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비비디 바비디 부’
우리 모두 ‘비비디 바비디 부’
  • 최민이 기자
  • 승인 2009.02.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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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최민이 편집국장] ‘살라가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요즘 TV 광고를 보면 유명연예인들이 시상식장에서 수상소감을 대신해 이상한 주문 같은 것을 왼다. 마치 말을 떼기 전 어린아이의 옹알이 같은 이 주문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나온 것이란다.

착하고 예쁜 신데렐라가 왕자님이 연 파티에 가고 싶은데 입고 갈 옷도 마차도 없어 슬퍼하고 있을 때 요정이 나타나 호박을 마차로, 누더기 옷과 신발을 예쁜 드레스와 유리구두로 바꿔줄 때 외웠던 주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생각대로 하면 되고’란 ‘되고송’을 유행시킨 통신업체의 두 번째 광고문구 ‘비비디 바비디 부’는 생각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희망의 메시지란 점에서 지금처럼 각박하고 힘든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경제는 도무지 회생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멀쩡한 회사가 도산해 길거리로 내몰린 수백만 실업자들의 한숨소리는 아비규환 그 자체인 요즘이다. 게다가 연이어 터지는 대형 사건사고 소식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그것을 놓고 벌이는 여야 정치권의 쌈박질 또한 가관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헷갈리는 국민들은 가뜩이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볼썽사나운 이전투구에 진저리가 난 상태다. 가진 돈이라도 있으면 차라리 대한민국을 벗어나 이민이라도 가고싶다는 탄식 섞인 서민들의 주문이 바로 ‘비비디 바비디 부’인 셈이다.

그러나 우린 지금 그런 ‘비비디 바비디 부’를 외쳐선 안 된다.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서 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극복하고 오늘의 자리에 선 대한민국인이 바로 우리들 아니었던가. 병자호란·임진왜란 등 수많은 외적의 침입에 당당하게 맞서 싸웠고, 일제강점기 36년 동안에도 민족혼을 잃지 않고 오로지 조국광복의 일념으로 기어코 국난을 극복했던 우리였다.

그뿐이던가. 헐벗고 배고팠던 시절 새마을운동을 통해 선진산업화를 일궈냈고, 그 대가치고는 너무도 혹독했던 군사독재정권의 살벌한 철권통치 하에서 민주화의 꽃을 피운 것도 바로 우리들이었다. 그때도 역시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허울좋은 구호를 외치며 국민들의 등골을 빼먹었던 흡사 전설의 고향 ‘구미호’와 다를 바 없었다.

이 땅에 민주화가 완전하게 싹 트기 전에 찾아온 환란(換亂) 속에서도 대한민국인의 저력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오랜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이른바 문민정부라 칭했던 YS정권의 섣부른 ‘갱제(?)정책’으로 IMF(국제통화기금)체제 하에 놓였던 지난 97년 말 상황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찔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당시 국민들 사이에선 “이승만이 큼지막한 가마솥 하나를 장만해 놓으니, 박정희가 오곡밥을 한 솥 가득 해놓았고, 전두환이 맛있게 다 퍼서 먹고, 노태우가 물 부어 누룽지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니, 배고픈 김영삼이 구멍난 솥단지를 통째로 팔아먹고, 김대중이 공적자금 들고 잃어버린 솥단지 찾으러 다니느라 애쓴다”는 웃지 못할 희화가 나돌았을까.

그랬었다. 당시 국민들은 위정자들의 실책으로 말미암은 외환위기를 영문도 모른 채 똘똘 뭉쳐 이겨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장롱 속에 꽁꽁 넣어둔 자식의 돌반지는 물론 시집올 때 받은 손때묻은 금가락지까지 빼서 기꺼이 IMF신탁통치를 벗어나는 데 동참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젠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걱정 없으려니 하며 믿고 맡겼던 이명박 정권의 실상은 국민들로선 한마디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정치는 ‘망치(亡治)’ 경제는 ‘낙제(落濟)’ 인사는 ‘독사(獨事)’ 외교는 ‘절교(絶交)’니 뉘라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으랴.

지금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들이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한번 곤두박질 친 주가는 1000선마저 위협받고, 급등한 환율은 1600원대에 육박하며, 나날이 늘어만 가는 실업자 수는 350만명에 달하는, 말 그대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시대임에 분명하다. 그렇게도 끔찍한 대형사고를 쳤으면 최소한 자성의 모습을 보이고 책임지려 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일진데, 지금 이 나라에는 스스로 반성하는 위정자도 책임지는 지도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껏 걸어온 길보다는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멀기에 돌아온 길을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민초들 앞에 ‘비비디 바비디 부’를 용기 있게 외쳐보자. ‘꼭 국민들을 잘먹고 잘살게 하겠노라고….’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탄식과 노여움으로 허송세월 할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최면을 걸어 슬기로운 조상들의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않게 하자.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비비디 바비디 부’.

 

<sisabo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