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교묘해지고 대형화·조직화 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범죄조직에 의한 한국경유 일본 등 제3국으로의 중계밀수도 크게 증가하고 밀수경로도 다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국경 최일선에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관세청 마약조사과 직원들. 그들이 전하는 마약 밀수 비화를 들어봤다.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우리나라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갔던 젊은 일본인 한 쌍. J씨와 L씨가 오전 9시 쿠알라룸푸르발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똑같은 상표의 바퀴달린 작은 여행 가방을 1개씩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동행자가 아닌 것처럼 한 사람은 A구역, 한 사람은 B구역 세관검사장으로 이동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인천공항세관 K마약조사관은 “함께 여행한 사람이 있느냐”고 J에게 물었다. 이 물음에 J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휴대하고 있던 가방에 대해 묻자 L씨는 “말레이시아에서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아 가지고 온 것”이라고 답변한 반면 J씨는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의심이 든 K조사관은 J씨가 휴대하고 있던 가방의 내용물을 모두 꺼내고 엑스레이 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측면에 이상음영이 발견됐다. 가방의 옆면을 분해하자 메스암페타민 1kg이 들어있는 포장 뭉치가 나왔다. L씨가 소지했던 가방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은닉된 메스암페타민 1kg이 적발됐다.
며칠 후 일본인 P씨가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그런데 P씨가 들고 있던 여행 가방이 K 조사관 눈에 들어왔다. J씨와 L씨가 가지고 왔던 가방과 똑같았던 것. 이 가방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은닉된 메스암페타민 1kg이 적발됐다.
게다가 P씨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갔던 Q씨가 이틀 후에 우리나라에 입국 예정이라는 정보가 입수됐다. 이에 K조사관은 입국 여부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우리나라를 경유하지 않고 일본으로 직접 입국할 가능성이 있어 일본세관 당국에 정보를 제공했다.
다음날 일본 세관 당국으로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입국한 Q씨의 휴대품을 검사해 메스암페타민 1kg을 적발했다는 낭보를 들을 수 있었다.
같은 여행 가방 의심… 판독하자 이상음영 ‘삐뽀’
가방 옆면 분해하자 메스암페타민 뭉치 ‘와르르’
몇 달 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출국한 기록이 있는 젊은 남녀 한 쌍이 이번에는 한국을 경유해 터키 이스탄불로 출국했다가 다시 한국을 경유,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정보가 세관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그로부터 며칠 후 여성인 N씨만 혼자 입국했다. 휴대품이라고는 작은 손가방 1개뿐. N씨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남자친구와 함께 터키를 여행했다”며 “남자친구는 일이 생겨서 며칠 후에 입국한다”고 했다. K조사관은 순간 ‘잘못된 정보로 인해 또다시 선량한 일본인 여행자에게 세관에서 곤욕을 치르게 했구나’라는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며칠 후에 온다던 남자친구 M씨는 열흘이 지나서야 입국했다. 그런데 M씨가 가지고 온 수트케이스는 터키에 있는 친구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했다. 수트케이스 안에는 셔츠 등 옷가지만 가지런하게 들어있고 여행을 하면서 구입했을 법도 한 기념품이라든가 선물 등은 하나도 없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K조사관은 수트케이스 안에 들어있던 옷가지를 모두 꺼내고 엑스레이 판독을 했다. 그 결과 이상음영이 발견됐다. 안감을 제거하고 이중바닥을 들어내자 메스암페타민 800g이 들어있는 포장 뭉치가 은닉돼 있었다.
이틀 후 이스탄불에서 입국하는 일본인 남성 두 사람이 또다시 세관의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도쿄에 인접한 사이타마 현에 사는 이들은 며칠 전 홋카이도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터키로 출국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홋카이도. 도쿄로 직접 가는 항공편이 훨씬 많고 거리도 가까운데 에둘러 홋카이도로 가려하는 점이 수상했다. 이들이 소지했던 3개의 수트케이스를 검사한 결과 메스암페타민 3kg이 나왔다.
K 조사관은 “국제간의 마약류 불법거래에 우리나라가 자주 이용되다 보면 마약류 소비도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마약류 청청국가라는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점점 교묘해지고 있는 은닉수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작은 부분까지 살피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세청 ‘원산지 둔갑’ 수입 먹거리 3118톤 적발
‘국산’이라더니 알고 보니 ‘중국산’
중국산 땅콩을 수입해 국내에서 볶은 후 ‘국내산’으로 표기하는 등 수입 먹거리가 여전히 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지난 9일 설과 대보름을 맞아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2개월간 수입 먹거리의 원산지 둔갑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73개 업체, 3118톤, 190억원 상당 규모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단속에서는 소금 941톤(5억원) 고추 617톤(23억원), 건어물 391톤(28억원), 조기 220톤(25억원) 등 모두 24개 품목이 적발됐다.
특히 단속결과 저가의 수입산을 지역특산품 산지에 옮겨 국내산 포장용기로 바꿔치기하거나, 국내산과 혼합 판매하는 등 위반수법도 점차 지능화, 다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산지 둔갑 사례를 살펴보면 대형 마대에 포장된 중국산 알땅콩을 국내에서 볶은 후 국내산으로 표기된 마대 또는 박스에 담아 내다팔거나 중국산 천일염 등을 국산 정제염과 단순 혼합해 ‘국내산 100%’, ‘Made in Korea’로 원산지를 둔갑시켜 판매했다.
또 저가인 중국산 냉동 조기, 중국산 고추를 국내 주산지로 옮겨 해동 또는 가공한 후 고가의 지역 특산품으로 둔갑시키고 식용으로 수입 신고된 황기·작약 등을 유통단계에서 한의원 등에 원산지 표시 없이 유통했다.
관세청은 “이번 특별단속을 통해 원산지 둔갑행위를 철저히 차단해 수입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유통질서를 바로 잡는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특별단속기간 종료와 관계없이 원산지 둔갑 우려 품목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및 기획 단속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세청은 원산지표시를 위반한 73개 업체 중 15개 업체를 형사 처분하고 38개 업체에 대해서는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