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소통령 레이스 관전포인트

첫 걸음 떼기도 전에 아귀다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가 결정됐다. 다만 시작부터 단일화 걸림돌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통정리의 귀추가 주목된다.
 

▲ (사진 왼쪽부터)박영선(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수도와 1000만 시민을 이끄는 ‘소통령’은 누가 될까. 여야는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확정하는 등 각자 채비를 마쳤다. 본격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선거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천만 수도
사수하라!”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박 부호는 지난 1일 경선에서 70%에 가까운 득표율로 후보 타이틀을 가뿐히 거머쥐었다.

박 후보의 상대는 우상호 의원이었다. 박 후보는 대세론을 탔지만 승리를 예단할 수 없었다. 우 의원의 탄탄한 당내 기반 때문이었다.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선거인단 투표 50%로 진행된 만큼 우 의원은 반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 의원은 의원직까지 내걸으며 배수진을 친 상황이었다.

반면 박 후보는 ‘비문 정치인’ 꼬리표를 달고 가야 했다. 박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하면서 비문으로 분류된 바 있다. 물론 문재인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입각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과는 30.44% 대 69.56%. 박 후보의 압승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저 박영선이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바람을 변화의 에너지로 만드는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서울시장에만 세 번째 도전하는 박 후보는 일찌감치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선거전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걸림돌이 솟아나왔다. 박 후보는 범 진보진영과 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박 후보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의 단일화를 지난 2일 합의했다.

이들은 TV토론, 정책 선호도 조사, 현장방문, 여론조사 등을 거치기로 했다. 후보 공약 선호도 조사 역시 동반된다. 이들이 제시한 공약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정책은 단일 후보 공약을 내세우는 방식이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자 확정
단일화 질질…늦으면 이달 말

단일화 방식은 100% 국민 여론조사로, 결과 발표는 8일로 못 박았다. 선거법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한 달 전 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와 조 의원의 단일화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의 경우는 결이 달랐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까지 당선된 바 있다. 차례로 강민정·김진애·최강욱 의원으로, 친문(친 문재인) 성향이 짙다. 사실상 자매정당과 다름없는 곳에서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김진애 의원이다. 김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면서도 시한을 8일에 두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뒀고, 단일화 시점은 이번 달 말까지 미뤄졌다.


김 의원은 박 후보와 조 의원이 단일화 합의를 발표했던 날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성사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두 당이 함께 승리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단일화 방식이 필요하며 “그 과정을 서울시민들이 흥미진진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김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에서 8일까지 모든 걸 끝내자고 하는데, 저는 열흘 정도의 성실한 단일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10년 전 박영선·박원순 단일화 당시에도 열흘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 후보와 최소 3번의 스탠딩 토론, 자유토론, 1:1 토론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이는 박 후보에게 부담일 공산이 크다. 시작 전부터 열린민주당이 찬물을 끼얹는 겪인 데다가 단일화가 지연될수록 여권 분열로 여겨지면서 본선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당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야권에서 단일화를 먼저 성공시킨다면 컨벤션 효과를 빼앗기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을 두고 ‘몽니를 부린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의원직 사퇴
부정적 영향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역시 민주당에 악재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지난해 당선되지 못했던 비례대표 4번이 의원직을 승계 받을 전망이다. 주인공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김 전 대변인은 과거 청와대 대변인 시절 ‘흑석동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주택 전세금과 아내 퇴직금 등으로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대지와 상가 주택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2019년 3월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자 아내의 결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김 전 대변인은 2019년 12월 흑석동 집을 34억5000만원에 매각해 1년5개월 만에 8억8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에 ‘흑석 선생’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의 결단이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오롯이 열린민주당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으로도 향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김 전 대변인의 복귀를 두고 ‘친문의 밥그릇 나눠 먹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승자는 오세훈 후보로 41.64%를 기록했다. 2위 나경원 후보는 36.31%에 그쳤다.
 

