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0년 방랑사

‘파랑→주황→빨강’ 돌고 돌아 반대편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야권 단일화 후보 여부와 관계없이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그간 안 대표의 정치 행보를 보면 그렇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오는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누가 야권의 선수가 되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일각에선 선거 이후를 주목한다. 특히 안 대표의 행보를 두고 그렇다.

앞으로
어떻게?

안 대표는 지난 16일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깜짝 합당’을 발표했다. 이날 안 대표는 야권 대통합을 언급하며 “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은 뒤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단일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대통합을 위한 합당은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안 대표의 합당 발언을 보수층 표심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 보는 비판이 있었다.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16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안 대표의 국민의힘 합당에 대해 “고정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입당이나 합당은 절대 없다고 단호히 거부했던 그가 여론조사를 앞두고 합당을, 그것도 지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서울시장 본선에서 이기면 그때 하겠다고 했다”면서 “정말 속셈이 보인다”고 질타했다.


당원들의 뜻을 모은다는 점도 만일을 위한 조건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일각에선 ‘또 간을 본다’ ‘철새가 또 왔다’며 안 대표의 합당 선언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안 대표의 지난 10년간 정치 행보에서 비롯된 비판인 것으로 해석된다.

질질 끌다 합당 선언 야권통합 강조
‘믿지 못한다’ 미심쩍은 분위기 왜?

안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낸 시기는 지난 2009년이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 16.6%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강연 등에 나서며 대중과 소통했다. 특히 청춘콘서트를 통해 인지도를 확실히 굳혔다. 이른바 ‘안풍’의 서막이 열린 시기다.

안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시기는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재보선이었다.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되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그는 출마설을 일축했지만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 손잡는 오세훈(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한 그였지만 고민도 많았다. 당시 안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집권세력이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며 “출마하면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계 입문을 강하게 부정했던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만큼,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어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를 하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당시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안 대표의 표를 끌어안으며 정몽준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안 대표의 복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판세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3자 구도였다. 안 대표는 무소속이었다. 


최대 변수
정치 신인

그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안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 돌연 대선일에 미국으로 떠났다.

안 대표는 이듬해인 2013년 서울 노원구병 재보선에 당선되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득표율은 60.46%. 그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안 대표는 2014년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과 합당,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그해 열린 7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둔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전·현직 의원들이 ‘탈당 러시’를 이어가며 국민의당으로 입당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철새따라 철새들이 날아간다’는 비판이 있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중심으로 38석을 일궈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거대 양당의 틈에서 제3지대 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2017년 출마한 대선에서 안 대표는 3위로 낙선했다. 이후 국민의당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2018년 바른정당과 합당,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안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3위로 낙선하게 되며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나오고
들어오고

낙선 후 독일로 출국하며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지난해 1월,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기존에 몸 담았던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오늘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돌아온 안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지지율 6.8%로 의석 3석을 차지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원내 4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는 여러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살펴보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탈당→2016년 국민의당→합당→2018년 바른미래당→탈당→2020년 국민의당’의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에서 ‘갈지자 정치인’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등 굵직굵직한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그래서인지 안 대표에 대한 평은 갈린다.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 안착은 쉽지 않은 만큼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창당과 탈당, 합당을 반복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해석도 있다.

그 연유로 안 대표는 정계 복귀와 출마 때마다 정치권으로부터 공세를 받았다. 2018년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으로부터 “탈당과 창당의 연속인 그의 행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국민의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바른미래당이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창당, 탈당, 합당…쳇바퀴처럼∼
대선 D-1년, 어디서 시작할까?

이어 “진정성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행보”라며 “그 속에 국민은 없었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안 대표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0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대표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갈지자 행보를 했다”며 “이런 후보는 서울시민 돌봄 문제에 관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것이란 생각을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날 안 대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당장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곳은 국민의힘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 대표는 지난 2020년 1월 귀국 당시 “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며 보수진영과 선을 그은 바 있다. 또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도 “투쟁하는 중도정당을 만들겠다. 기존 정당의 관성도 앞장서서 파괴하겠다”며 통합설을 일축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할까?
말까?

차기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안 대표 역시 ‘문재인정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합당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이미 서울시장 여론조사 등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대선 출마를 위한 세력 규합 등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숨 가빴던 ‘오-안’단일화, 희생 프레임 속셈은?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치열한 단일화 경쟁을 벌였다. 안 후보가 지난 19일 국민의힘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 후보 역시 안 후보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양보는 단일화 시점을 하루라도 더 앞당기려는 자구책으로 읽힌다. 지난한 단일화 논쟁은 야권에게도 안 후보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물론 오 후보와 안 후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각자 양보한 것은 아니다. 오 후보자는 애초 안 후보자의 양보에 대해 ‘희생 프레임’을 가져가 놓고,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안 후보가 교묘하게 ‘새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해석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어떤 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면 좋겠다”며 “안 후보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의견이 다르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여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수차례 반복되는 번복으로 피로감을 줬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어쨌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양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험난했다. 초기에는 야권 모두 이구동성으로 조속한 단일화를 외쳤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안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은 최고점을 찍었다.

안 후보는 오 후보와 여론조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팽팽한 기 싸움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두 후보 측은 적합도와 경쟁력 문항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였다. 단일화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측 모두 도장을 찍지 못했다. 곧 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단일화에 대한 기대는 있었다.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이 내놓은 안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양당은 전화 여론조사 방식에서 큰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를 역으로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펄쩍 뛰었다.

여론조사 방법 두고 평행선
안철수 수용 자세로 출발

국민의힘은 ‘유선전화 사용자 10% 포함 여론조사’를 관철시키고자 했다. 인구의 25%가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만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조사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국민의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유선전화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고령층에 속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에서는 고령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 후보보다 보수진영의 오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선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앞섰다. 반면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승리하는 그림이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비등비등하다. 굳이 핸디캡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막판 합의를 성사시키려했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애초 공표했던 여론조사 기간은 이틀이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 등록기한 전에 발표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결국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단일화는 좌초됐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두 후보가 여론조사를 하고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도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내일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건 물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렵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 협상은 계속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은 이튿날 재조명됐다.

두 후보가 각각 후보등록을 마치는 모습에서였다. 이들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각자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다.

한편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지난 11일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를 받아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조사한 범야권 단일화 선호 후보에 따르면 오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38.4%, 안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38.3%로 조사됐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범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되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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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