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 모두 ‘비비디 바비디 부’

‘살라가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요즘 TV 광고를 보면 유명 연예인들이 시상식장에서 수상소감을 대신해 이상한 주문 같은 것을 왼다. 마치 말을 떼기 전 어린아이의 옹알이 같은 이 주문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나온 것이란다.

착하고 예쁜 신데렐라가 왕자님이 연 파티에 가고 싶은데 입고 갈 옷도 마차도 없어 슬퍼하고 있을 때 요정이 나타나 호박을 마차로, 누더기 옷과 신발을 예쁜 드레스와 유리구두로 바꿔줄 때 외웠던 주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생각대로 하면 되고’란 ‘되고송’을 유행시킨 통신업체의 두 번째 광고문구 ‘비비디 바비디 부’는 생각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희망의 메시지란 점에서 지금처럼 각박하고 힘든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경제는 도무지 회생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멀쩡한 회사가 도산해 길거리로 내몰린 수백만 실업자들의 한숨소리는 아비규환 그 자체인 요즘이다. 게다가 연이어 터지는 대형 사건사고 소식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그것을 놓고 벌이는 여야 정치권의 쌈박질 또한 가관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헷갈리는 국민들은 가뜩이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볼썽사나운 이전투구에 진저리가 난 상태다. 가진 돈이라도 있으면 차라리 대한민국을 벗어나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는 탄식 섞인 서민들의 주문이 바로 ‘비비디 바비디 부’인 셈이다.


그러나 우린 지금 그런 ‘비비디 바비디 부’를 외쳐선 안 된다.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서 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극복하고 오늘의 자리에 선 대한민국인이 바로 우리들 아니었던가. 병자호란·임진왜란 등 수많은 외적의 침입에 당당하게 맞서 싸웠고, 일제강점기 36년 동안에도 민족혼을 잃지 않고 오로지 조국광복의 일념으로 기어코 국난을 극복했던 우리였다.

그뿐이던가. 헐벗고 배고팠던 시절 새마을운동을 통해 선진산업화를 일궈냈고, 그 대가치고는 너무도 혹독했던 군사독재정권의 살벌한 철권통치 하에서 민주화의 꽃을 피운 것도 바로 우리들이었다. 그때도 역시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허울좋은 구호를 외치며 국민들의 등골을 빼먹었던 흡사 전설의 고향 ‘구미호’와 다를 바 없었다.

이 땅에 민주화가 완전하게 싹 트기 전에 찾아온 환란(換亂) 속에서도 대한민국인의 저력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오랜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이른바 문민정부라 칭했던 YS정권의 섣부른 ‘갱제(?)정책’으로 IMF(국제통화기금)체제 하에 놓였던 지난 97년 말 상황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찔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당시 국민들 사이에선 “이승만이 큼지막한 가마솥 하나를 장만해 놓으니, 박정희가 오곡밥을 한 솥 가득 해놓았고, 전두환이 맛있게 다 퍼서 먹고, 노태우가 물 부어 누룽지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니, 배고픈 김영삼이 구멍난 솥단지를 통째로 팔아먹고, 김대중이 공적자금 들고 잃어버린 솥단지 찾으러 다니느라 애쓴다”는 웃지 못할 희화가 나돌았을까.

그랬었다. 당시 국민들은 위정자들의 실책으로 말미암은 외환위기를 영문도 모른 채 똘똘 뭉쳐 이겨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장롱 속에 꽁꽁 넣어둔 자식의 돌반지는 물론 시집올 때 받은 손때묻은 금가락지까지 빼서 기꺼이 IMF 신탁통치를 벗어나는 데 동참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젠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걱정 없으려니 하며 믿고 맡겼던 이명박정권의 실상은 국민들로선 한마디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정치는 ‘망치(亡治)’ 경제는 ‘낙제(落濟)’ 인사는 ‘독사(獨事)’ 외교는 ‘절교(絶交)’니 뉘라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으랴.

지금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들이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한 번 곤두박질친 주가는 1000선마저 위협받고, 급등한 환율은 1600원대에 육박하며, 나날이 늘어만 가는 실업자 수는 350만명에 달하는, 말 그대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시대임에 분명하다.


그렇게도 끔찍한 대형사고를 쳤으면 최소한 자성의 모습을 보이고 책임지려 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일진데, 지금 이 나라에는 스스로 반성하는 위정자도 책임지는 지도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껏 걸어온 길보다는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멀기에 돌아온 길을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민초들 앞에 ‘비비디 바비디 부’를 용기 있게 외쳐보자. ‘꼭 국민들을 잘먹고 잘살게 하겠노라고….’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탄식과 노여움으로 허송세월 할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최면을 걸어 슬기로운 조상들의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않게 하자.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비비디 바비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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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