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우리소리기행 ①정선아리랑

웅장하고 애절한 소리 찾아 두메산골로

정선아리랑은 산간 지역인 정선의 자연과 정서를 쏙 빼닮았다. 빠르고 경쾌한 밀양아리랑이나 구성지고 유려한 진도아리랑과 달리 가락이 단조롭고 유장하며, 가사는 구슬프고 애절하다. 현재 채록되어 전하는 정선아리랑 가사 3000여 수에는 첩첩이 빼곡한 산자락, 산과 산 사이로 꺾이고 휘어 흐르는 강물, 지형적 고립성, 산골 생활의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삶에 대한 낙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리랑을 찾아가는 여행지로는 정선아리랑 발상지인 거칠현동, 애정편의 무대 아우라지,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리랑극 공연장 등 어디라도 좋다. 다만 가장 먼저 고갯길에 올라 정선 땅을 한번 조망해보라. 반점재, 새비재, 병방치는 정선 땅의 생김새를 볼 수 있는 고개 중 비교적 접근하기 쉽다. 이용객이 줄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기차역을 향토 자료관으로 만든 기록사랑마을전시관(옛 함백역)과 억새전시관(옛 별어곡역)도 함께 둘러본다.

산간지역 자연과 정서 쏙 빼닮은 아리랑
고스란히 감겨 있는  삶에 대한 낙천성

 정선아리랑은 산간 지역인 정선의 자연과 정서를 쏙 빼닮았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로 시작하는 빠르고 경쾌한 밀양아리랑이나 영화 <서편제>에서 아버지와 아들과 딸이 장구 치고 춤추며 부르던 구성지고 유려한 진도아리랑과 달리 정선아리랑은 단조롭고 유장한 것이 특징이다. 또 가사는 구슬프고 애절하다.

20년 전만 해도 정선은 오지 중의 오지요, 두메산골의 대명사였다. 신경림의 <민요기행>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정선 땅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아찔한 비행기재를 위태롭게 넘어가야 했다”고 묘사되었을 정도다. 그보다 앞서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무릇 나흘 동안 길을 걸었는데도 하늘과 해를 볼 수 없었다”며 정선의 험한 산세를 이야기했다.

오지 중의 오지
두메산골 대명사

정선아리랑 가사 3000여 수에는 그처럼 첩첩이 빼곡한 산자락, 산과 산 사이로 꺾이고 휘어 흐르는 강물, 지형적 고립성, 산골 생활의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삶에 대한 낙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선아리랑은 1971년 강원도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었고, 1976년부터 해마다 정선아리랑제가 개최되고 있다.


무형의 아리랑을 찾아가는 유형의 여행 코스는 거칠현동, 아우라지 처녀상,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리랑극 공연장 등 어디라도 좋다. 다만 가장 먼저 고갯길에 올라 정선 땅을 한번 조망하길 권한다.

정선읍에서 나전역 가는 길에 위치한 반점재는 차량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해발 450m 정상에 서면 조양강에 포근히 안긴 마을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신동읍 조동리의 새비재는 반점재에서 보는 전망과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오르는 길 어느 지점부터인가 고랭지 배추밭이 그림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정선읍 북실리와 귤암리 사이의 병방치 전망대에서는 한반도 모양의 밤섬 둘레를 동강 물줄기가 180도로 감싸 안고 흐르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U자형으로 돌출된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전망대도 있다. 병방치 스카이워크라 불리는 이 전망대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방문객이 급증했다.

다음은 정선아리랑 발상지를 찾아보자. 구비 전승되는 민요의 특성상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고려 멸망 후 조선의 신하 되기를 거부하고 정선군 남면 낙동리 거칠현동에 들어와 살다 죽은 고려 유신 7명에게서 기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이 망국의 한을 읊은 노래가 바로 정선아리랑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정선아리랑 노랫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 가사 속의 만수산은 고려 송도에 있던 산을, 먹구름은 왕조의 위기를 뜻한다고 한다.

정선아리랑은 느리고 길게 부르는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정선아리랑이라고 하면 느리고 긴 노래(긴아리랑)를 뜻하지만, 엄연히 긴아리랑과 엮음아리랑으로 구성된다. 서양의 랩처럼 빠르게 쏟아내는 엮음아리랑은 가락이 흥겹고 가사가 해학적이다.


어린 신랑에게 시집온 처녀의 신세 한탄부터 시집살이의 고단함, 늙은 남편에 대한 원망 등 다양한 가사가 있는데, 주제에 따라 수심편, 산수편, 애정편, 처세편, 무사편, 뗏목편과 같이 분류한다. 그중에서 애정편의 무대가 바로 여량의 아우라지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 사시장철 임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이 가사에는 폭우로 물이 불어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여량 처녀와 유천리 총각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아우라지는 강원도 일대에서 벌목한 목재가 1000리 물길을 따라 한양까지 운반되던 출발점으로, 전국에서 몰려든 떼꾼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떼꾼들은 벌이가 상당해서 ‘떼돈 번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생겨났으며, 동강 주변에는 객줏집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아우라지 강기슭에는 정선아리랑전수관도 있다. 정선아리랑 기능보유자 4인(김남기, 유영란, 김길자, 김형조)을 비롯해 전수 교육 조교, 전수 교육 이수자, 전수 장학생들이 활발한 전승 활동을 펼치며, 매주 수요일에는 정선아리랑 교육도 진행된다.

나리재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동강

아우라지를 출발한 뗏목들은 정선 읍내의 조양강과 동강을 거쳐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했다. 동강은 조양강에 동남천이 합해지는 정선읍 가수리∼영월 구간을 일컫는데, 정선 지역인 가수리∼신동읍 고성리 구간도 황홀한 풍경의 연속이다.

