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와’ 민주당 13잠룡 등판론

싹싹 모으니 ‘잡룡’ 세탁기 넣고 돌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당 대권주자 구도는 양강 체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다. 그러는 사이, 여권 안팎에서 ‘13잠룡 등판론’이 제기됐다. 선거판을 키워 흥행을 도모하자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고민으로 해석한다. 두 인물만으로 대선 완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공동취재단

차기 대선은 내년 3월9일 치러진다. 여당은 재집권을, 야당은 정권 탈환을 바라본다. 여야는 4·7 재보궐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4월 재보선은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은 전열을 가다듬고, 대선 정국을 맞이할 전망이다.

재집권
재탈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권 후보군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분 대부분을 쥐고 있다. 초기에는 이 대표의 독주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전체 후보군 가운데 번번이 1위를 기록했다.

최근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이 대표 선호도가 하락하는 대신, 이 지사가 치고 올라왔다.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급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2일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전국 성인 1013명 대상·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1위는 이 지사(26.2%)였다. 2위는 윤 총장(14.6%), 3위는 이 대표(14.5%)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


대권주자 윤곽이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예단하기엔 시기상조다. 대선 때까지 여러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당 내 차기 대권 후보가 대선 레이스 중간에 이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식이다. 문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공동취재단

앞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위부터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4.6%), 오세훈 전 서울시장(3.0%), 유승민 전 의원(2.4%), 정의당 심상정 의원(1.6%), 원희룡 제주지사(1%) 순이다. 여당 주자는 없다. 그나마 김부겸 전 의원(0.9%)이 겨우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결국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제외하면, 경쟁력을 보유한 여당 대선후보는 부재 상태다.

그래서일까. 이른바 ‘13잠룡 등판설’도 부재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잠룡은 여권 내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소속과 지역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으로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으로는 김부겸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의원, 이광재 의원, 박용진 의원이 있다. 시도지사로 범위를 넓혀보면 김경수 경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까지 언급된다.

여, 이낙연·이재명 2강 체제 구도
재보선 이후 대권 레이스…그때도?

지역별로도 살펴볼 수 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에는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 그리고 임종석 전 실장이 있다.

민주당 동진 정책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는 김경수 지사와 김두관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대구·경북에는 이재명 지사와 추미애 전 장관, 그리고 김부겸 전 의원이 묶인다. 강원 지역은 이광재 의원과 최문순 강원지사, 충청권은 이인영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인영 장관이다. 서울에는 박용진 의원이 있다.


이들 중 대권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인물은 정세균 총리와 박용진 의원이다. ‘미스터 스마일맨’으로 불리는 정 총리는 요즘 들어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평소 정 총리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의 변화가 대권 도전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한다.

정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맹공을 유례없이 적극적으로 받아쳤다. 재난지원금을 두고는 이 지사와 대립각을 보였다. 소상공인 등이 코로나19로 겪는 고통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대선 캠프 마련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직 총리인 만큼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대선 캠프도 공식적으로 꾸려지지 않았다. 다만 측근들을 중심으로 정책 구상 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계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부 모임 ‘광화문포럼’은 지난 25일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는 4월 재보선 이후 정세균 총리의 국회 복귀를 점치고 있다. 측근들을 통해 밑그림을 그려 놓고, 복귀 이후 곧바로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는 그림이다.

주변에서도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2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보름 전만 해도 이낙연·이재명을 거론하던 언론이 지금은 정 총리까지 거론하고 있다”며 “국민들도 정 총리가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최고의 지도자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 총리의 최측근이다.

박용진 의원은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유치원3법’을 주도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얼굴을 알렸다.

