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조작 논란’ 위기의 넥슨 불신론

주인 맘대로…다방 파친코식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넥슨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유저들의 분노는 가라앉기는 모자란듯하다. 일부 유저들의 트럭시위는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지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넥슨 본사 ⓒ박성원 기자

지난 1일 새벽 강원기 넥슨코리아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사이트 공지사항을 이용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날 강 디렉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여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메이플스토리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님 뜻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두 번째 사과
민심은 악화

강 디렉터가 언급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메이플스토리에서 오랫동안 유지한 라이브 서비스 개발 관성으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운영방식을 유지한 것이다. 지난 2003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고 게임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다.

2021년에 이른 현재도 마찬가지다.

게임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하는 사용자가 돈을 끝없이 지불하면 지불하는 대로, 장장 18년 동안 돈을 벌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과문은 지난 19일 게재됐던 1차 사과문에 이은 2차 사과문이다. 시스템상 왜 이 같은 이슈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1차 사과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2차 사과문에서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메이플스토리 측이 현재 얼마나 참담한 심경이고 어떻게 앞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각오가 담겼다. 

넥슨 책임자의 장문의 해명에도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 사과문에는 ‘확률 조작’ 의혹에 대해 ‘오류’라고 재차 강조하며, 정보전달을 제대로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하는 수준의 답변에 그쳤기 때문이다. 

우연히 결정되는 ‘뽑기형 상품’
“동일 확률로 운영되지 않았다”

강원기 디렉터의 사과문에 뿔난 유저들은 ‘말뿐인 사과문’이라며 당일 성명서를 배포하며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유저들은 강 디렉터에 “감정호소에 급급한 사과문 말고, 실질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즉각적인 유저 간담회를 개최해야 하고, 현재 코로나를 이유로 미운영되는 상담실 개방을 비롯해 게임 내 모든 시스템의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올렸다. 

앞서 메이플스토리는 아이템을 뽑기 위해 무작위로 추가 옵션을 부여하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동일 확률로 운영하지 않았다고 지적되면서 큰 논란이 불거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사용자가 유료로 아이템을 구매하면 종류와 효과 등이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뽑기형 상품’이다.
 

▲ ‘확률 조작 논란’이 일자 트럭 시위 갖는 유저들 ⓒ게임 커뮤니티

‘확률 조작’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달 18일 메이플스토리가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하면서였다. 이날 공지 중에는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사용자들이 ‘지금까지는 동일한 확률로 부여된 게 아니었나?’라는 의문점을 갖게 만들었다.

이른바 ‘확률 조작’을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아이템 ‘환생의 불꽃’은 추가 옵션을 계속 부여해 임의로 아이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높은 등급 ‘환생의 불꽃’은 이벤트나 코인샵에서만 구입 가능하고 가격도 비싸서 구하기도 어렵다. 이 옵션을 얻기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수천만원까지도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을 해온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십수년이나…
유저들 폭발

지난달 23일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조작 논란에 반발하며 ‘트럭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트럭 시위는 대형 LED 전광판을 부착한 트럭을 본사로 보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종 시위법이다. 23일 0시에 시작된 트럭 대여비 800만원 모금 운동은 불과 1시간을 채 넘기지 않고 완료됐다.

‘한도 0원 챌린지’의 파급력도 상당했다. 한도 0원 챌린지란 넥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월 충전한도 설정을 통해 본인의 캐시 충전한도를 0원으로 만드는 운동이다. 이번 챌린지를 주도하는 일명 ‘총대진’에 따르면 지난달 23~27일까지 사흘간 596명의 유저가 동참했다.

이들은 챌린지 참가를 인증하며 본인의 1월과 2월 캐시 충전내역을 함께 공개했는데, 그 금액은 무려 15억5571만원에 달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집단이동’ 또한 게임 서버가 마비될 수준의 영향력이었다. 집단 이동지로 결정된 로스트아크는 지난달 25일 공지를 통해 “게임 다운로드 이용자가 급증해 게임 다운로드 및 설치 시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고 알렸다.
 

▲ 넥슨 본사 ⓒ박성원 기자

해당 시점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집단 이동이 본격화된 때였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최소한 10년 정도 게임을 이용한 ‘골수팬’들이다. 오래된 유저들은 이미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돼있어 단결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이분들은 월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게임에 돈을 쓰는 분들이기 때문에, 트럭 대여비 모금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법 논란
국회로 번져

한 유저는 “메이플스토리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지켜볼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응원할 순 없다”고 밝혔다. 출시 때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다는 또 다른 유저는 “이번 논란을 통해 추억까지 털어버리게 됐다”며 “챌린지와 트럭 시위 등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분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 사태는 게임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일부 유저들은 트럭 시위에 더해 정치인들과 만남을 늘리며 게임법 전부 개정안의 핵심인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명시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하도록 했다.


같은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도 같은 취지의 게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확률 정보 공개 필요성에 공감했다. 황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입장을 묻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로 게임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국회가 규제 검토에 나선 가운데 게임사들과 게임 유저들 간 찬반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게임인지 도박인지 “못 믿겠다”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법 발의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하며,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며 규제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국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소비자 보호장치가 과도할 경우 그 산업의 발전,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외국계 게임업체와 동등한 규제가 돼야 하는데 외국계 업체에 대해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헌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 처리 의지를 다졌다. 그는 “게임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고 자율 규제는 구색용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며 “확률 공개는 유저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고 강조했다.

유저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일부 게임사 측은 자체적으로 확률 공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이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관련해 넥슨 측에 질의해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넥슨은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의 최소한의 가이드에 따라 큐브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큐브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금주 내 공개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앞서 게임협회가 게임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공언한 만큼 규제 제도화에는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업계 반발
어떻게 되나?

게임법 전부 개정안은 3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문체위 관계자는 “제정법과 전부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공청회를 열게 돼있다”며 “필요하다면 게임업계와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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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