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 현직 경찰 내부 폭로

동료 잘못은 쉬쉬 일반인에겐 엄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강화된 경찰을 두고 공룡경찰이라 부른다. 몸집은 커졌지만, 경찰의 근무태만과 증거 위조, 수사 은폐 등의 논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장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한 것도 일부 경찰의 나태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잡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만 바쁜 모양새다.
 

▲ ⓒ박성원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권력이 막강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경찰의 권한이 강화 됐지만, 과거와 같이 경찰 조직부터 돌아보지 않는다면 경찰에게 권한을 강화해준 사실이 의미 없다.” 이는 한 경찰의 자조 섞인 토로다.

근무시간
개인시간?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이 있는 반면,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경찰도 존재한다는 건 흔히 나오는 얘기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간부급 경찰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비교적 권한이 약한 경찰들까지도 태만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경기도 일산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 경찰의 근무태만 등의 행위를 내부 고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경찰의 근무태만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는 경찰들은 국가 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 제27조(복종의 의무), 제9조(근무시간 중 음주금지) 등의 사유로 지난달 4일 진정서를 일산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일산경찰서 소속 A 경사와 B 순경이 태만하게 근무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피진정인인 A경사와 B순경은 근무일지의 지시 명령을 어기고 근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진정서에 따르면 순찰 근무자인 A 경사는 관내에서 대기하는 상황 근무자인 B 순경을 데리고 나가 근무 명령을 위반했다고 한다. 순찰차를 몰고 나간 상황에서 신고가 들어오자 A 경사와 B 순경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B 순경이 상황근무인 탓에 A 경사 혼자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사와 B 순경은 이런 방식으로 근무일지의 지시 명령을 수차례 어기고 함께 순찰차를 타고 나가 개인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또 A 경사는 B 순경에게 표창을 밀어주기 위해 근무시간에 들어온 유실물을 바로 입력하지 않은 일도 벌였다고 한다. 

A 경사는 분실물을 개인 사물함에 숨겨둔 뒤, B 순경이 출근하는 날에 맞춰 분실물을 로스트112(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에 입력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분실물을 습득한 A 경사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활용하는 TCS(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분실물 주인의 주소지를 확인했다는 의혹이다. 

직위해제 후 여론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와 근무

이후 분실물을 돌려준 후 사건을 종결한 뒤 B 순경의 실적을 올려줬다는 의심을 받는다. A 경사의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료 경찰의 실적을 B 순경에게 넘겨준 정황도 포착된 것. 

A 경사는 동료 경찰과 백화점에서 귀금속을 훔친 범인을 특정해 임의동행했다. A 경사는 이후 문서 처리 과정에서 함께 출동한 동료 경찰을 제외하고 B 순경과 같이 출동했다는 내용으로 공문서를 작성했다고 전해진다. 보고용 사건 문서에는 현장에 없었던 B 순경의 이름이 기재된 의혹이 있다. 이후 B 순경은 지방청장표창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 ▲ 서울지방경찰청 ⓒ박성원 기자

B 순경이 지방청장표창을 받은 배경이 A 경사의 공문서 허위 작성인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경찰 내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깊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 내사 중이다. 


또 A 경사가 압수품을 보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A 경사는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담배 등을 압수한 뒤 일부는 자신의 사물함에 넣고, 함께 입수한 전자담배를 다른 동료에게 줬다는 정황도 있다.

시간이 지나 민원인이 A 경사에게 전자담배의 행방을 물어보자 그제야 다른 동료에게 줬던 전자담배를 찾아오려고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A 경사, B 순경과 한 팀인 C 경위도 근무일지 지시명령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시 명령
수차례 어겨

경위는 근무 중에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출동하지 않는 등 근무일지 지시명령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가 출동하지 않은 이유는 편의점에서 토토를 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C 경위는 근무 중 음주도 한 정황도 있다. 자신의 야간자원근무 중 B 경사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함께 근무하는 동료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했다는 것.

