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직격인터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05 11: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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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폐암 걸렸는데 허리디스크 수술한 격"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0월29일 진보정의당은 심상정 후보를 대선에 내세웠다. 진보정의당은 '땀이 정의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랜 진통 끝에 새집을 마련했다. '빅3'의 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진보 양당의 캐스팅보트는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진보정의당은 과연 선택을 할 것이며, 완주를 한다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일요시사>가 사실상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노회찬 대표와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질문에는 대부분 "경쟁구도로 보지 말라"며 조심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공약발표 내용, 대선출마 계획, 대선구도에 대한 질문에도 “우문이라 생각한다”고 다그치는가 하면, "점쟁이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정치쇄신과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힘주어 역설했다. 야권단일화를 정권교체의 '절대적 숙명'으로 여기며, '정책협상안' 조율 필요성을 주장하는 노회찬 대표.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반갑습니다 대표님. 큰 산을 넘었습니다. 어느 정도 진보 정의당의 윤곽도 그려졌고 가닥도 잡혔는데요. 많이 바쁘시지요.

▲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창당을 잘 했기 때문에 창당 초기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도 많은 면이 있고, 대통령선거가 임박해 정치권에선 가장 바쁠 때죠.

- 창당준비와 동시에 대선준비, 살림마련까지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요.

▲ 촉박하면 촉박한대로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 해서 부족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모두 감안해서 일정을 정했어요. 다소 빠듯해 보이고 촉박한 점이 없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할 건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안배를 하고 있어요.


- 창당 후 곧바로 대선에 합류하면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의 대치구도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후보를 경쟁적으로 의식하면서 매사를 보고 있지는 않구요. 모든 갈등은 다 잊었고, 앞만 보고 갈 것입니다.

- 하지만 유권자는 진보 양당, 그중에서도 '진보 여전사'의 대결구도를 궁금해 합니다.

▲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런 걸 궁금해 하는 유권자를 못 만나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이정희-심상정'의 정책 대결도 중요한 대선 관전포인트로 거론되는데.

▲ 정책 때문에 헤어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잖아요. 사실과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아닌)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상대로 정책대결을 하는 거예요.

- 그렇다면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안철수+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의 구도에서 이 후보와 한배를 탈 가능성도 있나요? 유력대선후보는 지금 1%도 중요한 시긴데요.


▲ 모든 경우의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생각 안 해봤습니다.

- 그렇다면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 단일화는 국민의 요구예요. 안 되면 큰일 나는 것이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촉한다고 해서 금방 되는 일은 아니지만,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국민의 뜨거운, 절대적 요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 국민의 요구가 뜨겁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단일화가 되겠습니까.

▲ 만약 단일화에 실패하면 세 후보(문재인·안철수·심상정) 다 사퇴해야죠. 대통령후보 등록일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어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단일화 첫걸음을 떼고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연대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하고요.

"이정희 후보, 경쟁관계로 보지 않아"
"단일화 실패하면 세 명 모두 사퇴해야"

- 민주당과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는 야권단일화에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일화에 난항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단일화 논의는 각자 유·불리에 대한 판단으로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하겠지만 한쪽 후보가 강요한다고 단일화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니까….

- 그렇다면 안 후보가 완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나요.

▲ 세상일이라는 게 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정치할 자격이 없는 거죠. 누구든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픈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 7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노 후보를 향한 비판이 거셌는데요.

▲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 당시 서울시장후보로서 완주를 선택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개표결과는 단 0.65%p 차이. 노 대표는 3.4%의 득표를 기록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지금과 상황이 비슷해 보입니다.

▲ 당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고요, 선거 전 여론조사는 그보다 격차가 더 컸죠. 10% 이상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후보 측에서 단일화하자는 말도 없었고, 연락 한번 없었어요.

- 당시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유권자들의 노 대표에 대한 사퇴압박도 굉장했는데.

▲ 사퇴압박이라는 것도 말이 안돼요. 다른 후보를 어떻게 사퇴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무슨 권리와 자격으로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당시 저는 당 대표로서 다른 후보들이 지방선거에 동시 출마한 상태였습니다. 일방적으로 내가 사퇴하면 다른 후보들도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 사퇴하지 않고 완주해 서울시장 자리를 오 후보에게 내줬다는 비판에 오해가 작용한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 그 당시 우리는 단일화를 추구하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어요. 물론 대화와 조건이 맞으면 하는 것이고. 하지만 격차가 너무 많이 나서 단일화 필요성을 못 느꼈죠.

