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인기를 먹고산다는 유명 연예인은 신체가 가장 큰 재산이다. 때문에 몸이 재산인 스타들에게 보험은 필수다.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 출연, 콘서트 등을 앞두고 스타를 보호하기 위해 제작사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흔하다. 이는 연예인의 몸은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연예계의 제작환경이 아직도 열악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유명세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듯 보험가입 액수도 천차만별인 연예인. 이제 연예인들에게 보험가입은 계약조건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는 조항이 됐다.
연예인들의 보험가입이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곳은 충무로다. 액션 장면이 많아 다칠 위험이 높은 영화 제작시 10편 중 7~8편은 주연배우들의 보험가입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영화제작 사상 처음으로 보험에 가입된 영화는 <테러리스트>(1995년). 당시 최민수, 염정아 등 주연배우를 비롯한 인기 연예인들 외에도 목숨을 담보로 한 스턴트맨, 스태프 50여명이 단체로 가입, 사망 후유장해시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받고 영화가 제작됐다.
이처럼 영화배우의 보험가입은 지난 1995년 처음 시작됐으나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지난 2004년부터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최초 보험 가입 영화는 1995년 제작된 <테러리스트>
드라마도 블록버스터화 되면서 배우들 안전고려 보험가입
보험가입 주연배우들에 한정…조연·스태프 등은 무관심
보험금액 인기 따라 천차만별…“보험가입 실태 문제 있다”
영화 <역도산>은 주연배우 설경구가 촬영 중 사망할 경우 3억원, 상해사고시 1000만원의 보험금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영화에서 ‘박치기왕’ 김일로 나오는 노준호도 사망시 5000만원, 부상시 2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는 상해보험에도 가입했다. 또 영화 <S 다이어리>는 주연배우 김선아, 공유, 김수로 등의 상해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상해보험에 들었다.
주연 배우들 계약 맺으며
‘제작보험’ 가입 요구
영화 <인어 공주> 히로인 전도연이 가입한 보험 액수는 4억원이다. 사망후유장애 4억원, 부상시 500만원의 보험액을 조건으로 전도연을 위한 상해보험을 가입했다. 영화에서 해녀로 등장하는 전도연이 물질을 하다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게 위해 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이 보험은 전쟁영화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 원빈이 5억원의 보험을 들었지만 <인어 공주>가 판타지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액수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전도연과 함께 출연한 박해일, 고두심 등은 사망후유장애 1억원, 부상시 200만원이었다.
영화 <태풍>에 출연한 장동건과 이정재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15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했다. 영화 <각설탕>의 주인공인 임수정도 촬영을 앞두고 여배우 가운데 최고 금액인 10억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했다. 영화 <조폭마누라3> 주인공 서기는 최대 8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영화 <야수>의 동갑내기 배우 권상우, 유지태도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의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안방극장에서도 주연 배우들의 보험가입이 눈길을 끈다. 드라마 속에 액션 장면이나 스턴트 장면이 많이 담기면서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치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방송사에선 드라마를 비롯한 프로그램 외주제작 계약을 맺으며 ‘제작보험’에 가입할 것을 외주제작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권상우, 송승헌, 김희선이 출연한 드라마 <슬픈 연가>는 제작사가 스타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호주에서 1주일 일정의 촬영을 하는 동안 1인당 50만원 이하의 보험료를 내고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촬영기간 중 배우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1인당 최고액인 6억원까지 지급 받을 수 있다.
제작사가 이처럼 거액의 보험을 든 것은 대규모 폭파씬과 총격씬 등이 있기 때문. 야외 공연장에서 헬기 3대와 자동차 7대가 폭파되는 장면 등 다소 위험한 촬영분이 있어 톱스타들을 위한 안전대책으로 마련했다.
전도연 주연의 <프라하의 연인> 역시 제작-상해보험에 가입했다. <마이걸>의 경우도 제작-상해보험에 가입,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고지는 물론 드라마 후타이틀을 통해 시청자에게도 알릴 정도로 제작-상해보험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정 신체부위 대상 보험도 늘어
이혜영 ‘다리’·안소영 ‘가슴’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도 점점 더 블록버스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진국형 제작방식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뮤직비디오 역시 드라마 형태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늘어나면서 제작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대형 콘서트를 여는 가수들의 보험가입도 눈길을 끈다. 인기그룹 빅뱅은 지난 1월 콘서트를 열면서 보험금 153억원어치의 보험에 가입했다. 빅뱅은 멤버 5명과 댄스팀 등 공연관계자 143명에 대해 각각 1억원씩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했다.
또 관객이 다칠 경우에 대비해 보험금 10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보험에도 들었다. 지금까지 보험가액이 가장 높았던 공연은 스태프가 많았던 서태지 공연으로 500억원에 달했다. 가수 비도 지난 2007년 도쿄돔 공연 때 100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연예인 중엔 특정 신체부위만을 대상으로 한 보험에 가입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황금다리’ 이혜영. 이혜영은 지난 2000년 100만 달러짜리 ‘다리 보험’에 가입한 사례가 있다. 이혜영과 보험을 맺은 이 보험회사는 이혜영의 다리를 감정한 결과 최고 1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 이 같은 금액에 계약을 맺게 됐다.
영화배우 강수연도 2억원의 ‘얼굴’, 안소영은 ‘가슴’에 보험을 들었으며, 이외에도 몇몇 가수들이 성대 보험 등에 가입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 진출해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보아는 한 보험사와 모두 20억원대의 보험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도 영화배우 임수정은 10억원대의 상해보험, 메이저리거인 김병현 투수는 10억원의 팔보험,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10억원대의 손가락 보험으로 유명하다.
또 유명 연예인들이 많은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100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해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10년간 매월 300만원씩의 보험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신체 특정부위 보험은 솔직히 일반인 등 아무나 가입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사례가 전무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보험이 생겨난 것일까. 연예인은 퇴직금이 없는 직업이다. 타 직업에 비해 활동기간이 짧기 때문에 활동하는 동안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항상 쫓기는 스케줄 탓에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부분보험에 가입한다”고 전했다.
연예인은 퇴직금이 없는 직업
활동기간 철저히 관리해야
광고주나 제작사가 대신 가입하는 경우도 비슷한 맥락이다. 예를 들어 광고주 입장에서 엄청난 금액의 모델료를 지불한 자사 모델이 혹시라도 상해를 입으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톱스타 부분보험의 또 다른 이유는 홍보효과다. 연예인의 경우 자신의 몸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알리면서 이슈를 일으키고 광고주의 경우 자사 모델이 그만큼 귀중하다는 것을 알리면서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것이다.
유명세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듯 보험가입 액수도 천차만별인 연예인. 하지만 이들은 그나마 낫다. 인기 없는 조연들은 아예 보험가입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목숨을 담보로 한 스턴트맨 역시 예외는 아니다.
때문일까. 보험 업계 관계자는 “주연의 목숨이나 조연, 스턴트맨, 엑스트라, 스태프 등의 목숨도 매한가지로 한 번뿐인데 오직 주연배우에만 맞춰지는 보험가입 실태는 문제가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