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한국수력원자력'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09 12: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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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풀린 원전관리, 고삐 풀린 직원관리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뇌물수수와 사고 은폐 이후 한수원에서 강도 높은 쇄신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또다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만에 원전 두 곳이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고 추석 연휴 직전에는 일부 직원들의 마약 투여 사실이 드러났다. 한수원은 대대적 쇄신인사를 단행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원전 대란'에 대한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0분 100만kW급 원전인 신고리 원전 1호기 가동이 중지됐다.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계통 고장이 원인이었다. 2시간여 후에는 같은 급 영광 원전 5호기가 발전을 멈췄다. 이번에도 역시 고장이 원인이었다.

원전 또 고장

이로써 영광 5호기는 지난 2002년 가동이 시작된 후 14번째 고장을 맞게 됐다. 또한 신고리 1호기는 만들어진 지 2년도 채 안 된 새 원전인데다 지난 1월2일부터 2월20일까지 계획 예방·정비를 실시한 결과, 아무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원전의 사고·고장 발생 건수는 총 12차례. 이는 지난해 전체 고장 건수와 같은 수치다. 현재 10월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총 원전 사고·고장 건수는 지난해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측은 "이번 2건의 원전 고장은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등급 중 '0'등급에 해당돼 안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원전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원전 고장은 전력 당국의 허술한 원전 관리에 대한 비난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원전의 관리 책임을 가진 한수원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원전의 고장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고장을 제때 막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며 "특히 새로 지어진 원전 시설의 경우 일정 기간 적응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고장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껏 발생했던 원전 고장 사례를 살펴보면 원자력 발전소의 특성이 아닌 직원 질수로 인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10년 12월에는 신고리 원전 2호기가 나사 하나가 빠져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해 2월 영광 5호기는 드라이버가 원자로 냉각재 펌프를 가동시키는 전동기에 있어 가동을 멈췄다. 또 지난해 12월에 울진 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춘 것은 작업자가 실수로 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원전의 고장과 사고는 한수원 직원들의 근무 태만과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병폐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지난 9월27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한수원 고리원자력발전본부 재난안전팀 직원 A씨 등 2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9월25일 구속됐다. 지역 폭력조직인 '통합기장파' 조직원으로부터 히로뽕을 구입, 총 다섯 차례 투약한 혐의다.

구속된 직원들은 화재 등 재난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고리원전본부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소방대원들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중 한 명은 고리원전 사무실 안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이 근무시간까지 마약에 취해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고리원전 내부에 공범이 더 있는지 확인 중이다.

한수원은 또 고액 연봉 직원들에게 학자금 수백억 원을 무이자로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호기, 5호기…'원전고장 사태 잇달아 비상
 쇄신안 발표 이후에도 근무 태만·해이 여전

지난 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5357명에게 학자금 403억58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무이자 대출로 한수원 직원들은 모두 23억8300만원 상당의 특혜성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의원은 "한수원이 직원들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무이자로 학자금을 지원해줬다고 해명하지만 대출자 평균 연봉이 9033만원임을 볼 때 무이자로 대학학자금 대출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일반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선 지난 7월 울산지검 특수부는 원전 납품업체로부터 최소 1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까지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수원 간부 22명을 포함한 임직원 35명을 구속하거나 기관통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수원은 근무기강 확립과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본사 처장급 직위의 3분의 2이상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혁신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장급을 본사 처장 직위에 보직하는 등 본사 처장급 주요보직에 젊고 혁신적인 인물을 발탁, 전진 배치해 과거 인사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인사를 시행했다.

특히 이번 쇄신인사에는 최근 발생한 고리원자력본부 소방대원 마약투여 사건 관련자는 해임조치하고, 지휘관리 책임을 물어 고리원자력본부장을 비롯한 경영지원 처장, 재난안전팀장 등 관련 간부들을 직위해제하는 문책인사도 포함됐다.

하지만 한수원의 쇄신안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뇌물 수수 사건 등으로 인해 비난이 커지자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했다. 일부 매체에는 약 한 달여간 사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한국에도 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쓰리마일, 일본의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관리 직원에 문제가 없어도 원인 모를 이상으로 사고가 날 수 있고, 자연재해에도 자유롭지 않다. 항상 위험하고 그래서 더 긴장해야 하는 게 원전이다.

한수원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매우 크다.

민주통합당도 "정부가 전력 대란을 핑계로 땜질식으로 처방해온 결과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번 원전 고장에 대해 평가했다.

직원들 마약 적발

정성호 대변인은 지난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추석 연휴가 끝난 날 아침부터 전해진 원전가동 중단소식에 주변지역 주민은 물론 많은 국민이 불안해 한다"며 "올해만 벌써 원전이 멈춘 것이 12번째다. 국민이 안전을 강면하는 정부와 한수원의 말을 ?지 못하는 것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또 "이번 국정감사에서 원전안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사고 일지>

▲월성 1호기 1월12일 정상 운전중 원자로냉각재 1번 펌프 정지로 안전시스템에 따라 발전소 자동 정지.
▲신월성 1호기 2월2일 시운전 중 증기발생기 고수위로 인한 원자로 자동정지.
▲고리 1호기 2월9일 계획예방·정비 중 소외전원상실 및 비상디젤발전기 기동실패에 의한 교류전원 완전상실.
▲신고리 2호기 3월4일 출력상승시험 중 가압기 고압력에 의한 원자로 자동정지.
▲신고리 2호기 3월23일 출력상승시험 중 증기발생기저수위에 의한 원자로 자동정지.
▲신월성 1호기 3월27일 발전소제어계통 오작동에 따른 원자로 자동정지.
▲영광 6호기 7월30일 제어봉 구동장치 전원공급계통 출력차단기 개방에 의한 원자로 자동 정지. 
▲신월성 1호기 8월19일 제어봉제어 계통 전력제어소자 고장으로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정지.
▲울진 1호기 8월23일 소외전력계통 교란에 따른 안전주입 및 원자로 자동정지.
▲월성 1호기 9월16일 여자변압기 고장에 의한 터빈정지 및 원자로 출력 자동감발.
▲신고리 1호기 10월2일 제어봉제어계통 고장으로 원자로 자동정지.
▲영광 5호기 10월2일 증기발생기 저수위에 의한 원자로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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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