민주당이든 당시 진보신당이든 단일화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던 데 대한 책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꼭 나 때문에 한 후보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 야권 패배의 화살이 쏟아져 심정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 왜 맘고생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각오해야죠. 정치권은 항상 말이 많아요.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이 땅에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리게 하려는 마음과 또 정권교체라는 일념이 있어 이날까지 온 것입니다. 총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셔서 그런 문제는 다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 젊은층에 인기가 많아 진보정당의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으셨습니다. 서울시장 보선으로 인해 그러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 그럴 때도 있는 거고….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처음 서울시장 출마할 때 15%의 지지율을 기록했어요. 나중에 4%로 떨어진 거죠.

11%는 저를 지지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 한 후보를 지지했고요. 이처럼 단일화는 유권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예요. 제가 사퇴했다면 나머지 4% 표는 어디로 갔겠습니까.

-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선거 결과에 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봐야하나요.

▲ 정치·도의적 책임이 왜 없겠어요. 한나라당을 물리치기 위해 출마했기 때문에 제 목표가 관철이 안 된 결과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해요. 하지만 이길 선거를 저 때문에 졌다고는 보지 않죠.

- 유력 대선후보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지지율이지만, 진보 양당 대선후보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야권단일화 과정에 노 대표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 단일화가 성사되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놔야 정치쇄신"
"국민은 욕만 하지 말고 직접 나서야"

- 안 후보가 단일화 요건으로 '정당의 쇄신'과 '국민의 합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 조건이 없습니다. 정치쇄신 이야기만 하고 무엇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내놓고 있어요.

- 정치쇄신의 중심에 '정당'이 있습니다.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고 정치권의 '정당비호' 발언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 정치권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국민은 '너희(국회의원)가 알아서 잘 하라'는 거죠. 국민에게 (정치쇄신의) 방안까지 내놓으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 국민이 잘 몰라요. 그게 핵심인데 선거제도 논의하면 국민은 관심 없어 해요. 그렇다고 국민이 관심 있으면 중요하고 국민의 관심이 없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죠.

이것을 정치권이 풀어야 하는데 스스로 못 푸니까 국민이 정치에 불신을 갖는 거예요.

- 얼마 전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으셨습니다.

▲ (안 후보가) 문제를 잘 못 본 겁니다. 진단을 잘못하면 처방도 잘못되죠. 폐암인데 허리디스크라고 진단하고 수술을 해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몸만 망가지는 거예요.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가 많은 점을 지적했어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국회의원수 줄이자는 국민의 의견은) 정치가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국민은 정치가 밉고, '미운놈 좀 적었으면 좋겠다'라는 분노의 표시인 거지, 수를 줄인다고 해서 좋은 정치가 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어요.

그렇게 해서 쓸모없는 국회의원 솎아지고, 쓸모 있는 국회의원만 남게 되리라는 것은 무책임한 이야기예요. 안 후보를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요구라고 보면 됩니다.

- 그렇다면 노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정치쇄신은 무엇입니까.

▲ 정치인들이 가장 내놓기 싫어하는 기득권을 내놓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은 현 선거제도에 의해 뽑혔기 때문에 이걸 바꾸기 싫어해요. 이러한 선거제도를 바꿔야죠.

-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 부산을 보면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은 46%인데 새누리당은 88% 뽑힙니다. 국민이 자기를 대변하는 사람을 국회에 못 보내고 있는 거예요.

국민과 정치가 다른 것, 이것이 불신의 배경입니다. 이것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지지를 10% 받은 정당은 의석 10%를 갖고, 50%를 받으면 의석 50%를 갖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해요.

-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 그것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입니다. 이걸 누가 제일 싫어하느냐. 지금 국회의원들이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똑같습니다. 바로 이것이 기득권이에요.

여기서 수만 줄인다고 가정하면요. 부산에서 18석 뽑다가 10석 뽑으라는데, 지금 18석 뽑으니까 그나마 문재인 후보와 조경태 의원이 당선되는 겁니다.

10석 뽑아보세요. 민주당에서 단 한 석이라도 당선되나. 광주에선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거고, 그러면 양당의 기득권이 강화되는 거죠.

- 야권단일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정책 조율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학자와 정치권에서 수없이 논의했어요.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죠. 하지만 (바꾸기) 싫으니까 안 하는 거예요.

자기한테 이롭지 않으니까. 자기 기득권을 손상시키니까. 이제 와서 정답이 딴 데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되죠. 국민도 국회에만 맡기지 말고 움직여야 해요.

- 그렇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

▲ 국민은 왜 가만히 있습니까. 왜 앉아서 정치권 욕만 하나요. 고칠 생각은 안 하고. 그 전에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투표에 부쳐지면 국민은 반드시 동참해야 해요. 그러면 국민이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민과 정치가 일치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노회찬 당 대표 프로필>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졸업
▲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
▲ 진보정치연합 대표
▲ 민주노동당 부대표
▲ 제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 한국노동정책 정보센터 대표
▲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
▲ 제19대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서울 노원병)
▲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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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