▲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고성준 기자

오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국민의 지상명령을 받들어 단일화의 힘으로,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굳게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분열된 상태에서의 선거는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구설에 휘말렸던 ‘조건부 출마’에 대해서도 야권 단일화의 연장선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오 후보는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면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후보는 “야권 분열에서는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나름의 결단”이라며 “기존의 정치 문법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었지만 그 충정, 단일화 순간까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해명했다.

2번이냐
4번이냐

오 후보의 경선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안 후보도 화답했다. 이날 안 후보는 “(오 후보와) 가급적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무소속 금태섭 서울시장 후보와의 ‘제3지대’ 단일화에서 승리한 상태다. 야권 판이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이들의 단일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양 측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모양새다. 이른바 숫자 논란으로 불리는 ‘2번이냐, 4번이냐’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견이 좁혀진 곳은 없다.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 완주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기호 4번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 “기호 3번 정의당이 후보를 안 낸다. 기호 2번이든 4번이든 야권 단일후보는 (투표용지에서) 두 번째”라며 “(기호 4번 출마로)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민주당은 싫은데 국민의힘을 선택 못 하는 분들 양쪽 힘을 결집시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보직 양보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그런 일은 결코 없다”며 “경선을 하면 누가 뽑히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내가 단일후보가 못 돼도 단일후보를 도와서 당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고성준 기자

그는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에 ‘본선 경쟁력’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왜 단일후보를 뽑느냐. 본선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생각하는 상식 수준에서 결정하면 복잡할 게 아니고 오히려 개인이나 개별 당의 유불리에서 따지면 국민과 시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적합도’가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의 4번 출마 역시 평가절하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후보가 4번 출마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인 지난 4일 “기호 2번 국민의힘이냐, 기호 4번 국민의당이냐를 강조했을 때, 과연 4번 가지고서 선거를 이기겠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여, 몽니 부린다는 비판…왜?
야, 계속되는 2·4번 딜레마

이어 “무슨 생각으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3의 후보라는 사람을 데리고 단일화를 하고, 그렇게 된다고 하면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는 게 기본적 내 생각”이라며 “현재 나타나는 지지율이란 건 진짜 지지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와 당장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오 후보의 행보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 앞서 오 후보는 안 후보가 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 후보는 경선이 치러지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는 누구든) 가능하면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하는 것이 득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혼자 시정을 이끄는 것이 아니어서 시의회의 도움이나 이런 것도 필요한데 (국민의힘은) 시의회의 의석수가 많지 않지만, 안 후보 당에는 시 의원이 한 명도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양 측의 단일화 승부는 후보등록 마감인 오는 19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2번’을 놓지 못하는 배경은 향후 정국 주도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는 것도 모자라 국민의당의 4번으로 이름을 올린다면, 명색이 103석을 확보한 제1야당의 존재감이 퇴색돼서다. 4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플래카드 설치하는 선관위 관계자들 ⓒ박성원 기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2일 “김종인발 기호 2번 논란, 참으로 유치찬란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기호 2번, 4번을 논하는 것이 우리 진영 전체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든,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되든, 지금 국민의힘에 더 필요한 사람은 김종인 위원장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라고까지 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역시 같은 날 “박완서 선생님의 <그 남자네 집>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며 “‘수술을 잘못했으면 국으로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라는 대목이 괜히 와 닿는다”고 언급했다.

뒤엉켜∼
주도권 분열

여야 모두 경선을 치른 뒤 후보까지 선정했지만 시작부터 변수와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 진영 모두 단일화라는 의제로 뒤엉켜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먼저 교통정리에 나서느냐에 따라 컨벤션 효과를 비롯해 선거 레이스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탈락 또 탈락, 나경원 행보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정치생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 이수진 의원에게 패배해 낙선한 바 있다.

이어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넘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당권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당심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다.

나 전 의원은 본경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 전 시장을 앞섰다.

의원들의 지지와 함께 당내 분위기도 나 전 의원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은 당내 1차 경선에서 20% 당원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80%가 반영된 시민 여론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에게 밀렸고, 본경선이 시민 여론조사 100%만으로 이뤄진 만큼, 강경보수 이미지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이번 경선을 통해 당심을 확인한 만큼, 차기 당권에 도전할 입지 정도는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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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