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파 부재’ 민주당 딜레마

백날 산토끼 잡아봐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년간 숱한 악재에 시달렸다. 당은 수습에 나섰지만 중도·무당층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당시 민주당 소신파 의원들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향후 이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여지를 남겨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 이른바 ‘조금박해’로 불리는 조응천·금태섭(전)·박용진·김해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기세는 매서웠다. 지선(지방선거)과 총선(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고, 정당 지지율 1위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는 평가다.

변화?

<일요시사>는 지난 1년간 4개 진영(진보·보수·중도·무당)의 민주당 지지율 변화를 살펴봤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조사해 발표한 내용이다. 분석 범위는 지난해 1월부터 이번 달까지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1년 사이 모든 진영에서 하락했다. 특히 무당층의 경우가 가장 심각했다. 무당층은 최초 32.3%의 지지율에서 16.1%로 절반가량 주저앉았다. 중도층은 41.5%에서 31.3%로, 진보층은 65.5%에서 53.5%로 하락했다. 보수층은 16.6%에서 12.3%로 소폭 감소했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무당층은 처음부터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반등과 하락을 반복했다. 다만 반등폭이 하락폭을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다. 무당층 이탈 배경은 비교적 선명했다. 민주당 안팎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지지율은 출렁였다.


32.3%의 무당층 지지율은 지난해 1월 중순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시작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같은 달 말에는 민주당 2호 영입인사 원종건씨의 미투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 사건이 발생했다.

반전은 있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압승, 무당층의 발길을 대거 돌려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하고, 더불어시민당(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소속 양정숙 의원이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의 의혹으로 제명당했다. 동시에 무당층 지지가 크게 하락했다.

무당층 지지율 1년새 반 토막
당 안팎 의혹에 발걸음 돌려

악재는 계속됐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고, 남북연락사무소가 폭발됐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고,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홍걸 의원은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등으로 제명됐다.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뒤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대립에 따른 피로감까지 더해졌다. 무당층 지지는 16.1%까지 곤두박질쳤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재보선은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당은 그만큼 총력을 다할 모양새다. 민주당의 무당층 확보 여부에 눈길이 간다. 가장 많이 빠져나간 지지층인 만큼, 이들의 표심이 당락을 결정할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무당층의 발걸음을 돌릴만한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 배경으로 20대 초선 민주당 소신파 의원들을 꼽는다. 조응천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박용진 의원, 그리고 김해영 의원으로 이른바 ‘조금박해’라 불렸다. 조금박해는 사태 수습도 수습이지만, 그보다 사건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당층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배제를 두고 갈등을 겪자 제동을 걸었다. 조 의원은 “과연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를 할 만한 일인지, 또 지금이 이럴 때인지,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추 장관을 정면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이면서 추 장관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 인물은 조 의원이 처음이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논란 당시 조 전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에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은 곧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의 비난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총선 이후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그가 공수처법에 대해 기권한 것을 당론 위배로 판단해서다. 금 전 의원은 결국 지난해 10월 “더 이상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민주당을 나왔다.

일 터질 때마다 앞장선 그들
무당층 흡수 견인 입지는 줄어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을 두고 소신 발언을 내놨다. 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며 “국민의 역린이어서 예민하게 다뤄져야 하고 낮은 자세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를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이 갖는 허탈함에 대해서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해영 전 의원은 원종건씨 미투 의혹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김 전 의원은 스타성 인재 영입이 아닌 내부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김 전 의원은 “정당의 인재 영입은 그 정당의 지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 있고 필요하다”면서도 “선거 국면에서 영입 인재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공천에서 혜택을 받을 경우, 당내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이들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금박해는 21대 국회에서 ‘조박’이 됐다. 국회에 남은 인물은 조 의원과 박 의원뿐이다. 금 전 의원은 탈당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고, 김 전 의원은 낙선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이들과 같은 소신파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다. 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 가운데 조금박해처럼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조박’

정치권 관계자는 “소신파가 부재한다고 해서 중도·무당층이 사라지는 건 아니고, 소신파가 있다고 해서 꼭 중도·무당층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소신파는)중도·무당층의 지지를 견인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당에서도 이들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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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