자동차도 좋고 자전거도 좋으니 이 구간을 한번 달려보자. 오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가수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는 맛이 각별하고, 고성리에 도착하기 전 나리재에서 내려다본 동강도 무척 아름답다.

극단 무연시가 공연하는 정선아리랑극 〈어머이〉도 꼭 챙겨볼 것. 정선오일장(끝자리 2·7일)이 열리는 날 오후에 군청 옆 문화예술회관 3층 공연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리랑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 기록사랑마을전시관(옛 함백역)과 억새전시관(옛 별어곡역)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기록사랑마을전시관은 한때 함백 지역 탄광 산업의 중심지였던 신동읍 조동8리의 사라진 함백역을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복원, 관련 기록물을 보존해둔 곳이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조동8리를 기록사랑마을 1호로 지정하고, 전시관 앞에 표지석도 세웠다. 옛것이 자꾸 사라지고, 옛것을 기억하는 이도 점점 줄어드는 요즘 같은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다.

기록사랑마을전시관 가까이에는 정선아리랑학교가 있다. 정선아리랑연구소가 아리랑 보존과 교육을 위해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개별 여행객을 위한 아리랑 체험이 아닌 전문적인 교육이 펼쳐진다. 주말에는 우표, 딱지, 성냥, 크레용, 각종 학용품 등 추억의 물건과 근현대사 자료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억새전시관도 함백역처럼 별어곡역의 이용객이 줄어들자 보통 역에서 간이역으로, 간이역에서 작은 전시관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다. 억새 군락지 사진, 민둥산 모형도, 향토 사료 등을 전시한다. 두 곳 모두 상시 개방하지 않으니 신동읍과 남면사무소에 문의해보고 가야 한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아우라지 → 반점재 → 병방치 전망대 → 정선오일장 → 아리랑극 관람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아우라지 → 반점재 → 병방치 전망대 → 정선오일장 → 아리랑극 관람
둘째 날 : 가수리~고성리 드라이브 → 새비재 → 기록사랑마을전시관 → 추억의 박물관 → 억새전시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정선군 관광문화포털 정선여행 www.ariaritour.com
- 정선아리랑학교 www.arirangschool.or.kr                               - 병방치 스카이워크 www.ariihills.co.kr

문의전화
- 정선군 종합관광안내소 1544-9053                                          - 정선아리랑전수관 033)560-2897
- 정선아리랑극공연 033)560-2562                                             - 병방치 스카이워크 033)563-4100
- 억새전시관 033)591-1301(남면사무소)
- 추억의 박물관, 정선아리랑학교 033)378-7856

대중교통 정보
버스
동서울종합터미널-정선, 매일 9회 운행(07:10~18:55),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신고한, 매일 30회 운행(06:00~23:00), 약 2시간50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www.ti21.co.kr) 정선버스터미널 033)563-9265, 고한·사북공영버스터미널 033)591-2860
기차
청량리역-사북역(강원랜드), 매일 7회 운행(07:10~23:15) 약 3시간30분 소요
청량리역-고한역(하이원), 매일 7회 운행(07:10~23:15), 3시간20분 소요
정선관광열차(정선오일장날 운행) : 청량리역 → 양평역 → 원주역 → 예미역 → 민둥산역 → 정선역 → 아우라지역
※문의 : 코레일 1544-7788(www.korail.com), 코레일관광개발 1544-7755(www.korailtravel.com),
             정선역 033)563-7788
자가운전 정보
- 호법 JC → 영동고속도로 → 진부 IC → 59번 국도 → 정선
- 호법 JC → 영동고속도로 → 새말 IC → 42번 국도 → 안흥 → 31번 국도 → 평창 → 42번 국도 → 미탄 → 정선
- 중앙고속도로 → 제천 IC → 영월삼거리 → 미탄 → 정선

숙박정보
- 문호텔 : 사북읍 사북2길 033)591-0707
- 하이랜드호텔 : 고한읍 고한로 033)591-3500 www.hi-landhotel.co.kr
- 라스베가스모텔 : 사북읍 소금강로 033)591-6668
- 옥산장 : 여량면 여량3길 033)562-0739 www.oksanjang.pe.kr
- 가리왕산자연휴양림 : 정선읍 가리왕산로 033)562-5833 www.huyang.go.kr
- 락있수다 펜션 : 화암면 소금강로 070)8840-9387 www.rockitsuda.com
- 엘카지노호텔 : 남면 무릉1로 033)592-8222 www.l-casino.com
- 하이원호텔 : 고한읍 고한7길 1588-7789 www.high1.com

식당정보
- 싸리골식당 : 곤드레나물밥, 정선읍 정선로 033)562-4554
- 동박골식당 : 곤드레나물밥, 정선읍 정선로 033)563-2211
- 대운식당 : 곤드레나물밥·닭볶음탕, 여량면 노추산로 033)562-5041
- 동광식당 : 콧등치기국수·황기족발, 정선읍 녹송3길 033)563-3100
- 만항할매닭집 : 황기백숙·닭볶음탕, 고한읍 함백산로 033)591-3136

축제 및 행사정보
- 두위봉철쭉제 : 5월 말~6월 초 033)560-2635(신동읍주민센터)
- 아우라지뗏목축제 : 7월 말~8월 초 033)560-2665(여량면 문화체육추진위원회), www.auraji.net
- 민둥산억새꽃축제 : 9~10월 033)591-9141(민둥산억새꽃축제위원회)
- 정선아리랑제 : 10월 초 033)563-2646, www.arirangfestival.kr

주변 볼거리
민둥산, 정암사, 몰운대, 화암동굴, 숙암별천지박물관, 백두대간약초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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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