소속별
지역별

박 의원은 ‘조금박해(조응천 의원·금태섭 전 의원·박용진 의원·김해영 전 의원)’라는 민주당 소신파 타이틀까지 쥐고 있다. 박 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건너야 할 강’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진보진영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공과 과를 구분해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19년 청와대를 나오면서 선거 등판설에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최근 임 전 실장은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 복귀 결정을 내리자 ‘할 일을 찾겠다’고 밝히면서 재보선과 대선 출마설에 올랐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다만 임 전 실장은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민주당 우상호 의원을 공개 지지하면서 “제게도 시장 출마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제 마음 다 실어서 우 의원을 지지한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의원은 TK(대구·경북)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다. TK는 진보 진영의 대표적 험지다. 당에서는 어떻게든 공략하고자하는 지역이다. 김 전 의원이 여권 대선 후보 물망에 매번 오르는 배경이다.

김 전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만 3선을 하고도 대구에 문을 두드렸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미끄러졌다. 하지만 결국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깃발을 꽂았다. 김 전 의원의 ‘몸값’이 오른 시점도 이 때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지역구를 뺏겼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도전했지만 21.37%로 2위에 그쳤다.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17.85%로 3위를 기록한 점을 봤을 때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친문 표심을 단번에 확보한 인물이다. 추 전 장관은 친문 진영에서  문재인정부의 기조인 검찰개혁의 선봉에서 맞서 싸웠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반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는 평도 있다.

정중동
급돌변

추 전 장관 역시 경력으로 따져보면 여느 잠룡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추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을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민주당 대표로도 활동하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끌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서울 구로갑 4선 의원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다가 통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인영 장관은 당내 ‘86 운동권 그룹’의 맏형이다.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모임 ‘더좋은미래’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장관은 국무위원임에도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그의 발언 때문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점에 대해 “제가 할 일은 남북관계를 푸는 것”이라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 정당 정치인 출신으로서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서 저를 던져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또 그런 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이어 “올해는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저를 던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평화를 확고하게 만드는 데 저의 소명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출마를 위해 몸을 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오는 4·7 재보선 이후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친노 인사다.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 등을 거친 재선 국회의원이다.

지역구는 경남 양산이다. 보수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외연 확장이 시급한 민주당에게는 필요한 인물인 셈이다. 김 의원은 여당의 경남권 대선주자들(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하나둘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살아남았다.

김 의원은 평소와 달리 최근에는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관심을 받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을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돌리는가 하면, 정 총리와 이 대표, 이 지사를 싸잡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와의 전쟁종식을 위한 준비는 우리 정부·여당이 반드시 준비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총리, 민주당 지도부에서 계속된 엇박자가 나오고 있고 경기도지사까지 가담해 국정 운영이 산으로 갈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자천타천 13명 거론…저마다 가지각색
“아니다”란 말은 못 해…타이밍 노리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친노 적자로 꼽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당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좌희정·우광재’로 불렸다.

이후 17·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승승장구했다. 반전은 5회 지방선거 이후 발생했다. 당시 이 의원은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이 의원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켰고, 사면복권된 이 의원은 지난 4·15총선에 출마해 3선 고지를 밟았다.

현직 시도지사들도 언급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친노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 지사는 경남 김해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까지 당선돼 여당 대권주자로 단숨에 올라섰다. 민주당 계열에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사례는 김 지사가 처음이었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고성준 기자

하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 논란과 관련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권 경쟁력이 희석된 셈이다. 지난해 11월6일 재판부는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지사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1심 유죄에서 무죄로 변경됐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잠룡으로 거론된다. 최 지사는 단체장 연임 제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3선째 강원도지사직을 수행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강원도지사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지사는 지사직 재선 또는 대선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양 지사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뒤, 충청 대망론을 이을 적임자로 여겨진다. 양 지사는 충남 천안 지역 4선 국회의원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인제 전 경기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 이어지던 충청 대망론을 이어 받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상승
추락

실제로 양 지사는 대권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송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황에선 도정에 전념하는 게 최선이지만, 4선 국회의원으로 당 최고위원을 거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경선에 나갈 자격이 있다”며 “지지자들과 도민이 원한다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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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