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장의 기술은 단순하게 새기는 것에 끝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글씨체에 대한 공부가 있어야만 하지요. 이를테면 篆 隸 楷 行 草의 각 서체의 구별은 물론 구사도 할 수 있어야 작품을 보고 수작인지 졸작인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특히 좌서(뒤집어 써놓은 글)도 정확히 볼 줄 알아야 해요. 그리고 요즈음 들어 컴퓨터프로그램으로 도장을 간단히 만들어 내는데, 그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겠습니다. 컴퓨터 도장은 단순하면서도 위·변조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손수 손으로 해낸 인장은 위·변조를 할 수가 없는 독특함 그 자체죠.”
50여 년간 인장업에 종사해오면서 이 분야 최고 영예인 명장으로서 자긍심을 시사하는 박인당(www.parkindang.co.kr) 대표 석재(石齊) 박호영의 말이다.
그와 인장과의 인연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년시절부터 특이한 손재주를 갖고 있던 그는 일사후퇴 때 피난지인 거제도에서 단단한 나무를 골라 재료로 해 인장을 새겨 만들어 이웃들에게 주며 생활에 보탬을 주면서 이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후 박 명장은 서울 신당동 인장포에서 본격 ‘취업’ 겸 ‘수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만난 스승에게서 상당한 영향을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스승은 서예가이며 전각가인 청파 김두칠 선생이다.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10년간 갈고 닦은 노력과 열정으로 정진, 이후 명장에 이르기까지 ‘외길’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정부는 그에게 기능인 최고의 영예인 명장 호칭을 부여했고 현재는 ‘기능정책자문위원’으로 임명돼 대한민국 인장업 분야 ‘맥과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각 서체의 구별 구사할 줄 알아야”
하루에 1~2작품 ‘손 정성’으로 직접 새겨
인장기술은 단순히 새기는 게 끝이 아닌 것
“도장은 사람 개인을 표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 ‘컴퓨터 도장’의 가치와는 비교될 수 없겠지요.” 도장을 주문받으면 일일이 본인이 100% 수작업으로 해, 하루 많아야 2개이고 1개 정도를 완성하는 박 명장은 ‘도장의 의미’를 강조한다.(02-733-3429)
특히 이름(명장)만 걸고 하는 식의 ‘하도급’은 절대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법인에서 상호, 개인이름에 이르기까지 직접 손으로 작업해오면서 정교하고 뛰어난 ‘기능’으로 인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정교하고 예술이 가미된 인장을 능숙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춘천에 ‘제자’가 개업해 ‘맥’을 잇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쉬운 일만 하려고 해요. 쉽게 일해 얻은 성취는 쉽게 사라지는 법인데 말입니다. 인장업에 종사하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인장은 단군 때부터 내려온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자 중 이미 50대 중년이 된 한 사람만이 춘천에서 종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끈기와 열정, 노력의 중요함을 다시 상기시키는 그에게서 ‘명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