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가 청구할 대선 손익계산서

이제부터 정면승부…본선 판 깔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4·7 재보궐선거는 ‘미니 대선’이다. 거대 양당 중심의 범여권과 범야권이 맞붙어서다. 재보선 이후는 대선 정국이다. 본선 이전 예행연습인 셈. 20대 대선은 내년 3월9일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차기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질 전망이다.

▲ ▲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마련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소를 찾아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국무총리 시절 유력한 대권 주자였다. 당시 그는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1위를 기록했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정부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뒤, 당으로 돌아왔다.

유력 주자
이후에는?

이 위원장은 당 대표직에 도전했다. 대선 1년 전 물러나야 하는 ‘시한부 대표’였지만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이 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경쟁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당 대표가 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공룡 여당’을 탄생시켰다. 동시에 청와대 참모진 출신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 위원장은 당 대표로서 혁혁한 실적과 NY계라는 당내 지지 기반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정부여당 악재가 결정적이었다. 과거 이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당시는 정치적 악재가 이 위원장에게 닿지 않았다. 대통령과 당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다. 하지만 당 대표를 맡기 시작하면서 그의 지지율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기세는 한풀 꺾였다. 상한가를 기록했던 이 위원장의 지지율은 10%대로 내려앉았다.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이 위원장의 입지는 흔들릴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재보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 민주당 소속 전직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에 비롯된 선거였지만, 당헌까지 수정하며 후보를 배출했다. 이후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면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사실상 배수진을 친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선거 전후 발생한 LH 사태와 청와대 참모 및 여당 의원들의 부적절한 부동산 의혹들이 잇달아 제기됐다. 선거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거듭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4·7 재보선 이후 대선 정국 개막
차기 주자들 몸값 어떻게 바뀌나

재보선에서 서울과 부산 지역 어느 한 곳의 승리는 이 위원장의 입지를 높일 공산이 크다. 반대로 두 지역에서 모두 패한다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반등의 여지는 남아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위원장은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친문(친 문재인) 구심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지원유세 중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유력한 여권 대선 주자다. 이 지사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적할 만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이 지사는 정부여당의 악재를 빗겨갔다. 경기도지사인 만큼 비교적 자유로운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권에서 청년 민심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며 “이따금 청년들을 두고 ‘선택적 분노’를 보인다며 나무라시는 분들도 있는데 부디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겟층을 포용하면서도 소속 정당의 ‘눈치’를 크게 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의 걸림돌 중 하나는 비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 지사는 재보선에서 후보들을 우회 지원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박영선 후보와 만나 정책 등을 치켜세워줬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박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원에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에는 휴가를 내고 부산에 내려갔다. 그는 부인과 함께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를 만났다. 당시 이 지사는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과 함께 나란히 앉아 힘을 실어줬다.

배수진
결단

이 지사가 일주일 간격으로 민주당 재보선 후보들을 찾으면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지사가 재보선 이후 치러질 대선 정국에서 친문과 여권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있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이 지사는 지역적 기반도 탄탄한 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적은 없지만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바닥 기반’을 다졌다는 해석이다. 지난 2018년 대선에 출마한 경력 간과하기 어렵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재보선 결과에 크게 좌우되지는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이 도지사까지 번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선 주자는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 총리의 대선 레이스 안착 시점을 재보선 이후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 총리는 외곽에서 선거 조직을 이미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대선 출마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일맨’으로 불리는 정 총리는 국회의원 시절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지난 대정부질문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논리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다소 이례적인 행보였다.
 

▲ 정세균 국무총리 ⓒ박성원 기자

또 정 총리는 코로나19 피해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 총리가 대선 행보를 앞두고 지지층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정 총리의 복귀는 재보선 이후보다 미뤄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고, LH 사태에 대한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두 사안을 저버리고 대선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놓기에는 막중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부담 없는
대권 행보


일각에서는 정 총리가 문재인정부의 순장조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미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후임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재보선 이후 사의 표명과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이 자리가 거기에 대해 답변하기 적절한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며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께서 가지고 계신다. 거취 문제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통령께 먼저 말씀을 드리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민주당의 재보선 승패 여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 위원장이 총리였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정 총리는 정부·여당의 악재에 지지율이 출렁이지 않았다. 물론 지지율 자체가 낮은 까닭에 큰 영향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 대선 최대 변수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복귀를 재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대권 변수가 이제는 상수로 자리 잡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재보선 이후를 그의 복귀 시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 전 총장은 총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정치 활동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선을 목표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의 사퇴 전후 행보를 보면 그렇다. 윤 전 총장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공동대표와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윤 전 총장은 재보선 과정에서도 중간 중간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드러낸 바 있다. 대부분 정치 이슈가 재보선에 묻히는 분위기 속에서 존재감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엎치락뒤치락 여권 변화 주목
뜨거운 감자 윤석열 움직임은?

윤 전 총장의 높은 지지율도 한 몫 했다. 윤 전 총장은 독자 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차기 대권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재보선 이후에도 ‘윤석열의 시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 재보선 이후 윤 전 총장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참여 공식화만으로도 지지율은 지금보다 더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도 관심이다. 안 대표는 야권단일화 성사 이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비록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지 못했지만 챙긴 것은 많다는 해석이다.

안 대표는 그간 대권 여론조사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오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패배한 만큼 저력을 보여줬다. 단일화 과정에서 연출한 팽팽한 줄다리기는 그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시켰다.

안 대표의 행보는 재보선 이후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재보선 이후 비대위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전당대회를 치러 새로운 당 지도부를 결성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오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합당할 의사를 직접 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야권 정계개편과 동시에 안 대표와 국민의힘이 얼마나 매끄럽게 합당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안 대표는 오 후보와 단일화 이후 국회를 찾아 빨간 넥타이를 메고 오 후보와 손을 맞잡았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재보선 이후 국민의힘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흡수?
따로?

하지만 잡음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꽃가마’를 태울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데다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치르게 될 지분 경쟁 등도 우려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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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