B 경사와 C 경위는 막걸리 10병을 마셨다고 한다. 또 두 사람은 동료 경찰관에게 자신의 총기를 맡기는 등 기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구대 내에서 경찰들의 만행이 벌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D 팀장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 팀장은 세 사람의 근무일지 지시 명령 위반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구대장과 감찰에 보고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D 팀장 역시 상급자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A 경사, B 순경, C 경위와 마찬가지로 피진정인 신분으로 진정서가 접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D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후임들이 근무가 태만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으면 조치했을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해당 피진정인들은 이러한 의혹을 회피했다.

경사는 “조사가 끝나지 않아 밝힐 사항이 없다”고 전했으며, B 순경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해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 조사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일산 서부경찰서는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상대로 피진정인들의 잘못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우리 편
지켜라!”

진정을 접수한 피해 경찰관들에 따르면 부청문감사관은 조사 시작 전 피해 경찰관들에게 “피해 사실들이 유치하다. 앞으로 경찰 생활하지 않을 거냐”고 말했다는 의혹도 있다. 


피해 경찰관들이 부청문감사관의 언행을 문제 삼자 청문감사실은 해당 감사관을 조사에서 배제했다. 비록 부청문 감사관이 배제됐지만, 경찰을 감시하는 청문감사관조차 경찰의 근무태만을 얼마나 가볍게 인지하는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경찰 내 지휘부는 A 경사와 C 경위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상태다. 대기발령은 업무에서 배제될 뿐 실제 징계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견책에서 파면까지의 수위를 결정해 이뤄진다. 
 

▲ ⓒ고성준 기자

경찰의 근무태만, 공문서 위조, 사건 조작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경찰의 자정능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잘못을 저질러도 경찰 조직에 순응하는 경찰의 경우 낮은 수위의 처벌이 주어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언급된 4명의 경찰의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현직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직에 순응하면 처벌을 면하기도 한다. 반대로 조직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며 “결국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징계 기준도 명확히 드러나는 음주, 금품 등의 행위를 제외한 다른 사안들은 윗선의 판단 하에 징계가 내려진다. 징계위원회는 행위자에 대한 의무위반행위의 유형 정도, 과실의 경중, 평소 행실,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로 수위를 참작한다. 

조직에 충성하는 경찰은 ‘편’
조직에 반하는 행동하면 ‘적’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조직에 관대하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서 그친다. 이런 관행이 관철되지 않으면, 경찰 내부의 잡음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의 이 같은 행태로 인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갖는 경찰도 적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필요했던 것은 맞지만, 경찰 내부에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견제할 장치의 부재로 수사권 분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경찰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제돼야 한다. 이런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경찰 내부 문제는 덮으려고 하면서 힘없는 일반인에게만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찰의 기소와 관련해서도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받아왔다.

경찰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수사한 경찰은 ‘기소 점수’라는 실적이 쌓인다. 실적을 목적으로 수사를 하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거나, 취조 과정에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소, 불기소를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실적으로 인해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예전에는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하면 검토를 통해 그나마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경찰이 자체 종결권을 가지게 되니까 부실수사와 증거은폐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위한
정의 필요

기소권과 불기소권을 가진 검찰 권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권한 강화에 앞서 국민이 처한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는 책임감을 우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을 누가 갖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조직 전반에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정의 실현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인이 사건’ 담당 형사들 징계는?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는 5월, 6월, 9월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으로 경찰에게 신고가 있었다. 3번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인이를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다.

마지막 신고는 소아과 의사가 신고했는데, 경찰은 양부모 말만 믿고 내사종결 및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를 계기로 매체에서 정인이 사건이 이슈화 되자, 경찰은 급한 불을 진화하듯 담당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양천경찰서장, 여성청소년과 계장, 사건 처리 담당자, 수사팀과 학대예방경찰관(APO) 등은 견책 또는 정직 3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를 받은 경찰관 9명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위원회에 심사를 제기했다.

심사 제기 이후 경찰만 볼 수 있는 내부 망에는 ‘정인이 사건은 순간의 실수와 판단 때문에 평범한 경찰관들이 무능력자가 됐다’며 가해자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소청 신청을 한 동료 경찰들을 위해 기회와 관용을 베풀어 빨리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자’라고 남겼다.

내부 망의 글이 외부로 확산되자 다수의 여론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해 경찰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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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