 구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총재의 숨은 노림수는 무엇이며, 정치권에 메가톤급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