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루머·성형·연애 등 고백 천편일률
사생활폭로 프로그램 시청자 외면 받을 수도
고현정, 김승우, 김태희, 한고은, 박용하, 백지영, 강부자. 앞에 열거한 스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된 고백을 했다는 점이다.
최근 스타들의 생생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루머에 대해 해명하거나 열애 사실을 공개한다. 뿐만 아니다. 팬사이트나 홈페이지에 심경고백을 하거나 성형 수술을 털어놓는 경우도 줄을 잇고 있다. 과거 무조건 부인하던 시절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타들이 이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네티즌의 꼼꼼하고 치밀한 ‘검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에 입문하기 전의 사생활이나 성형 여부, 나아가 실제 라이브 실력까지 그 대상이다. 연예인들은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스타의 졸업 사진을 찾는 것쯤은 누워서 떡 먹기다. 과거처럼 ‘눈 가리고 아웅’해도 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자칫 잘못 둘러댈 경우엔 오히려 불난 데 부채질 할 수 있다.
조기 진압이 어설픈 해명보다는 현명하다. 최근 데뷔 전 사진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던 이시영처럼 당당히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다. 또 온라인에서 눈부시게 퍼져나가는 루머들은 생명체처럼 확대 재상산된다. 열애설이 결혼-이혼설로까지 발전하면서 마침내 ‘진실’로 굳어진다.
한 연예 관계자는 “요즘엔 ‘오빠 회사 동료가 언약식에 참석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목격담이 눈 깜짝할 사이에 온갖 사이트를 뒤덮어버린다”며 “때로는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오히려 정공법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이 같은 ‘검증’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미지와 실력을 포장하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를 뒤집어보려는 대중의 심리도 더욱 자극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타들의 사생활 자진 폭로(?)가 오락프로그램의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예인들은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기만 하면 의례 첫 키스, 성형, 소개팅 등을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과거의 가벼운 에피소드를 들려주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감춰왔던 프라이버시도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이런 포맷이 오락프로그램에서 빈번히 나오는 건 과거사를 ‘고백하는’ 연예인이나 방송국의 스태프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관계자는 “연예인은 TV에 출연해 적당한 선에서 사생활을 노출함으로써 이목을 끌 수 있고, 이를 연출한 프로그램도 화제에 올라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므로 양쪽 다 손해볼 게 없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스타들이 언급한 내용이 세세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인터넷 포털 뉴스에서 뜨겁게 다뤄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런 식의 제작이 반복되는 한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폭로성 발언 자체의 문제를 떠나 유사한 프로그램이 늘다보니, 중복 발언이 많고 차별화도 안 된다. 또 스타들이 털어놓은 과거사는 이미 2~3년 전 방송과 언론에 보도돼 알려진 내용들도 많지만 각 방송사에선 이를 모르거나 또는 아예 제재를 가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실제 한 남자배우는 몇 년 전 언론과 방송에 공개했던 아들 이야기와 별 차이 없는 내용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으며 또 다른 여성가수는 이성교제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를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각색해 털어놓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겹치기 출연’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를 낳고 있다. 사생활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연예인들의 출연이 줄어들고 다소 관대한 연예인에게 문호가 열리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 문화평론가는 “스타들의 사생활 폭로에만 집착하는 오락프로그램은 시청자로부터 외면 받는 것은 물론이고 오락프로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 연예인들의 홍보의 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오프라 윈프리쇼’는 스타에게만 집중됐던 시선을 시청자들에게로 돌린 좋은 사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