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여론의 구설수에 올랐다. 자녀들의 ‘이중국적’(만 22세까지 국적을 선택)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탓이다. 현 내정자는 미국 UCLA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 자녀들이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통해 모든 의혹들이 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현 내정자에 대한 의혹들을 모두 파헤치기 위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했다는 전언이다.
1·19 개각을 통해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현인택 고려대학교 교수. 그러나 현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연일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자녀 이중국적’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현 내정자의 자녀들은 각각 지난 1988년, 1989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다. 당시 현 내정자는 1983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UCLA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 내정자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미국 시민권을 자동 취득할 수 있었던 것. 원정출산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자동 취득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이 미 연방의회에 제출되기 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취득이 가능했다. 이후 현 내정자는 미국 유학을 마친 것과 동시에 자녀들과 함께 국내로 귀국, 서울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자녀 미국 출생 후 2006년까지 국내 거주…장남 병역 기피 의혹
통일부 “미국 시민권 가지고 있다” 시인… “장남, 군 입대 예정”
그런데 지난 2007년 돌연 현 내정자를 제외한 배우자와 자녀들이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 내정자의 장남이 고3일 당시 특별공제에 포함된 교육비, 기본공제에 포함된 배우자, 부양가족 소득공제가 되지 않았던 것.
실제 현 내정자의 자녀와 배우자는 지난 2005~2006년까지 특별공제에 포함된 교육비 400만원과 기본공제 항목에 포함된 부양가족 200만원, 배우자 100만원 등 소득공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2006년에는 교육비 400만원이라는 혜택을 받았지만, 부양가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2007년에는 배우자, 부양가족, 교육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가 모두 0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세청 원천징수과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학교 이상의 학력을 취득했을 경우 교육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며 “(현 내정자 자녀의 경우) 고등학교 1~2학년 때 국내에 거주했기 때문에 소득공제를 받은 것 같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 때 이 같은 소득 공제를 받지 않은 것은 국내에 거주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으로 모든 거주지를 옮겼다는 것.
그러나 문제는 정작 따로 있다. 현 내정자의 장녀는 2007년 국내 유명 대학에 입학했고, 장남은 지난 2008년미국 유명 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장녀의 경우 당시 국내 유명 대학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점에서 갖가지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현 내정자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이다. 두 개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병역기피 수단 등으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에 불거진 일이다.
한 언론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중국적 허용 검토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38명 중 1395명(64.9%)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67.5%)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현 내정자의 장남 역시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실제 현 내정자의 장남은 2008년 9월8일~12월12일까지가 징병검사 기간이었다. 그러나 해외에 거주했다는 이유로 이를 미뤄왔던 것으로 확인돼 ‘병역 기피’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미국에 있을 당시 출생했고,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팩트’로 말하는 만큼 이중국적을 시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 내정자가 장남·장녀가 두 개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시인을 했다”면서도 “장남은 군에 입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현 내정자 자녀를 둘러싼 이중국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통해 도덕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통일부장관으로 내정된 현 교수가 장관으로 취임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민의 시선이 여의도로 쏠리는 이유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 <전화인터뷰>
최근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 자녀들에 대한 ‘이중국적’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통일부 측에서는 현 내정자 자녀 이중국적 논란에 대해 “사실이다”라고 시인하는 한편, 장남은 군 입대를 할 것이라고 한다. 다음은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과의 전화 인터뷰.
- 자녀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렇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미국 UCLA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 이중국적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두 개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 내정자도 이를 인정했다.
-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보면, 자녀 이외에도 배우자도 미국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자도 이중국적 의혹이 제기되는데.
▲ 확인해 봐야 할 사항인 것 같다.
- 대부분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현 내정자의 장남도 이를 위한 것인가.
▲ 아니다. 신체검사 등을 이미 받은 상태고, 군대에 입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